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대인이 만난 세계] #카우치서핑#친구들#성공적

2015-09-22

나참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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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돼서야 맥주에 빠진 닭 마냥 푹 절어서 기차역으로 돌아왔다. 햄버거 가게 한켠에서 혹시나 1)카우치 서핑 호스트에게 연락이 왔는지 체크했다. 다행히 뮌헨 근처 뉘른베르크에 사는 마리아에게 언제든지 환영이라고 연락이 왔다. 뮌헨 기차역에서 밤을 지새우고 뉘른베르크로 이동했다. 내가 도착한 시간이 이른 아침인데도 기차역에 픽업을 나왔다. 독일에 다시 한 번 감동.

오래된 광장 주변으로 늘어선 시청과 건물들. 그리고 겨울로 들어서는 문턱의 서늘한 공기가상쾌하다. 광장에 작게 차려진 작은 무대는 주말마다 유치원 학예회나 꼬마들을 위한 연극을 한다. 꼬마들이 천사와 악마 복장을 입고 재잘재잘 대사를 외워대는 것이 귀엽다. 100년이 넘은 교회와 건물들은 생각보다 깔끔하게 보존됐다. 관광객의 손길에 군데군데 닳은 그림과 부조장식들도보였지만 분위기는 한 세기 전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집에 돌아오니 마리아의 10년 지기 친구, 미리엄이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간다고 자신의 이별파티에 나도 초대했다. 지평선으로 떨어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얘기를 나눴다. 고층 아파트의 옥상에서 테이블을 펼쳐 놓고 소시지를 구워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우연히 나치이야기가 나왔다. 미리엄의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독일 사회는 이에 대해 전반적으로 상당한 죄책감을 느끼고 학교에서도 지속적으로 가르친다고 한다. “독일은 나치기만 봐도 부끄러워 눈을 들 수 없을정도로 과거를 교육시켜”라고 마리아가 말했다. 갑자기 대한해협 건너에 있는 인면수심의 나라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독일의 복지에 관련해서도 얘기했는데, 사람들은 많은 세금을 내더라도 사회보장시스템이 좋아서 높은 세율에도 거의 불만이 없다고 한다. 어차피 자신들도 대학등록금을 거의 안내고 다녔고, 노후가 불안하지 않게 해주는 안전망이 생기는 것이라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밤이 깊어가고 마지막 맥주병이 비워질 즈음 미리엄의 이사가 마무리가 됐다.

학생들의 도시, 드레스덴은 체코 프라하를 거쳐서 갔다. 프라하에서 드레스덴 가는 버스는 아침, 오후 두 편 밖에 없어 저녁 즈음 드레스덴에 도착했다. 카우치 서핑 호스트, 마틴의 아파트까지는 4km정도 거리였다. 트램을 어디서 타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지도를 보고 걸어 1시간 즈음 걸려 도착했다.

마틴과 아파트를 쉐어하는 2)플랫메이트 안드레아, 제이콥, 눈이 섹시한 티나, 이탈리아에서 온 말리사가 함께 날 반겼다. 모든 것이 생소한 타국에서 친구집에 놀러 온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니. 마틴 만세! 마침 저녁시간이라 말리사의 까르보나라를맛 볼 수 있었다. 이탈리아사람이 직접 해주는 파스타는 정말 맛있다.밤에는 마틴의 친구 파비앙의 생일파티가 있다고 해서 따라갔다. 파티 거절은 예의가 아니다!하지만 게르만족 이십여 명이 북적대는 곳에서 독일어를 못하는 사람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한쪽에서는 맥주를 10개나 쌓아놓고 3)비어퐁을 신나게 하고 있어서 망설임 없이 참전했다. 결과는 대참패. 베를린 맥주의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는 베를리너들의 기상에 위장에 알코올만때려 붓고 돌아왔다.

나참솔(상경·경제 09)

1)현지인은 여행자들을 위해 자신의 공간을 제공하고 여행자들은 이들이 제공하는 거처에 머무르는 일종의 인터넷 여행자 커뮤니티
2)룸메이트, (아파트를 함께 쓰는) 동거인
3)테이블의 양쪽에 놓인 맥주 또는 물로 채워진 컵에 탁구공을 테이블의 양쪽에서 던지는 술자리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