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진리

2015-09-22

경지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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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라섹 수술을 했다. 안경을 쓰는 사람이라면 으레 겪는 불편함 때문이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 다르다고, 수술을 하러 갈 때는 잘 보이기만 하면 된다는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수술 후 서른 시간이 넘도록 잠조차 잘 수 없는 고통을 겪으면서는 내가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했나 후회가 됐다.

그 때 엄마는 내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마이너스 시력이었던 눈이 좋아지려고 수술을 했는데 하나도 아프지 않고 좋아질 줄 알았어?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렇다. 나는 너무 쉽게 얻으려고 했던 것이다. 라섹 수술뿐 아니라 삶에 있어서도 그런 태도를 가져온 것이 아니었을까. 그동안의 화려한(?) 전적들을 되새기며 반성했다. 벼락치기로 시험공부를 하면서 성적이 잘 나오길 바랐던, 노력하지 않고 타인의 성취를 부러워했던 날들. 수술을 계기로 쉽게 가려는 마음이 고개를 내밀 때면 엄마가 해주신 말씀을 떠올린다. 씨를 뿌리지 않고 열매를 수확하려는 어리석은 농부가 되지 말자고 외치면서.

학보사 기자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많은 유혹에 시달렸고 이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쉽게 가자는 마음이 튀어나오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기획·심층 기사, 인물·학술 기사, 칼럼 등 다양한 형식과 폭넓은 주제를 다루는 글을 작성하다보면 지름길로 갈 수 있는 법은 없나 고민하게 된다. 왕복 4시간을 통학하며 기자 교육을 받던 지난 방학에도 육체적·정신적 에너지가 고갈되면서 수없이 갈등했다. ‘내가 버틸 수 있을까, 그만둘까 말까’라는 고민만 며칠을 반복했다. 그만두는 방법이 가장 쉬운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쉬운 방법을 선택하면 누구보다 내가 제일 먼저 안다. 만족스럽지 못한 글이 나오고 자괴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어렵게 쓴 글에서도 나의 한계를 직면하고 좌절하긴 하지만 ‘더 노력할 수 있잖아’라는 마음을 누르고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니까. 학보 기자로 활동하는 것 역시 어려운 길이지만 한 달이 넘는 걸음마 시기를 떼고 발행한 개강호를 바라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30일이라는 진통과도 같던 준비의 시간을 보내고 갓 태어난 아이를 품에 안은 어머니의 마음이랄까. 사전 취재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는데 그 과정 역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시간이었다.

라섹 수술 후 몇 년이 지난 지금, 엄마의 말씀을 다시 떠올려본다. 그래, 세상에 공짜는 없다. 삶의 진리와도 같은 이 말을 가슴에 새긴다. 어려운 길을 가는 것은 힘들지만 그 과정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잊지 말자. 학보 기자로서, 학생으로서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주체로서 사서 고생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내가 되기를.

경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