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을 읽다] 시리아 난민 사태, 유럽 그리고 딜레마.

2015-10-08

경지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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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 하의 내전과 이슬람 국가(IS)의 시리아 침공이 겹치면서 시리아를 떠나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이 늘고 있다. 또한 이와 유사하게 불안정한 국내 정세와 빈곤 문제로 북아프리카를 경유해 해로를 통해 유럽으로 들어오는 아프리카 난민의 행렬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난민의 유입은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과 경제적 불안정으로 유럽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그러나 9월 2일, 목숨을 걸고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찾아가던 난민들의 고난, 특히 세 살배기 어린 아이인 쿠르디의 죽음은 유럽 사회의 여론을 크게 흔들었다. 이를 계기로 많은 유럽의 국가들이 난민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고 국제 사회는 이러한 변화를 환영하고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난민 수용에 긍정적인 독일은 난민에 대한 부담을 유럽 각국이 나누길 원하고 영국과 동유럽의 국가들은 이러한 제안에 부정적인 반응이다. 국제 사회는 난민을 환영하는 쪽에 지지를,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국가에는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국제 사회의 반응은 적절할까? 제 3자의 입장에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며 지나치게 문제를 단순화하고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를 제기하고 있지는 않은가?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비난만 하고 있지는 않은가?

유럽, 특히 제국주의 식민지를 영유한 국가들의 난민 정책은 식민지 수탈을 보상한다는 정치적 의무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았고 과거 식민지의 정치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때 난민들은 과거 종주국으로 향했다. 하지만 대부분 국가의 정책이 그렇듯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도의적 고려뿐 아니라 경제와 정치적 이익의 논리가 난민 정책을 결정짓는 요소이기도 하다. 현재 독일과 함께 난민 할당제를 찬성하는 국가들에 대해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국제 사회는 독일의 결정에 지지를 보낸다. 그리고 경제적인 문제가 있는 동유럽 국가들과 달리 부유하면서도 난민 수용에 부정적인 영국과 스위스 등의 국가에 대해 이기주의적 행태라며 비판하는 여론이다. 특히나 경제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그리스가 난민 수용에 긍정적인 입장으로 부유한 국가들의 행태는 더욱 이기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이러한 반응은 정치경제적 요소를 고려치 않고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히 그리고 단기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스와 같이 힘든 상황에서도 난민을 수용하자는 입장은 존경받아야 하지만 과거 난민 수용에 적극적인 역사를 가진 국가들과 저임금 노동 포화 문제로 사회 불안이 심화되고 있는 국가들의 상황도 존중받아야 한다.

영국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상황을 좀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2010년 보수당이 집권여당이 되기 전까지 13년 동안의 노동당 집권기에 영국은 난민 수용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이는 역사적으로 식민지였던 아프리카와 중동의 국가 출신 난민만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었다. 단적인 예로,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탈북 난민 수용에 있어서도 유엔난민기구(UNHCR)의 난민/망명 통계에서 영국은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북한과 인접한 동아시아 국가도 아닌데 이런 기록을 세운 것이다.(대한민국 헌법상 북한은 국가로 인정되지 않으므로 탈북 새터민들은 정확히 난민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당장 북한과 직접 충돌 중인 미국도 탈북 난민 수용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 많은 수의 탈북 난민들이 난민 수용에 관대하고 경제적으로 발전된 영국으로 향했고 런던 남부의 한인 타운인 뉴멀든(New Malden)과 인근 킹스턴(Kingston) 지역에만 수백 명의 탈북민들이 거주하게 됐다. 현재의 독일이 난민 수용에 적극적인 것 이상으로 영국은 난민 정책에 긍정적이었다.
다만 이에는 현실적인 고려가 충분히 존재했다. 노동당이 어려운 계층에 대한 인권 존중의 기치를 내걸기도 했지만 영국의 경제가 이들을 수용하기에 적합한 것도 작용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 2012년 런던 올림픽을 대비하면서 인프라 건설과 편의 시설 확충을 위한 저임금 노동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이후 난민뿐 아니라 다른 방식의 이민을 통해 저임금 노동력이 과잉 공급되고 이러한 이민자 집단과 기존 노동자 집단이 저임금 시장에서 경쟁하는 관계에 놓이면서 영국인들의 난민에 대한 시선은 싸늘해졌다. 그리고 2009년 이후 세계금융위기로 인해 영국은 긴축재정 정책을 시행해야했고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힘들어졌다. 급기야 2011년 난민을 포함한 이민자들에 대한 분노는 런던 폭동으로 분출됐다. 폭동의 원인은 흑백 갈등이었지만 점차 이민자 사회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으로 전개됐다. 1,2세대 소수인종 이민자들과 유학생들이 폭행의 주 표적이 된 상황을 본다면 영국 사회의 노동 시장 문제가 얼마나 심화됐는지 알 수 있다. 높은 최저 임금 체계를 가진 영국이지만 그러한 최저 임금을 받는 시간제 일자리를 갖기 위해선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독일과 달리 제조업 비중이 적은 영국은 저임금 노동시장에서 노동력의 공급을 조절해야 한다. 현재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수상의 난민 수용 반대 입장은 저임금 노동 시장의 포화로 인한 사회 불안에 따른 것으로 영국을 비판할 수만은 없다.

그렇다면 우리학교 학생들은 이 유럽 난민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정답은 없겠지만 국제화된 세계에서 한 지역의 고통과 어려움은 반드시 다른 지역과 세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므로 ‘유럽’의 문제만으로 치부하지 않아야 한다. 나아가 함께 고민하고 고통을 분담하려는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북한 난민 문제에서도 적용된다. 북한 난민 문제에 당장 한국과 중국 등 인접국뿐 아니라 다른 멀리 있는 국가들도 함께 참여하고 탈북 난민들을 돕고 있다. 서로 도우며 현재의 유럽의 어려움을 타개할 때 다른 지역의 힘든 상황을 유럽도 도울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난민 수용에 부정적이라고 이들을 비판하고 유럽과 레반트 지역(동지중해 연안 지역)만의 문제로 치부하면 안 된다. 전향적인 관점에서 이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과거의 공헌을 인정하며 우리가 난민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을 작은 것이라도 찾아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의 난민 지원에 대한 정책적 건의나 모금뿐 아니라 수용국들의 난민들을 위한 자원봉사활동도 여기에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