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킹의 나라 #노르웨이

2015-10-08

나참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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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에 도착하기 전 여느 때처럼 카우치서핑(Couch Surfing)을 시도했다. 그리고 도착한 당일 아침, 베르겐(Bergen)에 사는 토르(Thor)로부터 자신의 집에 묵어도 좋다는 메시지가 왔다. 도미토리(공동숙소)가 3~4만원하는 북유럽에서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기 위해서는 소파(Couch) 하나하나가 절실하다.

우여곡절 끝에 토르를 만나 집 구경을 했다.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북유럽의 블랙 앤 화이트 모던인테리어를 드디어 만났다. 노르웨이는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일조량도 적고 비도 많이 와서 단조로운 무채색 계열의 인테리어를 많이 쓰는 듯하다. 하나 더,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것은 연어다. 세계 최다 연어양식장이 있고, 수출량 또한 어마어마하다. 물가가 비싼 이곳에서 연어는 그나마 저렴한 식재료인 것이다. 토르는 환영식사로 연어구이를 해줬다. 담백하고 자극적이지 않게 만든 가정식. 이 따뜻함은 후끈한 난방이 아니라 나눔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집에서 도심부로 나오는데 많은 연구단지와 공대생들이 눈에 띈다. 토르에 의하면 대부분 석·박사까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한다. 노르웨이의 제2도시답게 도서관 시설이 정말 좋다. 노르웨이는 피오르드 지형이 많아 폭포를 이용한 수력 에너지로 싼 값에 전기를 쓸 수 있고 덕분에 전력소모가 많은 알루미늄 공업도 발전했다. 제조업도 상당한 수준이다. 토르는 선박공학 관련 일을 하는데, 노르웨이의 조선업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1등은 한국이야.” 왠지 해외만 나오면 꿈틀대는 이 팔불출 애국심.

해질녘에 맞춰 베르겐이 내려다보이는 플뤼엔(Floyen) 산에 올라갔다. 케이블카가 있지만 살 떨리는 값을 지불하지는 못하고 걸어가며 노을을 즐겼다. 좀 더 천천히 내려오고 싶었지만, 텃세를 부리는 듯한 바닷바람이 추워서 사진만 찍고 바로 열차에 몸을 실었다.

토르의 출근시간에 맞춰 나와 나는 구드방겐(Gudvangen)행 버스를 탔다. 교통카드를 보여주니 공짜로 탈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지만 사실은 그 버스와 번호만 같은 시내버스였다. 한 시간이나 엉뚱한 방향으로 달리고 나서야 알아챘으니, 내가 타려고 했던 구드방겐행 첫 차는 이미 저 멀리 떠났다.

다시 제대로 된 구드방겐행 버스를 탔다. 구드방겐에 혼자 내려 무심하게 버스를 보내고 선착장으로 갔는데 피오르드를 지나다니는 페리가 없다. 바로 앞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물어보니 비수기라 페리가 하나밖에 없다고 한다. ‘아차!’싶어 다시 정류장으로 돌아와 버스를 체크해봤지만 버스도 하루에 세 대뿐, 다음 버스는 6시간 후에나 있다. 숙소를 예약해둔 피오르드 반대편의 플롬(Flam)까지는 차로 40여분. 배낭을 메고 걸어가면 하루가 걸리는 거리다. 게다가 중간에 2km짜리 터널이 두 개나 있어 위험천만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눈발이 내리기 시작한다. 위기다.

나참솔(상경·경제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