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의 이란 방문이 한국-이란의 잠든 우정을 깨울 수 있을까 2015-12-07
장병옥 교수 | 이메일 조회수 476  댓글 0
 
최근 이란 핵협상 타결 이후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우리나라 외교장관이 이번 달 7일 테헤란을 공식 방문해 무함마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과 회담을 갖기로 했다. 14년만의 이란 방문은 한국-이란간 경제협의 증진과 북핵 대화 진전을 위한 긍정적인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까. 또한 한국-이란 외교관계의 복원이 국제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먼저 이란에 대해 소개하면 이란은 페르시아의 5천년의 긴 역사와 전통, 그리고 문화를 이어받아 아랍어가 아닌 페르시아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국가로 아케메네스 왕조(B.C.550-331)의 행정, 문화의 중심지인 파르스(Fars) 지방을 고대 그리스인들이 페르시스(Persis)라고 부른 데에서 유래한다. 하지만 1935년 3월 22일 팔레비 왕조(1925-79)는 ‘아리아인’을 의미하는 ‘아이리아(Ayrya)’에서 파생된 ‘이란’을 국명으로 정식 채택했다. 2500년 이상 지속된 ‘페르시아 제국’이라는 국호를 이란으로 개칭한 것은 올해로부터 불과 80년 전 일이다.
우리나라는 친미 정권인 팔레비 왕정 때인 1962년 이란과 외교관계를 맺고 1967년에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한국 대사관을 설치하며 이란과 교류하기 시작했다. 1973년 제4차 아랍-이스라엘 전쟁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 등 아랍제국이 유럽, 미국 등 서방 국가와 한국, 일본 등 친미국가에 석유를 무기화해 금수 조치했다. 당시 유가가 폭등해 세계경제가 휘청거렸다. 하지만 이러한 오일 위기에 이란은 우리나라에 석유를 공급했고 대중동 건설 붐에 힘입어 우리나라는 막대한 오일달러를 벌어들이며 비약적 경제발전을 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그 답례로 1970년대 중후반 강남에 ‘테헤란로’거리를 만들었고 이란도 테헤란에 ‘서울로’와 ‘서울 공원’을 만들며 이를 양국 간 우호관계의 상징으로 삼았다. 그러나 1988년까지 지속된 이란-이라크 8년 장기 전쟁에서 북한이 이란에 무기를 공급하자 이란과의 관계가 냉랭해졌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후 팔레비 왕정체제에서 호메이니 신정체제로 바뀌면서 친미에서 반미로 완전히 돌아섰다. 새로운 이슬람 정권은 반미반서구 외교정책 노선을 추구한 결과 고립돼 오다가 금년 7월에 핵협상 타결로 36년 만에 국제사회로 복귀했다. 이란 핵문제는 1970년대 초 팔레비 왕조의 샤 정권 때 근대화의 상징으로써 원자력 발전소의 건설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란 핵의혹이 불거진 것은 호메이니 정권이 이슬람 신정체제의 안보차원에서 핵무기 개발에 착수한 1984년부터다. 2002년 이란의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 존재가 폭로되자 2004년 미국은 유럽연합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이란 경제제재에 착수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위협에도 효과가 없자 미국과 유엔은 대이란 금융거래 금지와 무기금수 등의 경제제재를 가했다. 이어 2011년 12월에는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까지 하며 핵개발 자금줄을 조이는 추가 경제제재를 가했다. 당시 우리나라 정부도 이란 멜라트 은행을 포함해 102개 단체 및 개인 24명을 금융제재 대상자로 지정하고 이들과의 금융거래 및 이란산 원유수입을 중단한 바 있다. 막대한 경제적 국익의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우리나라가 중동 최대 무역국인 대이란 제재에 동참한 것은 북한 핵문제와 관련한 안보위협과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란 핵위기가 대두된 지 13년만인 금년 7월에 극적으로 핵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전국에서 수 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환호했다. 서방의 경제제재로 야기된 심각한 경제난과 실업난으로 폭발하기 직전에 놓인 이란 국민의 불만과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이란 정부가 이러한 선택한 것으로 본다. 이란 핵타결은 국제사회를 비롯한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란과 북한의 핵문제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두 사안 모두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과 직결돼 있고 미국-중국-러시아 등 강대국들이 두 핵협상에 공통적으로 참여해왔기 때문에 북한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하다. 북한과 미사일 및 핵기술 커넥션 의심을 받아온 이란이 핵 포기를 결정하면서 이제 핵개발로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받는 국가는 북한만 남았다. 우리나라 외무장관이 이번에 이란을 방문함으로써 한국-이란 경제협력의 증진뿐 아니라 이슬람 세계에 대한 민관합동 외교정책의 수립이 절실히 요망된다. 정부외교 차원뿐만 아니라 민간외교 차원의 교류 확대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현재 이란은 그동안의 경제적 제재로 인해 높은 실업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삼성·엘지·현대건설·현대자동차 등의 우리나라 대기업과 대학에서 이란 연구원과 산업연수생, 유학생을 유치하는 정도가 적절할 듯하다. 또한 이란 남부 사막지대에 리비아와 같은 대수로 건설 및 농업기술 전수가 바람직하다. 문화교류 차원에서는 서울에 이란문화원을 건립하거나 이란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한국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를 교류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와 함께 이란에 한국 관련 전시회나 박람회를 연다면 그 반응이 상당히 좋을 것이다.
이란에 관광산업을 키울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도 좋다. 이란인이 한국으로 오기 위해 비자를 받는 과정은 상당히 까다롭다. 이를 완화하거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란 관광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홍보를 함으로써 이란에 대한 이미지 개선이 이뤄진다면 좋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란에 대해 물어보면 항상 테러와 전쟁이 일어나는 지역으로 오해하고 있거나 위험한 지역으로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상당하다. 그러나 중동에서 이란의 국내 치안이 가장 안전하다. 이러한 이미지만 바꿔도 터키, 이집트, 두바이 등 다른 중동지역 국가로 여행을 떠나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란에도 방문해 수천 년의 페르시아 제국의 문명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란에 대한 편견이 개선된다면 양국의 민간 외교관계가 상호 국익에 크게 이바지할 것은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