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민전 장소·일정 변경 그것이 알고싶다

2015-10-08

유시현 기자 | 91qhdodb@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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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민속문화축전(이하 세민전)은 대내외적으로 우리학교를 알리며 다양한 나라의 언어를 배우고 문화를 연구하는 최고의 축제다. 여의도 물빛광장이라는 큰 무대에서 진행돼 온 세민전은 올해 글로벌배움터 노천극장에서 진행된다. 25년의 전통이 있었기에 이번 세민전에 학생들이 거는 기대치는 높았다. 각 학회들은 지난 여름방학 때 갑작스레 △장소 변경 △일정 변경 △전통성 △홍보효과에 대한 내용을 전달받았다. 한 학회장 A씨는 “현재 우리가 공연하는 노래와 춤에 애착이 많다”며 “학교에서 전통성을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하지만 노래나 춤을 바꾸기는 어렵다”며 불만을 표했다. 기자가 강수현(국제지역·프랑스 12) 세민전준비위원회(이하 세준위) 위원장과 윤성우 글로벌배움터 학생복지처(이하 학복처)장을 만나 세민전에 대해 학생들이 가졌던 오해들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노천극장으로 장소가 변경된 이유
-학회원들 사이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장소가 갑작스레 변경된 것이다. 세민전은 지난해까지 일반 시민들도 즐길 수 있는 여의도 물빛광장에서 개최됐다.

·글로벌배움터 학복처장(이하 학) : 세민전은 서울배움터에서 주최하는 모의유엔총회와 등가한 행사다. 총장님이 세민전 컨텐츠를 마음에 들어 하셨고 더 큰 무대로 가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하셨다. 세준위 위원장에게 큰 무대에서 할 수 있는 기획을 짜오라고 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위원장이 한 판단에 따라 학복처와 세준위 위원장이 협의해 장소를 노천극장으로 결정했다.

·세준위 위원장(이하 세) : 사실상 외부에서 평가하는 세민전 학회 공연은 학과 장기자랑 수준이다. 이런 공연으로는 대한민국 중심 무대인 서울 시청으로 갈 수 없다. 외부에서 보기에 비판적인 시선이 있다는 뜻이다. 서울 시청에 가려는 기획을 5월에 시작했는데 춤이나 노래를 바꾸기에는 굉장히 늦은 시기였다. 춤이나 노래를 바꾸려면 여름 방학 때 연습을 해야 하는데 지방에 내려간 친구들이 많았다. 방학 중에 학교에 불러 연습시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방학을 제외한 한 달 동안 춤, 노래 바꾸는 건 힘들었다.

-그동안 학회들은 수많은 연습량으로 몇 십 년에 걸쳐 꾸준히 학회를 유지해왔다. 세민전이 학과 장기자랑 수준이라는 것은 이러한 학생들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 아닌가

·학 : 자기 과에 속한 문화나 전통을 선배들에게 전수 받아 무대를 서는 것은 상당히 좋은 전통이다. 또한 개별과 공연만을 보면 완벽하다. 그러나 전체를 놓고 보면 과별 공연을 합쳐놓은 것 이상의 어떤 종합적인 내러티브를 찾기가 쉽지 않다. 실상 10년, 15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내용적으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이런 준비 과정에 학교가 직접 개별 과들의 의견을 듣는 커뮤니케이션이 과정이 있었다면 더 좋았겠다 싶다. 개별 학회를 다 만나게 되면 학복처의 의도와 달리 간섭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아이디어를 제시하되 학생자치기구인 세준위에 학생들과 이야기하는 과정을 전적으로 맡겼다.

◆‘전통성’ 이야기 왜 나왔나
·세 : ‘전통성’은 내 입에서 나온 소리다. 서울 시청에서 공연하면 전문가들과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올 것이다. ‘세계민속문화축전’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공연을 하는데 실제적으로 학회들 공연이 민속 공연이라기보다는 민속 의상을 입고 겉보기에 화려해 보이는 동작의 춤을 추는 공연이나 다름없다. 깊게 따져보면 민속, 문화와는 거리가 있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 흑인 친구들이 탈춤 춘다고 탈을 쓰고 자기들 민속춤을 추는 그런 모양새와 같다. 외부의 시각에서 굉장히 많은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획사에서 전달받은 입장이기도 하다. 기획사와 같이 이야기하면서 전문적인 춤을 따오는게 좋겠다는 얘기가 나와서 전통성이란 말을 쓰게 됐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세계민족무용연구소 최미연 상임연구원이 직접 세민전에 출전하는 학회들의 지난 영상을 봤다. 그녀는 “일반인들이 춤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동영상을 보고 따라서 추는 것에 대해 완전히 전문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하지만 다른 나라의 춤을 몸으로 익혀보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일뿐더러, 외국인이라 할지라도 반복적으로 춤을 연습하면 세밀한 부분까지 따라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우리 학교 학회들의 ‘전통성’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왜 ‘홍보효과’가 없었나
<2013년 기사>
또한 열린 무대에서 진행된 축제인지라 길 가던 수많은 시민들의 발길도 붙잡았다. 공연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함께한 허현(19) 양은 “세계 여러 나라들의 공연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어 좋았다”며 “기회가 된다면 다음 해에 다시 와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세민전에 많은 사람이 참석했던 것과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던 데는 열심히 준비한 여러 재학생들의 열정과 세민전 준비위원회원들의 땀이 있었다.
<2012년 기사>
김민희(충남서산시, 36세)씨는 “불꽃축제를 관람하러 왔다가 우연히 세계문화체험부스를 발견했다.”며 “정말 신선하고 색다른 경험을 해서 좋았다.”고 말했다.
<2011년 기사>
행사를 관람한 시민 정영태(서울시 관악구)씨는 “세민전에 대해 모르고 왔지만 인도 부스에서 전통문양을 몸에 그리는 체험을 하는 등 아이들이 특히 즐거워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세민전에 관련한 지난 외대학보의 기사들엔 시민들의 인터뷰가 항상 포함돼 있다. 그들은 지나가다 보러오는 일반 시민이지만 세민전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그동안의 세민전은 여의도 불꽃축제와 겹쳐 많은 인파가 들렀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학교에선 어떤 기준으로 ‘홍보효과’가 없다고 판단한 것인가.

