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배움터 대동제 주점 설치 풍기문란인가 클린인가 2015-12-07
박은혜 기자 | 90iron@hufs.ac.kr 조회수 697  댓글 0
 
우리학교는 교내에서 원칙적으로 음주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2012학년도부터 시행된 조치로 학내 건전한 축제 문화를 확립하기 위한 방침이다. 이번해 봄· 가을 대동제 기간 역시 주점 설치가 불허하다. 주점 금지 조치 후 주점 허가에 대해 여러 학생들과 학생 대표자들의 지속적인 건의가 있었지만 학교 측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이번해 ‘총장과의 대화’에서도 김인철 총장은 “교문 밖에서 마셔도 될 술을 굳이 학교 내에서 마셔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서울배움터 총학생회(이하 총학)는 이번 가을대동제 기간 중 하루, 주점을 시범 운영해 축제의 분위기를 돋우고 학생들이 스스로 자정작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로 했다. 총학은 합의 없이 주점설치를 강행했고 이에 ‘클린(clean) 주점’을 표방하며 교내주점이 운영됐다. 결국 대동제 종료 후 주점 책임자들은 학칙에 따라 징계 위원회에 회부됐다.


◆주점 금지 3년, 어떤 결과를 가져왔나
교내 주점 설치가 금지되기 전까지 운영됐던 주점 형태는 그야말로 중구난방이었다. 시기와 장소에 무관하게 설치될 수 있어 노천극장(현재 잔디광장), 붉은 광장, 국제학사 앞 등 교내 모든 장소에서 진행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시험기간에도 주점이 설치된 바 있고 학업에 방해를 받은 많은 학생들의 원성을 샀다. 또한 각 단과대학, 학과, 동아리, 학회 등 모든 단위에서 주점을 운영할 수 있었다. 각종 주점들이 난무했으나 정작 이 모든 주점을 관리하는 총 관리자는 없었다. 소음이나 무분별한 음주 후에 생긴 쓰레기, 토사물 등의 뒷정리를 관리, 감독하지 못해 이 역시도 주점 설치의 문제점으로 지적받았다.
주점 금지 조치 시행 후 주점으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는 줄었지만 주점 금지 이후 다른 측면의 문제가 새롭게 대두됐다. 축제의 분위기를 북돋는 역할은 그간 주점이 주축이 됐다. 주점설치가 금지되자 많은 학생들이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로 운영되는 타 대학 축제로 발길을 돌려 우리학교 축제를 퇴화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축제 기간 동안 주점을 대신하는 일일호프로 술집에 자리 값을 따로 지불하는 등 과도한 지출이 생겼다. 일일호프를 열기 위해서는 보통 대관료를 4, 5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지출한다.


◆클린주점 운영, 어떻게 했나
주점 설치 기간은 대동제 기간 중 10월 8일 오후 7시부터 오전 2시까지로 제한됐다. 설치 장소 또한 운동장으로 제한해 소음으로 가장 큰 문제를 겪었던 도서관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관리자 부재의 문제점 역시 총학이 직접 지정한 담당자가 모든 주점을 총 관리, 감독해 책임을 맡았다. 담당자는 김동규(서양어· 노어 12) 서울배움터 총학생회장으로 클린주점의 모든 운영과 총책임을 맡았다.
이번 주점의 전체적인 방향은 지난 5월에 한양대학교의 클린주점 콘테스트를 표방했다. 한양대는 주점의 문제점 중 하나인 뒷정리를 이 콘테스트로 해결했다. 한양대 콘테스트와 비교해 기획내용은 달라졌지만 의도는 흡사하다. 총학생회는 주점 시작 전 클린주점 선언문을 통해 과도한 음주를 예방하고 의의를 되새기기도 했다. 총학 집행부와 축제준비위원회로 구성된 순찰대를 구성해 인문관, 붉은 광장, 도서관 앞 등 교내에서 쓰레기를 수거하고 전체적인 미화를 관리 감독했다. 또한 과음한 학생들을 귀가 시켰다.
그러나 만취로 인한 불미스러운 일은 여전히 발생했다.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학생과 고성방가로 주위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학생들이 있었다. 이에 대해 김동규 총학생회장은 “몇몇 지나친 음주로 문제를 일으킨 것은 유감이지만 개인의 음주를 관리자가 나서서 제한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며 “그렇기에 음주를 단속하기 보다는 음주 후 ‘조치’에 초점을 맞춰 순찰대를 운영하고 총 관리자를 세웠다”고 전했다.
총장의 허가 없이 자체적으로 주점 설치를 진행한 것에 대해 총학은 ‘자치권의 정상화’를 위해서라고 밝혔다. ‘본래 주점은 총학 자치권 영역 내에 있으며 과거의 문제점을 개선해 자정적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총학은 ‘이제 논의단계를 지나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는 뜻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한양대는 왜 클린주점 콘테스트를 기획했을까? 한양대 총학 측은 “주점 후 생기는 뒤처리 문제로 같은 학내 구성원인 청소 노동자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 것”이 계기라고 전했다. 이어 “큰 성과를 기록한 것은 아니지만 주점 후 뒷정리를 확실히 하자는 인식을 심어준 프로그램”이라 자평했다. 한양대 총학은 다음 대동제 역시 클린주점 콘테스트의 뜻을 이어 모든 학내 구성원이 축제기간 동안 깨끗한 캠퍼스를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하는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주점운영은 징계의 대상인가
<설문 내용 예상 - 설문조사에 따라 내용 바뀌어요!>
( 본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교내에서 원칙적으로 음주를 금지하고 있는 것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묻는 질문에 학생들의 답변은 ---로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교내에서 무조건적으로 음주를 금지한다는 것에 대해 근본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음주를 금지한 것은 건전한 교내질서 확립을 위한 것이며 학내 음주로 인한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주점 설치로 인한 피해가 있다고 생각하거나 실제로 피해를 입은 학생은 전체 응답자의 --%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이번 클린 주점 운영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을까? (클린 주점의 의의응답자 중 클린 주점 운영이 깨끗하고 질서 있게 이뤄졌다는 의견은 --%, 주점 설치와 음주로 인해 교내 질서가 문란해졌다는 의견은 --%를 차지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점 설치가 학칙 제10장 제55조 1항 2호(음주행위로 학교질서를 문란하게 할 때 해당 학생을 징계 처분할 수 있다)를 위반했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지난 10월 20일, 김동규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주점 책임자들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징계위원회에는 학생징계위원회장인 학생복지처장, 위원인 교무처장과 단과대 학장, 간사인 학생감동팀장과 대리가 참석했다. 징계위원회에서 총학생회장단은 일주일 정학, 나머지 책임자들은 근신 처분을 받았다. 김동규 총학생회장은 “선언문을 완벽하게 지키지 못하는 등 실무적으로 미흡한 부분들이 발생했지만 납득할 만한 수준”이라며 “그렇지만 학생들 스스로 자정의 목소리를 낸 것과 자치활동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부분에 대해서는 떳떳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은혜 기자 90ir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