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로 세계와 만나다.

2015-12-07

박상문 |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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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문(서양어 · 노어 11)
올해 1월 말 전역한 후 학교 수업을 따라가느라 한창 정신이 없었다. 그러던 중 우리 학교 진로취업지원센터 홈페이지에 ‘하계 태권도 인턴십’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공지를 보게 됐다. 신입생 때부터 우리학교 태권도부 활동을 하며 태권도를 꾸준히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 또한 인턴 파견 장소가 한국이 아닌 미국의 태권도장이었고 숙식, 왕복 항공비가 모두 제공되며 학교에서 추가로 지원금이 나온다는 조건까지 있었다.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외국에서 태권도를 가르치며 영어도 더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에 내겐 더없이 좋은 기회라는 판단을 했고 동아리 부원들과 함께 인턴십에 지원했다. 서류 접수 며칠 후 면접 및 실기 평가에서 지원자들의 영어 의사소통 능력, 태권도 실력 등을 평가했다. 그 결과 운 좋게도 최종 합격을 했고 여름방학 시작과 동시에 출국하게 됐다.
도장은 일리노의 주의 오스웨고(Oswego)와 네이퍼빌(Naperville)에 각각 한 개 씩 있었다. 인턴 사범으로서 기본적인 할 일은 사범님들을 도와 도장 관리, 태권도 수업 등을 보조하는 것이었다. 초반에는 잘 적응이 안 돼 실수도 많이 했지만 직접 수업도 진행해 보고 사범님들께 태권도뿐만 아니라 그 곳의 문화, 회화도 배워 나가며 점점 그 곳 생활에 익숙해졌고 갈수록 일에 재미를 느꼈다. 수업이 끝난 후나 주말에는 근처 시내, 명소 등을 돌아다니며 도장의 학생들 외에도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덕분에 영어 실력 역시 눈에 띄게 향상됐다.
두 번의 지역 퍼레이드 행사에도 참가했다. 인턴 파견 초반에 열렸던 오스웨고 퍼레이드, 그 후 약 한 달 뒤에 열린 몽고메리 퍼레이드에 그 곳 도장 소속의 사범으로 도장의 다른 사범님들, 학생들과 같이 참가했다. 송판 깨기 체험, 태권도 시범 등의 행사를 며칠 동안 준비하고 함께 행사에 참가하며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두 달 간 이러한 활동을 하며 태권도 실력과 영어 능력이 늘었고 다른 문화의 사람들을 대하는 방법도 더 잘 알게 됐다. 낯선 외국의 다양한 사람들이 드나드는 도장에서 먼저 다가가며 그들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이런 발전에는 태권도의 도움이 컸다.
미국에서는 현재 신체 단련뿐만 아니라 예의, 인내와 같은 태권도의 교육적 가치가 점점 인정받고 있다. 이에 따라 태권도를 정식 교육 과정으로 채택하는 학교가 늘어나며 태권도에 대한 대중적 인기 또한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인턴 파견을 갔던 도장만 해도 근처의 초· 중· 고등학교에서 방과 후 태권도 수업 요청이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한 도장에는 태극기와 도장, 우리 학교의 로고가 함께 걸려 있었는데 그것을 보고 우리 학교에 대해 궁금해 하며 물어보고 기회가 되면 꼭 와보고 싶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태권도에 대한 열정 덕분에 한국과 관련된 것이면 일단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해외에서 인지도가 점점 상승하고 있는 태권도와 외국어에 특화된 우리 학교의 특성을 잘 접목하고 태권도 관련 프로그램들을 학교 차원에서 더 추진해 나간다면 학교 홍보와 이미지 향상에도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