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여 명의 시민, 박원순·안철수와 잡담(JOB談) 2015-12-07
김정록 기자 | 91rock@hufs.ac.kr 조회수 1402  댓글 0
 
<서울시장과 신나는 JOB담(JOB談)>이 400여 명의 참가자와 함께 10월 30일부터 31일까지 무박 2일 동안 서울배움터 오바마홀에서 진행됐다. 행사는 현재 우리나라 청년층에게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일자리 문제에 대해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함께 개선책을 마련하고자 서울시에서 기획했다. 행사는 시민들과 일자리 문제에 대해 직접 소통하는 토크콘서트를 시작으로 참가자들의 공모전으로 이어졌다. 토크콘서트는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의원 그리고 방송인 김제동의 사회로 △행복한 잡담(행복한 삶을 위해 바라는 일자리) △착한 잡담(사회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궁금한 잡담(미래에 기대되는 일자리) 총 3개의 주제로 진행됐다.

◆행복한 잡담
‘행복한 일자리는 어떤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에 대해 서울시에서 2000여 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결과 급여 수준의 적절함(26.6%), 직업의 성격(25.0%), 근무환경(20.0%), 합리적인 근무시간(16.1%), 고용안정(14.8%), 복리후생(14.6%), 인격존중(9.4%) 순으로 나타났다.

김나영(서울여대): 중소기업 가운데도 대기업만큼 탄탄한 기업이 있다는 것을 안다. 또 중소기업부터 시작해서 일을 배워나가는 것이 나의 업무능력향상에 도움된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주변 시선은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을 선호하는 것이 사실이다.

박: 대기업은 경쟁률도 치열한 것에 비해 고용은 적다. 중소기업은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많지만 대기업만큼의 급여를 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급여가 대기업과 비교해 적더라도 앞으로 성장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에서 일하며 자신의 업무능력을 키우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 전문성을 기른다면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 데에 더 유리할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서울시에서 탄탄한 중소기업과 구직자를 연결해 주는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안: 통계적으로 보면 중소기업의 급여가 대기업의 급여의 50%다. 그러나 1980년대 통계를 보면 당시 중소기업 급여는 대기업의 90%였다. IMF 이후 지금과 같은 차이가 생겼다. 우리나라는 다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하고 나아 갈 것이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대기업에서 직원들을 차출해 가는 것이 내가 사업을 한 당시의 고민이었다. 처음엔 속상했다. 하지만 고등학교만 졸업한 사람들도 중소기업에서 전문성을 보이면 대기업에서 일하게 되는 것을 보면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 보수가 적더라도 자신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회사라면 중소기업도 나쁘지 않다. 그곳에서 전문가가 되면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고 그 이후엔 대기업을 가든 또 다른 기업을 가든 선택할 수 있다. 좋은 중소기업이 있다면 당장은 보수에 연연하지 말고 일을 하며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좋다.

◆착한 잡담
착한 잡담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채용하거나 돕는 일자리,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일자리 등 착한 일자리를 제안하는 자리를 가졌다.

강현철: 대학에서 배운 공부는 나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학교 밖에서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스펙중심 한국 사회에서 착한 일자리란 무엇일까?

박: 대학 내에서 배우는 학문보다 배낭여행을 다니며 경험한 것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펙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기업에서도 창의적인 인재를 구하기 위해 학점만 잘 받은 사람보다 여행 등을 통해 특별한 경험을 한 사람들을 원한다. 학교에서 시험 잘 보고 학점만 잘 받는 기계적인 인간보다는 본인 스스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생각을 바꾸고 색다른 경험을 하는 것이 더 창조적이고 행복한 인생이 될 수 있다.

