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강 제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인가 학습권 침해인가

2015-09-22

박은혜 기자 | 90iro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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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강 제한 논란
우리학교는 지난해 12월, 2014학년도 2학기 성적평가방식을 전 과목 상대평가 방식으로 변경했다. 뿐만 아니라 전체학기 중 재수강 가능횟수를 5회로 제한하고 재수강 학점 상한 역시 최대 A학점으로 변경해 재수강 관련한 성적지침도 대폭 변경했다. 지난 2월 25일 전체교수회의를 통해 2015학년도 1학기 성적평가방식 최종안과 재수강 관련 사항이 확정됐다. 이에 학교 측은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더 나은 평가와 학교 이미지 개선을 위해 이러한 방향을 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학구조개혁평가 항목 중 정량지표였던 ‘성적 분포의 적절성’이 삭제되고 ‘엄정한 성적 부여를 위한 제도’라는 정성지표에 합쳐졌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대학평가 방향이 선회됐기 때문에 결국 무리한 성적평가방식변경이 당위성을 잃은 것 아니냐는 논란이 계속됐다.

이런 상황에서 총학생회(이하 총학)와 학교 측은 상대평가와 재수강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왔다. 그 결과 재수강 관련 성적지침은 표의 내용과 같이 완화됐다. 그러나 완화된 사안에 대해서도 우리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학생들의 찬반양론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 재수강을 많이 해 놓아야 한다’, ‘어쨌든 횟수도 늘어났고 시행 시작도 다음해로 미뤄졌으니 좋은 것 아니냐’며 바뀐 사안에 동의하는 학생들이 있는 반면 ‘15학번이나 앞으로 입학할 신입생들의 학습권은 이대로 박탈당해도 괜찮은가’, ‘너무 눈앞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나중을 고려하지 않는 것 아니냐’며 문제의식을 갖는 학생들의 의견도 다수다.

또한 양 배움터 총학은 입을 모아 재수강 횟수가 ‘6회’로 변경된 것은 총학과의 충분한 논의 없이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사안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성원(통번역 · 중국어 12) 글로벌배움터 총학생회장은 “1학기가 끝난 뒤 바로 시작한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이 가장 불만을 가진 부분이 재수강”이라며 “양 배움터 총학생회 모두 재수강 횟수제한에 대해 회의적이며 제한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으나 학교 측이 6회로 늘리겠다는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표1> 사진 참조

◆바뀌고 또 바뀌고
8월 28일 성적평가방식에 대한 재협상이 이뤄졌다. 양 배움터 총학과 교무처장, 학생복지처장이 자리한 협상에서 재수강과 관련한 성적지침이 다시 확정됐다. 이는 지난 2월 성적평가방식이 바뀐 이후 여섯 달 만에 다시 변경된 것이다. 더불어 탄력적 상대평가 방식인 B유형이 폐강 기준과 맞물리는 문제에 대한 논의도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아직 바뀐 성적평가방식이 완전히 정착됐다고 보기 어렵다. 한꺼번에 무리하게 바꿔놓은 방식은 큰 혼란을 야기했고 아직까지도 학사제도 변경을 겪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불만처럼 이 모든 것이 대학구조개혁평가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우리학교의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은 언론에 회자되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다. 2014학년도부터는 더욱 심해져 ‘한국외대는 학점을 퍼주는 학교’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 것을 우려한 학교 측은 이를 개선하고자 평가방식을 좀 더 엄중하게 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이 과정이 이번 대학구조개혁평가와 맞물리면서 더욱 더 큰 논란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학교 측과 총학 측의 입장은 동일했다. 김미자 서울배움터 학사종합지원센터팀장은 “학교 공지사항에도 있지만 평가방식 변경의 본래 목적은 학교 이미지 개선을 위한 것이 분명하다”고 전했다. 김동규(서양어 · 노어 12) 서울배움터 총학생회장 역시 “평가방식 변경은 이미 지난해 중순부터 시작됐다”며 “이는 학점 인플레이션으로 언론사의 대학평가나 교육부 평가 등에서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기 때문인데, 대학구조개혁평가로 더욱 가속화돼 상대평가 소급적용과 같은 사태가 벌어진 부분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하위등급에서 A등급으로… 성적평가방식 변경이 미친 영향은?
학교 측은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가 나오기 전, 우리학교는 하위등급으로 평가될 것으로 예상되며 그 불이익이 학생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이유로 학생들의 협조를 구했다. 그러나 결과를 열어보니 우리학교는 A등급이었다. 어떻게 된 것일까?

결론적으로 성적평가방식 변경은 평가에 거의 영항을 미치지 않았다. 단지 ‘성적추이’라는 정량지표가 삭제되면서 점수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또 다른 이유는 애초 교육부에서 교육여건 중 △전임교수 확보율 △교육비 환급률 △교사 확보율의 세 가지 정량지표에서 만점을 받아야 A등급이라고 한 바가 있었지만 그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바뀐 A등급의 기준은 모든 지표를 합산한 ‘전체점수’가 95점 이상일 경우다.

이에 대해 홍순혁 평가감사팀 팀장은 “모든 지표에서 만점을 받아야 하고 학사제도를 더욱 엄정히 시행하는 것을 요구해 하위등급을 예상했었다”며 “다른 대학에 비해 성적평가 방식과 재수강 제한이 엄격하지 않아 대학구조개혁평가가 아니더라도 제도를 바꿀 필요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은혜 기자 90ir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