·학 : 노천극장에서 하나 여의도 물빛광장에서 하나 관객은 주로 학교 내부 사람들이다. 지나가는 행인이 있고 없고의 차이일 뿐이다. 제대로 ‘홍보효과’를 조사하려면 초대자와 예약자 참석 여부를 확인한 후 공연을 본 사람들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 설문까지 해야 한다. 그동안의 세민전은 이런 과정 없이 일반 시민들이 지나가다 보러오는 정도였다. 이 상황에 많이 왔다고 접근하면 어떤 이야기든 다 할 수 있다. 또한 그동안의 세민전은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을 만한 테마와 설명이 부족했다. 이번 세민전은 시간, 아이디어, 기획력, 장소 등의 준비기간이 부족해 생긴 문제로 보인다.

◆‘예산 문제’는 아니었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번해에 예산이 없어 세민전이 노천극장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결론적으로, 세민전의 날짜가 갑작스레 10월 6일로 변경된 것에 대해서도 많은 학회들이 불만을 제기했다. 학교가 예산을 안 줘서 이런 것인가.

·학 : 예산에 대해 와전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절대 예산엔 문제없다. 서울 시청에 나갈 정도가 되면 총장님께 요청해서 특별 추가 예산을 받아 진행할 수 있다. 오히려 지금의 수준에 만족하지 말고, 글로벌배움터의 진정한 존재감을 알릴 수 있는 행사를 더 큰 판에서 제대로 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서울 시청에서 했다면 기존의 저음질 문제를 라이브 세션들을 섭외해 해결하려 했다. 이러한 지원을 아낌없이 해주겠다고 했지만 기획안에 따라 지금 당장 시행할 수 없다고 세준위만 아니라, 총학생회와도 함께 논의하여 결론 내렸다. 이번 세민전에 CJ기획팀도 붙여줬다. 이번 해 세준위에서 2100만원을 공연비용으로 가져간다. 정기총회와 날짜를 붙여서 하는 이유는 장비 비용이 이보다 더 들기 때문에 총학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다.

-학생들이 정기총회에도 비슷한 예산이 들어가는데 경품추첨, 간식 제공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있다. 세민전에는 같은 예산을 쓰면서 장비가 업그레이드 된 것 말고는 없냐는 항의도 있다.

·학 : 정기총회에는 교비뿐 아니라 자치회비도 별도로 들어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번해 쓰지 않는 예산은 다음해에 더 의미 있게 사용될 것이다. 다음번에 큰 무대에 선다면 억이 넘는 돈을 지원받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이번해 쓰이지 않는 예산이 이월된다 해도 동일한 행사에 투여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이번에 쓰지 않은 2000만원은 학교 총액에 남는 돈이므로 내년 학복처 관련 예산을 책정할 때 심도있게 고려하여 세민전을 위해 확대 집행토록 노력할 것이다.

<실제로 기자가 확인해본 결과>
한국외대법 재무회계규정 2장 제15조 (예산의 이월 사용) 지출 예산 중 경비의 성질상 이월시켜 사용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항목에는 취지를 예산서에 명시하고 이월시켜 사용할 수 있다.

◆앞으로의 대안
·세 : 날짜가 뒤로 옮겨져 학회원들이 춤 연습 그만하고 싶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학회원들과 직접 만나 얘기 나눠 12개 학회 모두 참여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사회자를 mc처럼 바꾸는 등 대본을 더 열심히 짰다. 무대 장비와 공연 영상도 지난해보다 더 나아졌다.

·학 : 통일성 있게 하나의 완성된 공연으로 만들고 싶다. 이번 세민전에 대한 불만은 학교 기획의도를 위원장, 학회장, 학회원에게 전달하는 상황에서 생긴 문제다. 이번 세민전이 끝나고 다음 세민전을 위해 정리하는 시간을 갖겠다. 다음해 1월 혹은 2월부터 기획사를 정해 공연 내용도 같이 논의할 것이다. 또한, 세민전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연습량도 고려해 봉사학점을 인정해 주는 것을 교무처와 협의해 보겠다. 원래 학점인정도 추진하던 사항이었지만 서울 시청에 서지 못하게 되면서 무산된 것이다.

유시현 기자 91qhdodb@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