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학기 408개 강의 폐강… 학생, 교수, 학교에게 ‘폐강’이란?

2015-09-22

김정록 기자 | 91rock@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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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 초 새로운 마음으로 수업에 임하는 것도 잠시 학교는 수강신청변경으로 시끌벅적하다. 수강신청변경기간 이후 수강인원 기준에 미달한 강의는 폐강되기 때문이다. 학생은 선택한 강의가, 교수는 자신의 강의가 폐강될까 걱정한다. 본 기사에서는 폐강제도에 대해 알아보고 학생, 교수, 학교 측의 입장을 들어본다.

◆학생에게 ‘폐강’이란?
개강 후 우리학교 페이스북 대나무숲은 수강신청에 관한 글로 가득했다. 수강신청기간이 막바지로 다다르자 수강인원이 부족해 폐강될 위기라며 인원을 채워줄 것을 부탁하는 글도 심심찮게 등장했다.

김기환(통변역·스페인어 08) 군은 실용외국어영역 시사영어를 수강신청했다. 그는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고 교재를 구입했다. 그러나 그는 첫 수업이 끝난 직후 폐강소식을 들었다. 그는 “폐강소식을 본격적으로 수업이 진행되기 전에 미리 알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이미 사용한 교재는 환불할 수도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수강인원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폐강하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빼앗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혜지(경상·경영 11) 양은 졸업을 앞둔 4학년으로 이번 학기 이중전공인 일본어 과목만 수강하면 된다. 하지만 선택한 수업이 정원미달로 폐강돼 기존에 생각했던 시간표가 아닌 다른 강의를 수강해야만 했다. 신 양은 “졸업을 앞둔 시점이라 준비할 것이 많은데 수업시간표가 갑자기 바뀌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은 “학과에서 폐강을 막기 위해 수강신청 변경을 요구해왔다”며 “듣고 싶은 강의를 듣는 것은 학생의 권리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본지에서 8일부터 10일까지 시행한 설문조사결과 ‘폐강으로 인해 불편함을 겪은 적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 총 응답자 502명중 321명(63.94%)이 ‘있다’고 답했다. 폐강으로 인해 겪은 불편함은 총 응답자 431명 중 “강의 변경 시 원하는 강의나 시간이 맞는 강의가 없을 경우 처음에 계획한 학점을 이수하기 어렵다”가 189명(43.85%)으로 가장 많았다. “수강인원이 적으면 폐강될까봐 강의를 듣고 싶어도 수강할 수 없다”가 158명(36.66%)으로 두 번째였다. 기타 응답으로 “폐강소식이 늦게 공지돼 혼란스러웠다” 등이 있었다.

◆폐강기준과 현 실태
<그래프 1> 참조
우리학교는 지난 학기부터 적정 수준의 효율적인 수업관리와 대학평가지표 개선, 강의실 여건 개선 등을 목표로 강화된 폐강제도를 도입했다. 기존 방침으로는 전공과목의 경우 각 학과 입학정원의 10% 미만인 강의가 폐강됐다. 하지만 폐강기준 변경 후 입학정원의 구분을 30명 이하, 31~50명, 51명 이상으로 나눠 수강생 수가 각각 5명, 8명, 10명 이하인 경우 폐강에 해당된다. 분반 개설시 입학정원에 상관없이 수강생이 10명 이하일 경우 폐강된다.

<표1> 참조
변경된 폐강기준은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이번 학기 폐강된 강의 수는 양 배움터 총합 408개 강의로 (서울212 글로벌196) 지난 학기에 336개 강의(서울166 글로벌170)가 폐강된 것에 비해 72개 강의가 늘었다. 기존 폐강기준을 적용하던 2014학년도 1학기에 폐강된 강의 71개(서울37 글로벌34)와 같은 해 2학기 86개(서울56 글로벌 30)에 비하면 그 숫자가 확연히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교수에게 ‘폐강’이란?
폐강의 피해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들에게도 미친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교수는 직접 학생들에게 개별적으로 전화해 특정과목의 수강인원을 채워줄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또 다른 교수는 “과도한 폐강으로 학생들의 강의 선택폭이 줄어드는 것은 문제”라며 이는 “학생들의 강의선택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덧붙여 “토론형식의 수업은 적당한 학생의 수가 효율적인데 과도한 폐강으로 학생들이 몰리면서 너무 많은 학생들과 수업을 하게 돼 강의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학교 측에게 ‘폐강’이란?
김기일 글로벌배움터 학사종합지원센터(이하 학종지) 과장은 “한정된 예산에서 강의 수만 무한정 늘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김 과장은 폐강기준 적용에 관해 “졸업예정자 학점취득에 필요한 대체불가 과목, 전임교원 담당강좌 등에는 폐강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덧붙여 “개강 직후 어수선한 분위기에 수강신청변경과 폐강이 몰려 학생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다”며 “학교 측에서도 수강신청을 1, 2차로 나누는 등 더 효율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폐강으로 인해 학문이 다양성을 잃고 획일화 된다는 문제에 대해 안경호 글로벌배움터 학종지팀장은 “우리학교에서 수강하지 못하면 다른 학교와 학점 교류를 통해 수강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과도한 수강인원이 강의의 질을 저하시킨다는 문제에 “우리학교는 다른 학교에 비해 소수강의가 많은 편”이라며 “수강인원이 20명 이하인 강의가 전체의 50%를 넘는다”고 답했다. 또한 안 팀장은 “학생, 교수, 학교 측의 입장이 각각 다른 것이 사실”이라며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정록 기자 91rock@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