안: 자신이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은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이 항상 ‘잘하는 일’은 아니다. 해보기 전엔 모른다. 실제로 어떤 일을 해봐야 그것이 자신에게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 내가 의대 교수를 그만두고 창업할 때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만류했다. 10년쯤 회사 경영을 하니 그제야 내게도 경영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절대 자신에게 맞지 않을 것 같던 길도 막상 해보면 맞을 때가 있다. 그러니 자신에게 기회를 줘봐라. 나와 맞지 않는 길을 알아가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궁금한 잡담
‘향후 10년 새롭게 생기거나 현재보다 더 각광 받게 될 직업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란 물음에 △보건 및 복지(34.4%) △3차 산업(26.0%) △IT 및 미래기술(15.7%) △기타 직종(30.1%)고 대답했다. 사회 고령화에 따라 노인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들이 가장 각광받을 것으로 예측됐다. 3차 산업 일자리에는 상담 및 소통 전문가가 언급됐는데 1인 가구가 많아지고 있는 사회를 반영한 결과다.

박성일(수원대): 미래에 한국사회에서 각광받을 직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안: 통계학을 꼽고 싶다. 통계는 사회 전분야에서 활약한다. 빅데이터, 주식, 경영 등은 모두 통계를 기반으로 한다. 통계는 다른 분야와 함께 어울릴 가능성이 높다. 다른 분야를 꼽자면 IT 소프트웨어다. 자동차를 만들 때도 비행기를 만들 때도 가장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다. 100세 시대가 다가오는 지금, 평생 한 가지 직업으로 살아남기는 힘들다. 다른 전공을 가진 사람들도 평생교육원 등을 통해 통계나 IT의 전문성을 어느 정도 확보해 두면 분명 빛을 볼 것이다.

윤정환(강원대): 앞으로 생길 직업도 중요하지만 점점 사라져가는 직업에 대한 생각도 해야한다. 사회약소층의 직업들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 발전에 의해 사라지는 일자리에 대한 방안은 무엇인가.

안: 기술 발달로 로봇을 도입 하게 되면 단순 제조업 일자리는 사라질 것이다. 로봇을 이용하면 적은 오류와 낮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 해결방법이 있다. 첫 번째로는 평생교육원 활용이 필요하다. OECD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는 중·고등 교육 투자는 1위다. 반면 평생교육에 투자하는 것은 꼴찌다. 즉 졸업한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의 교육에 투자하지 않고 중·고등학생인 자녀들에게만 투자한다는 것이다. 대학구조조정으로 정리된 대학을 평생교육시설로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다음으로는 EBS 방송을 활용하는 것이다. EBS를 학생들만 시청하는 방송이 아니라 전연령으로 확대해 평생교육의 매체로 활용해야한다. 이런 방법으로 재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청년일자리 문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문제다. 전 세계가 겪고있는 문제고 어떤 나라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다. 하지만 청년일자리 문제만 해결되면 모든 일이 해결될 것이다. 출산율, 노인복지도 해결된다. 그러므로 국가 총력을 다해 청년일자리 문제에 집중해야한다.

◆24시간 동안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일자리를 고민했다.
400여명의 참가자들은 70여 개 조로 나뉘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민했다. 팀별 활동에서는 ‘노년층 노동력 방치’, ‘경력단절 노동 인구 일자리 창출’, ‘은퇴인구와 청년의 연결’, ‘외국인 노동자 및 이민자 교육센터 건립’ 등의 아이디어가 나왔다.
행복한 잡담, 착한 잡담, 궁금한 잡담 총 3개 부문 70여개 팀의 아이디어는 각 4분씩 발표와 24명의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통해 수상작을 가렸다. 1등 서울시장상, 2등 KEB 하나은행상, 3등 대학총장상 각각 3팀씩 총 9팀이 수상했다. 1등 수상팀은 ‘잡누리’(열악한 중소기업의 복지 플랫폼 활성화), ‘디키’(디지털 개인정보 삭제 프로그램), ‘코할랄’(국내 무슬림을 위한 이슬람식 율법 정보 제공 웹페이지 운영) 으로 3개 팀은 앞으로 서울시 일자리정책 청년자문단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김정록 기자 91rock@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