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법이 아닌 실용 학문, 저작권법과 친해지는 시간

2015-12-07

경지영 기자 | 91abraxas@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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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이라는 개념이 확립되고 관련법이 제정되면서부터 무형의 지식과 아이디어 표현이 보호받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많은 매체들에서 저작권 침해 사례를 다루고 있다. 개인과 단체는 물론이고 공공기관조차 저작물을 불법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는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저작물’의 범위가 넓어지고 그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저작권’의 중요성은 대두됐지만 여전히 ‘저작권’에 대한 개념은 모호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작권’에 대한 이해는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사람들이 갖춰야 할 필수교양이자 기본자질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학교 학생들이라면 꼭 알아야 할 중요한 상식이다. 저작권법상 ‘2차적 저작물’에 해당되는 외국어 통번역의 본질적 창작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류종현 교수는 MBC 보도본부에서 30여 년간 재직하면서 방송 콘텐츠의 저작권에 대해 연구하고 우리학교 겸임교수로 10여년 가까이 저작권법을 강의하고 있다. 저작권 전문가인 류종현 교수에게서 딱딱하고 모호한 ‘저작권’에 대해 보다 쉽게 배워보자.

◆저작권의 이해
△저작권의 개념과 목적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예전에는 저작물의 범위가 문학·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에 해당됐다면 오늘날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데이터베이스나 컴퓨터 프로그램과 같은 창작물까지 해당된다. 즉, 학술과 예술의 범위에 속한 표현물로서 창작성이 있는 것이다. 저작권은 그러한 저작물을 창작한 사람에게 장려책을 줌으로써 궁극적으로 문화발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특허나 상표권 같은 산업재산권이 기술문명의 ‘아이디어’를 보호객체로 하는 것과는 달리 저작권은 인간의 사상과 감정에 대한 ‘표현’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비교된다.

△저작권을 둘러싼 오해
표절과 저작권 침해를 혼돈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표절은 저작권 침해로 연결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엄밀히 말하면 저작권 침해는 표절의 한 유형이다. 표절에 속하는 유형으로 저작권 침해나 저작물을 출처 없이 이용하는 행위, 짜깁기, 논문 대필과 중복 게재 등이 제시되고 있다. 쉽게 말해 표절은 타인 창작물의 전부 혹은 일부를 자신이 창작한 것처럼 복제하는 것을 가리킨다면 저작권 침해는 타인 저작물을 허락없이 무단으로 이용하는 행위를 말한다. 표절은 저작권 침해에 비해 ‘윤리적’ 개념에 가깝다.

△저작권이 걸어온 길
저작물에 대한 권리의식은 15세기 출판인쇄술의 발명으로 문서의 대량복제가 가능해지면서 태동되기 시작했고, 1684년 독일 황제의 칙령에 의해 비로소 저작권이 권리로서 처음 인정받게 됐다. 그 이후 저작권은 세계 최초의 저작권법인 1709년 영국 앤여왕법 이래 유럽과 미대륙에서 국내법으로 보호돼 왔으며, 오늘날은 문학적·예술적 저작물의 보호를 위한 베른협약이나 무역관련 지적소유권협정(TRIPs협정) 등을 통한 국제적 보호에까지 이르렀다. 우리나라에서의 저작권 보호는 1908년 대한제국 당시 한국저작권령(칙령 제200호)에서 처음으로 도입됐다. 이는 조선총독부와 군정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까지 영향을 미쳐 우리나라에 저작권법이 모습을 드러낸 1957년 1월 28일까지 그 효력을 이어갔다. 이후 1957년에 제정된 저작권법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저작물 이용환경의 변화 및 저작권의 국제적 보호 추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워지자, 1986년, 2006년 전부개정을 하는 등 총 20차례에 걸쳐 법이 개정됐다.

