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하는 기자] ‘기자’라는 이름의 무게

2015-09-03

윤수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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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 진학한 이후 맞은 첫 여름방학이 끝났다. 학기 내내 시험공부와 과제에 치여 방학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터라 두 달이 넘는 긴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들떠 있었다. 하지만 누구를 만나고 또 어디로 여행을 가볼까 설레는 고민도 잠시 이내 이 모든 것을 깔끔하게 접을 수밖에 없었다. 바로 학보사 기자교육 일정이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드라마 속에 나오는 멋진 기자의 모습이 머지않았다는 막연한 기대로 교육에 임했다. 하지만 현실을 깨닫기까진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예를 들면 제안서가 바로 그렇다.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을 담은 제안서가 선행돼야 한다. 몇 차례의 피드백을 거쳐 제안서가 통과되면 그때서야 본격적으로 취재에 돌입하는 것이다. 그만큼 제안서는 기사의 뼈대를 잡는 기본이다. 필자에게 가장 힘들었던 것은 바로 이 ‘기본’인 제안서였다. 소재가 떠오르기라도 하는 날엔 ‘그나마 다행이다!’를 외쳤지만 그건 아이디어에 그쳤을 뿐,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제안서를 데스크에 올리는 일이 반복됐다. 성의 없는 제안서가 통과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 집에 돌아가면 다시 새로운 제안서를 써야한다는 스트레스로 친구와 오래도록 수다를 떨면서 마음의 짐을 덜어보려 했다. 그렇게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심정으로 보낸 하루하루가 지나 정기자 임명을 받고 정말 취재를 하는 날이 왔을 때 ‘기자’라는 이름은 오히려 빼앗아 입은 남의 옷 마냥 불편한 것으로 남았다.

기자로 처음 기사를 쓰는 이번 호 준비도 물론 어려웠다. 취재처에서 무엇을 물어보고 어떤 내용을 기사에 담아야 하는지 걱정만 늘어가던 와중에 문득 ‘껍데기는 가라’의 시구를 되새기게 됐다.
‘껍데기는 가라/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만 가라/껍데기는 가라.’
기자 명함을 받았다고 모두 기자라고 할 수 있을까? 겉모습을 흉내 낸다고 본질마저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은연중에 ‘나는 그저 평범한 새내기일 뿐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기자의 껍데기만 따라했으니 모든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건 당연하다. 물론 필자가 ‘기자’임과 동시에 ‘학생’이라는 것을 부정하는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기자’로서의 모습은 조금 더 진지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이 일을 너무 가볍게 여긴건 아닐까 반성하게 됐다.

고작 열 두면짜리 신문의 무게는 바람에도 쉽게 날릴 만큼 가벼울지 모른다. 하지만 신문에 담긴 기자의 고민과 책임은 결코 가벼워서는 안된다는 것을 마음에 새긴다.

윤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