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사회에 퍼진 몰래카메라 우리학교도 방심할 수 없다 2015-09-22
서명지 기자 | 91signpaper@hufs.ac.kr 조회수 3243  댓글 0
 
최근 사회적으로 몰래카메라(이하 몰카)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직접 몰래 촬영하는 행위를 넘어 육안으로 식별 불가능한 몰카까지 곳곳에 숨겨둬 우리를 불안에 빠뜨린다. 게다가 ‘워터파크 몰카’에서도 볼 수 있듯 여성이 직접 돈을 받고 대신 촬영해주는 사례도 등장했다. 이 여파는 대학들도 피할 수 없었다. 몇 달 전 우리학교 글로벌배움터 도서관 화장실에서 의문의 남학생이 여자화장실에서 몰래 촬영을 하다가 붙잡힌 사례가 보도되기도 했다. 몰카 범죄가 얼마나 교묘하게 이뤄지며 과연 우리학교는 안심할 수 있는지 해결책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 불법 몰카, 너는 무엇이냐
초기의 불법 몰카 범죄는 지하철 같은 공공장소에서 상대방의 은밀한 부분이나 사적인 부분을 몰래 촬영하는 행위를 일컬었다. 하지만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몰래카메라 범죄는 정도를 넘어섰다. 공공장소를 넘어 사적인 공간인 화장실, 탈의실에서도 이뤄질 뿐만 아니라 촬영 수단과 방법까지 교묘해지고 더 치밀해졌다. 돈으로 양심을 판 워터파크 몰카녀 사건, 고시촌을 돌며 욕실 창문을 통해 자취하는 여자의 알몸을 촬영한 30대 과외교사 사건, 국내 대형 IT기업의 여자화장실에서 같은 회사 동료를 몰래 찍으려다 적발된 사건 모두 사태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워터파크 몰카 사건의 피의자 최씨가 사용한 몰카는 겉보기에는 평범한 휴대전화 케이스지만 SD카드장착은 물론 고화질 촬영이 가능한 위장 카메라였다. 이처럼 몰래카메라는 단추, 안경, 시계, 넥타이 심지어 나사의 모습으로 위장해 일상생활에서 식별이 불가능해졌다. 이같이 평범한 사물로 위장된 몰카는 우리의 일상 속 곳곳에 숨어 있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누구나 손쉽게 위장된 몰카를 손에 얻을 수 있어 우리는 언제, 어디서, 누가 찍는지 알 수 없는 공포에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 우리학교는 안전지대인가
우리학교는 외부인 출입이 쉽고 출입관리가 허술한 편이다. 그렇다면 몰래카메라에 대한 우리학교 학생들의 인식과 실태는 어떠할까?
본지는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우리학교 학생 5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우리학교는 몰래카메라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하는가?’ 질문에 안전하지 않다고 대답한 비율은 84%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교내 치안에 대해 우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몰카 범죄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장소는 화장실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84%로 가장 높았으며 도서관, 샤워실, 24시간 개방되는 건물이 그 뒤를 이었다. ‘학교 내에서 몰래카메라 혹은 도촬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적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 이었나?’는 질문에 ‘도서관 1층 화장실에 몰카가 설치돼서 그 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된 것을 봤다’는 다소 충격적인 대답도 있었다. ‘우리학교도건물 내 몰래카메라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가?’의 마지막 질문에 ‘있다’라고 대답한 비율이 89%를 차지해 몰카에 대한 학생들의 우려와 조치의 필요성이 크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위 사진 참조>

5월 15일 글로벌배움터 내 여자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던 한 여학생은 수상한 낌새를 느꼈다. 누군가 칸막이 아래로 카메라를 몰래 들이밀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여학생이 이를 바로 눈치 채 범인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범인이 우리 학교 학생이었다는 사실이 더욱 충격을 안겨줬다. 이번 달 10일에도 교양관 계단에서 외부인이 학생들의 신체를 몰카로 촬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는 곧바로 현장에서 체포돼 용인동부경찰서로 연행됐다. 아직까지 학교 내에서 변형된 이동식 몰카가 발견된 사실은 없지만 몰카가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보장할 수 없다. 학생들은 안전이 보장돼야 하는 교내 또한 범행 장소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 일상이 범행의 장소가 되는 몰카, 그 해결책은?
몰카 범죄에 대한 전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자 경찰은 대대적인 몰카 단속에 나섰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8월 31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변형된 몰카의 생산, 판매, 소지 등을 제한하는 법안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몰카 범죄를 신고할 경우 2000만원 이하의 신고 포상금을 지급하고 경찰 신고 앱을 만들어 제보를 유도하는 수단을 마련할 계획이라 했다. 또 몰카가 취약한 장소에 특별수사대를 전담배치하고 추가적인 잠복근무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난 7월 홍익대학교 서울캠퍼스 홍문관 1층 여자 화장실에서도 몰카가 발견돼 학생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처럼 타 대학들의 학내 몰카 문제들은 이미 언론에 보도되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몰카 문제가 심각해지자 덕성여대는 학생들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18시간에 걸쳐 학교 내 몰카 유무를 확인했다. 학교 보안을 담당하는 교내보안업체가 외부 장비를 대여해 전문적으로 검사를 실시했고 덕성여대에서는 몰카가 발견되지 않았다. 뒤이어 이화여대, 동덕여대도 학생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곧 몰카 탐지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우리학교는 피해 방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범죄 방지를 위한 교내 CCTV에 관해 디지털서비스팀에 문의해 본 결과 사회과학관, 인문관, 교수학습 개발원은 화장실 문 앞에, 그 외 다른 건물들은 화장실 근처 곳곳에 CCTV가 설치돼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에 선발된 서울배움터의 외대사랑순찰대와 글로벌배움터의 hufs폴리스도 치안을 위해 활동해 몰래카메라의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만약 몰카에 노출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생활이 노출될 뿐만 아니라 토렌트와 성인사이트를 통해 빠른 시간 내 무한 복제·유통되기 때문에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 또 몰카 탐지 장치를 직접 들고 다닐 수 없는 노릇이기에 몰카를 근절하기 위한 확실한 해결방안을 찾기 더욱 힘들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은 주변의 위험을 스스로 인지하는 것뿐이다. 익명처리를 요청한 한 학생은 “요즘 화장실만 들어가면 불안한 마음에 위나 옆을 살펴 보게된다”며 “생리현상조차 마음 편하게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억울하다” 고 불만을 토로했다. 익명처리를 요청한 또 다른 학생은 “개인 차원의 노력만으로 예방은 최우선이 될 수 없다”며 “더 큰 피해가 나오기 전에 우리 학교도 사후 피해 대처뿐만 아니라 사전 피해 예방에도 특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서명지 기자 91signpaper@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