◆저작권의 현황
△저작권이 중요해진 이유
과거와 달리 최근 들어 저작권이 중요해진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먼저 붓으로 글을 쓰거나 목판활자로 책을 인쇄하던 시절에는 인쇄된 저작물을 복사할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원작에 대한 가치를 침해할 일이 없었다. 그러나 사진술이 발달하고 복사기가 발명되면서 복사에 의한 원작물의 저작인격권 저작물에 대해 저작자의 명예와 인격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과 저작재산권 침식은 점점 심각해졌다. 또 다른 이유로는 정보화 시대에 접어들며 등장한 ‘지식 정보’와 ‘문화콘텐츠’가 있다. 문화콘텐츠로서 영화 한 편이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1차 제조산업이 이뤄내는 부가가치보다 월등히 높다. 예를 들어, 쥬라기 공원 영화 한 편의 부가가치는 우리나라 현대 자동차가 1년 동안 벌어들이는 수익과 동일하다. 이런 점에서 지식 정보화 시대에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정보’와 ‘콘텐츠’를 보호하는 것은 결국 이를 생산하는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므로 ‘저작권’의 중요성 또한 높아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저작권법 현황
우선 저작권법에 대하여 일반 이용자들이나 국민 다수가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운 규제라는 감정이 일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지극히 당연한 권리임에도 ‘규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헌법이나 여타의 기본법전에서는 국민이 권리의 주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저작권법에서만은 국민이 객체화되는 불편함을 숨길 수 없다. 앞서 말했듯 저작권법은 창작자에게 장려책으로 작용해 문화발전을 이루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저작권법은 그 특성상 저작권을 무형의 재산으로 간주하고 창작자와 이용자 사이의 합의를 원칙으로 하는 계약법, 즉 민법의 특성을 갖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저작권법은 형법적인 측면이 강하다. 과도한 처벌과 규제는 창작자들이 두려움을 갖게 해 창작의 걸림돌이 됐다. 저작권법이 규제나 통제의 의미보다는 창작에 기여할 수 있는 ‘이용활성화’를 주장하는 것이 지구촌의 공통적 추세고 우리나라가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저작권 침해와 이에 대한 대처방안
△저작권 침해의 요건
‘저작권 침해’에서 침해로 보는 행위는 권리자의 경제적 이익을 포함한 저작자의 인격적 이익을 해치는 행위를 의미한다. 상대가 나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소송했다면 법원은 다음 두 가지를 원고가 입증하라고 한다. 상대가 내 작품을 보거나 듣거나 했다는 사실인 ‘의거[access]’와 그가 내 작품과 아이디어가 아니고 구체적인 표현에 있어서 비슷하다는 ‘실질적 유사성’이 바로 그것이다. 표현과 아이디어의 경계가 어디인지에 대한 학설도 분분하고 판사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지만 표현을 사용할 때 인용표시를 하지 않고 영리적으로 사용했다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된다. 그러나 실질적 유사성의 예외로서 우연의 일치나 기능적인 저작물상에서의 ‘합체의 원칙(merger doctrine) 사상과 융합된 표현에 대하여 저작권의 보호가 주어져서는 안된다는 법칙’이라든가, 시나리오나 희곡 등과 같은 픽션(fiction)물에서 예를 들어 시대적 배경을 상징하는 히틀러의 등장이나 나치완장을 찬 군인을 등장시키는 것처럼 이른바 ‘필수장면(Scene a Faire)’의 경우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저작권법상의 실질적 유사성에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작권 침해에 대한 우리들의 자세
저작권자는 이미 발생한 손해의 배상조치는 물론, 침해 우려에 대해 그 정지나 예방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저작권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권리침해를 원인으로 부당이득의 반환청구나 손해배상 혹은 명예훼손에 대한 원상회복 등을 청구할 때는 불법행위에 따르는 고의나 과실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침해정지청구권의 행사는 고의나 과실의 입증과 같은 주관적 입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저작권이 나아가야 할 방향
하버드 로스쿨의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 교수는 기술현상에 따라가지 못하는 법의 지체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진보하는 기술에 맞춰 저작권법 또한 끊임없이 개정돼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공감한다. 발전하는 기술에 맞춰 저작권자와 이용자가 만족하는 방법으로 정교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저작권법이 입법되고 적용돼야 한다. 즉, 저작자는 저작권을, 이용자는 이용권을 자유롭게 행사해 결과적으로 저작물이 잘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한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다. 두 사람이 사과를 가장 공정하게 나눠먹는 방법은 한 사람이 사과를 자르고 남은 한 사람이 자신이 먹을 사과를 먼저 선택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하나의 사과를 두 개로 ‘나누는 권리’와 ‘선택하는 권리’가 분리된다. 이렇듯 저작권법 역시 저작권과 이용권간의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입법되고 적용돼야 할 것이다.

저자 류종현은 MBC 보도본부에서 30여 년간 재직하면서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로 6년째 저작권을 강의하고 있다. 고려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교에서 “텔레비전 뉴스의 제작요인과 신뢰도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사이버스페이스에서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권의 갈등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 후 서울대학교 전문분야법학연구과정을 수료하였다. 1984년 1월 1일 MBC 보도국에 입사하여 <카메라 출동> 기자, 걸프전 종군기자를 거쳐 워싱턴 특파원을 지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경기도 선거방송 토론위원, 사단법인 융복합지식학회 부회장과 정보법학회 평생회원이다. 2007년 여름부터 한국저작권위원회 교육조건부 기소유예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2011년 법무부장관표창을, 2010년과 2013년에 각각 고용노동부장관표창과 행정안전부장관표창을 받았다. 저서로 『방송과 저작권』(2013), 『현대 저작권의 쟁점과 전망』(2008) 등이 있다.

글 경지영 기자 91abraxas@hufs.ac.kr
사진 서명지 기자 91singpaper@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