우리학교 예술학도 열정 디자이너 염지홍

2015-12-07

서명지 기자 | 91signpaper@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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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logue
4년 전 본지 941호에서는 코너 ‘동문의 소리’를 통해 염지홍 씨의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습관’라는 제목의 글을 담았다. 작은 것도 놓치지 않으려고 자주 메모하는 습관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는 이 습관으로 머릿속을 스쳐간 아이디어를 실천으로 옮겼고 그 결과 실용적이고 독특한 디자인 제품을 만들어 냈다.
실제로 그는 ‘렛츠 코인 캠페인’을 주창한 바 있다. 대학 졸업 후 가업으로 한 피자가게에서 배달원으로 일했을 당시 동전으로 계산해 미안하다고 하는 고객을 보고 문제점을 인식했다. 이를 해결하고자 동전 사용을 권장하는 렛츠 코인 캠페인을 시작했다. 동전으로 피자 값을 계산하는 것은 고객으로 하여금 저렴한 값이라는 인식을 들게 할 뿐만 아니라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착한가게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염지홍 씨는 이 캠페인을 널리 퍼트려 이제는 꽤나 많은 음식점에서 이 캠페인의 팻말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염지홍 씨 아이디어의 시작에 불과하다. ‘옷걸이 아저씨’라는 별명을 얻게 된 옷걸이 독서대가 바로 염지홍 씨가 고안한 것이다. 옷걸이 독서대는 지금도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외에 염지홍 씨는 교통안전 옐로카드, 국제 남극 탐험 등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본인을 열정의 디자이너라 자칭하며 어떠한 상황에도 진취적인 자세로 끊임없지 도전해 나아가는 염지홍 씨. 그의 무한 동력의 근원은 무엇인지 자세히 들어봤다.

#첫 번째 #기본 #창의성과 #추진력

Q.본지 941호에서는 ‘동문의 소리’에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습관’라는 글을 기고한 바 있다. 작은 것도 놓치지 않으려고 자주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고 했는데 메모를 시작한 계기와 목적은 무엇인가?

A. (노트를 보여주며) 이게 벌써 41번째 노트다.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쓰기 시작했다. 노트에 기록을 꼼꼼히 잘 해오던 친구를 보고 영향을 받았다. 따라해 보면 재밌지 않을까 해서 시작했다. 일기도 쓰고 아이디어도 쓰고 용도를 정해놓지 않고 여러 가지를 썼다. 처음에는 단지 생각을 모아두고자 목적 없이 시작했지만 기록에서 또 다른 아이디어가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이처럼 점차 기록하는 과정은 입력과 출력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창의적인 사고를 이끈다고 생각해 제2의 뇌라고 여긴다.

Q.이러한 작은 습관에서부터 옷걸이 독서대, 옷걸이 침대, 어린이 안전 옐로카드, 렛츠 코인 캠페인 등 많은 디자인을 탄생시킨 것 같다. 그렇다면 작은 메모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 것인가?

A. 내 디자인의 시작을 메모로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기록이 직접적으로 창의적 아이디어로 연결된 것은 아니다.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홍보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알리기 위해 보도자료를 비롯해 포스터를 제작하고 페이스북, 블로그 등과 같이 네트워크를 통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또 사람들과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또 다른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다.

#두 번째 #새로운 디자인 #열정 디자이너 #라는 이름

Q.대학 휴학 중 가업인 피자가게를 도우며 만든 ‘렛츠 코인 캠페인’이나 ‘옷걸이 독서대’와 같이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많이 생각해낸 것 같다. 학부생 시절부터 이러한 디자이너를 꿈꿨나? 디자이너를 꿈꾸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A. 대학을 휴학했을 당시 톰 피터슨의 <내 이름은 브랜드다>라는 책을 읽었다. 책에는 ‘디자인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다’, ‘디자이너를 참여시켜라’라는 내용이 있었다. 더불어 디자이너가 CEO처럼 디자인 사장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때 디자인이라는 개념에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 디자인이 꾸미고 장식하는 것 이상으로 보다 진지한 의미라고 느꼈다. 그래서 그 이후로 디자인과 관련한 책을 찾아서 읽어보고 디자인에 대해서 점점 더 관심을 갖게 됐다.

Q.염지홍 씨의 디자인들은 특정한 형태의 제품이라기보다 이야기가 담긴 프로젝트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이런 디자인 제품은 보통 사람에겐 생소하다. 조금은 독특한 자신의 디자인을 쉽게 설명해 달라.

