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너머 듣는 교양] ‘적절한 비례감’이 ‘황금비율’로 공식화되기까지 : 유사과학과 만들어진 전통

2015-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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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수 (미네르바 교양대학·글로벌 소통과 배려 강의)

높이는 모두 같고 폭은 제각각인 직사각형이 총 48개 있다. 출처: 마리오 리비오(Mario Livio), 권민 역, <황금 비율의 진실 : 완벽을 창조하는 가장 아름다운 비율의 미스터리와 허구>, 공존, 2011. p.273 이중에서 어떤 사각형이 가장 아름답다고 느껴지는가? 고른 사각형이 황금비율의 사각형인가? (정답은 다음 면 하단) 혹시 황금비율 사각형이 아니었다고 해서 낙심할 필요는 없다. 미적 감각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미적 관습에 젖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역으로 말하면, 황금비에 맞는 사각형을 골랐다면 대단한 미적 감각의 소유자라고 할 수 있지만 동시에 기성의 미적 관념에 함몰된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마리오 리비오(Mario Livio)는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부터 최첨단의 패션디자인에서까지 수없이 언급되는 황금비율이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지 않은 허구라고 주장한다. 피타고라스 학파의 수학 이론, 르네상스 예술가들의 미술작품, 근대 유럽 학자들의 저작물 등을 통시적으로 살펴보면서 ‘적절한 비례감’이 ‘황금비율’의 공식으로 둔갑하는 과정을 분석한다.

마리오의 주장에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할 필요는 없지만 황금비율에 대한 논쟁을 가져온 이유는 황금비율이 만들어 지는 과정을 통해 ‘전통과 현대’라는 주제를 생각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통은 일반적으로 한 민족이 내세우는 자랑스러운 물질적, 정신적 유산으로 논의되지만 기존의 담론을 벗어나서 과학 분야에 적용해 보자. 전통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역사적으로 형성·축적되어 계통을 이루며 전해 내려오는 사상·관습·행동 따위의 양식 또는 그 핵심을 이루는 정신’이다. 이를 바탕으로 적정한 비례감이 황금비율로 고착되는 양상을 서구의 비의적, 유사과학적 전통이 근대 이후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경우로 해석한다.

주제를 ‘전통과 미래’로 약간 바꿔 황금비율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스마트폰이 대세인 우리 시대에 머지않아 황금비율의 사각형은 가로형에서 세로형, 즉 1:1.618에서 1.618:1로 바뀌게 되리라는 예측을 해본다. 세로 사각형이 된다고 세상이 크게 달라질까? 생활 속의 경험을 한 예로 들면, 가로 사진에서는 등장인물과 더불어 주위 환경도 많이 고려되는데 이제 세로형의 사진에서 관심사는 인물이고 인물 중에서도 얼굴이다. 셀카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이제 기존의 인간-중심적인 문화는 얼굴-중심적인 문화로 바뀌고 배경으로나마 존재했던 환경은 아예 우리의 관심 바깥으로 사라질 것이다. 이렇다면 테크놀로지의 변화로 보는 형식이 바뀌고 보는 형식이 다시 세계관에 영향을 끼치는 셈이다.

이상이 여덟 개의 주제 중 ‘전통과 현대’라는 주제에서 다루려는 내용의 일부분이다. 가능하면 ‘전통과 현대’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하되 여기에 한정하지 않고 세계화, 미래, 미디어, 환경 등 다른 주제와도 연관 지어 생각해보고자 한다. 이밖에 다른 주제는 강의실에서 하겠다. 활기찬 신학기를 기원한다.

정답: 네 번째 줄의 왼쪽에서 다섯 번째가 황금비율에 따라서 그려진 사각형이다.

그림출처: 마리오 리비오(Mario Livio), 권민 역, <황금 비율의 진실 : 완벽을 창조하는 가장 아름다운 비율의 미스터리와 허구>, 공존, 2011. p.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