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를 말하다] 화평굴기의 이상(987호)

2015-09-22

나준영 독자위원 |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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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준영(영어·영어 14)
서울배움터 독자위원

외대학보 2학기 독자위원으로 글을 열게 돼 기쁘고 영광스럽다. 칭찬은 때로 감언이설이다. 진정한 친구일수록 날카로운 충언도 아끼지 않는다. 부모가 아이의 잘못을 꾸짖음은 미움이 아닌 사랑의 발로이듯 독자위원은 애정으로 비평에 임하려 한다. '비난'이 아닌 '비판'이요, 외대학보를 사랑한다는 외침이다.

지난 986호는 커다란 발전을 보여줬다. 단순 정보를 나열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소상한 전문 정보와 전문가의 견해가 적절히 포함됐다. 학교 안팎을 아우르는 다양한 심층 보도에 대한 큰 호평이 있었다. 열정페이 논란, 졸업준비위 운영의 문제 상황, 학내 부적절한 포교 활동의 실태 등 여러 기사에서 취재진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열정이 돋보일 뿐만 아니라 대학생이 처한 구조적 현실을 잘 보여줬다. 특히 등록금 카드납부에 관한 기사는 피상적으로 알려진 쟁점임에도 구체적이고 분명한 자료와 정보를 제공했다.

그러나 등록금 카드납부 기사에서는 이와 관련해 불이익을 받은 사례 등 구체적인 학생의 경험이나 견해가 드러나지 않으며 학내 포교활동 기사의 경우 당초 계획과 달리 한 종교에 치중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용어 선택의 엄밀성과 만평을 포함한 그림 자료의 수준 제고 또한 요구된다. 단지 구색을 갖추려는 시도는 도리어 부적절한 강박으로 작용한다. 또한 학생 기고문을 보다 높은 비율로 편성한다면 외대학보가 학내 구성원 간의 소통에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학생 개인이 가진 정보를 광범하게 공유할 수 있는 장(場)으로 기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질박한 글이라도 청춘의 열정을 담아낼 수 있다면 학내 언론의 엄중한 위상을 새롭게 구가할 수 있을 것이다.

'평화를 위한 전쟁은 없다'는 기자의 말은 울림이 있다. 그러나 화평굴기(和平崛起)의 비전은 건전한 긴장과의 공존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학내 언론의 본령(本領)은 학생과 닿아있다. 우리학교의 역동적 발전에는 열렬한 토론과 고민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성숙한 평화와 발전적 긴장의 '황금비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