A. 보통 디자인이라 하면 문제 해결 이후의 색깔이나 소재를 정하는 과정, 상품 제작 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것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인테리어 디자인, 도시 디자인 등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시대가 지날수록 범위 또한 넓어지고 있다. 여기서 특히 나의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인 서비스 디자인이다.
예를 들어 피자 배달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보행자는 언제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어린이 교통사고 해결에 있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옐로카드를 만들었다. 옐로카드는 자동차 전조등 불빛을 반사하는 소재를 활용해 옷이나 가방에 붙일 수 있는 어린이 교통사고 방지 야광카드다.
이처럼 내 작품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의 형상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디자이너와 고객의 중간에 내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디자이너와 고객 모두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Q.우리학교를 졸업한 후 영국왕립디자인학교 ①서비스 디자인 학부에 입학했다. 그곳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배우고 어떤 도움을 얻었는가?

A. 학교 수업 외의 영국에서 빅 이슈 기자활동 등 다양한 대외 활동을 통해 현장을 뛰며 여러 가지 삶의 모습을 배웠다. 그리고 사실 학교는 2학기만 마치고 중간에 나왔다. 엄청난 학비에 비해 수업이 크게 만족스럽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실질적인 다른 이유가 있다. 당시 나는 외부 고객과 만남을 위해 학교의 로고가 있는 명함이 필요했다. 그래서 학교에 명함 제작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어떻게든 승인을 받고자 했으나 학교의 권위적인 구조에 가로막혔다. 역시 이 구조를 문제 삼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과제를 발제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같은 과 학생들에게 알리는 등 노력했지만 학교 측에서는 끝까지 나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리고 국내 모 기업과 학교와의 경제적 거래에 대해 알고 난 뒤 학교에 대한 의욕을 잃었고 정부에서 내 디자인과 유학 과정을 홍보에 무단 도용해 학비 펀딩도 받지 못해 고심 끝에 돌아오게 됐다. 하지만 그 후 강의와 전시를 하며 활동범위를 더 넓혀가고 있다.

①고객, 즉 사용자들이 행하게 되는 행동, 인지, 감정을 직접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디자인을 하는 것

#세 번째 #전파와 #조언

Q.옷걸이로 만든 독서대와 침대는 독일 갈릴레오 TV에 소개될 만큼 독특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다. 하지만 별다른 특허 없이 유튜브와 같은 각종 매체를 통해 발명품과 아이디어를 널리 전파하고 있다. 특허를 통해 경제적 이익이나 명예를 얻을 수 있을 텐데 그러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

A. 사람들이 하는 큰 오해다. 특허를 낸 다고 경제적 이익이 생기지 않는다. 특허를 방어하기 위해 특허청에 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저작권은 늘 나에게 있다. 유튜브, 페이스북 등 매체를 통해 나의 제품을 더욱 많이 알려 이미지 가치를 높이는 데에 중요성을 둔다. 연결에 중요성을 두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옷걸이 독서대를 검색하면 내 이름이 연관검색어가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으로 강단에서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고 방송을 통해 오히려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된다.
Q.염지홍 씨만의 독특한 창의력과 주체적인 진취력은 사회에서 강요하는 틀로 회의감에 빠진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을 듯하다. 우리학교 학생들을 위해 조언을 전한다면?

A. 사회에서 규정해버린 틀에 길들여져 가면 어쩔 수 없다. 사실 우리학교는 외국에 가기 어려울 때 세워진 학교다. 누구나 쉽게 외국을 다니는 지금의 흐름에는 뒤처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학교의 가치는 줄어들고 있다. 학교를 떠나라고 한다면 내가 대신 책임져 줄 수 없기에 무책임할 것이다. 대신 다양한 유통 경로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이제는 지역의 한계를 넘어서는 사회다. 사회의 흐름을 인식하고 남다른 시각을 갖는 게 중요하다. 나 역시 이런 기회를 잘 이용해 운 좋게 지금의 길을 걸어왔다. 옷걸이 독서대 또한 SNS가 없었다면 이 정도로 알려지지 못했을 것이다. 작은 일상에서부터 가치를 발견하길 바란다.

# epilogue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열정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염지홍 씨의 모습에 그가 붙인 패션 디자이너라는 이름의 ‘패션(Passion)’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염지홍 씨의 프로젝트 디자인은 목적 달성에 뜻이 있었다기보다 그저 놀이라고 생각하고 즐겼다고 한다. 비판적 시각에서부터 시작해 아이디어 창출, 행동력이 스스로를 새로운 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했다. 창의력과 주체적인 디자인 과정은 진로 고민에 빠진 우리학교 학생을 위한 영감이 되길 바란다.

글 서명지 기자 91signpaper@hufs.ac.kr
사진 박은혜 기자 90ir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