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카드납부제, 지금 우리학교는? 2015-09-02
윤수연 기자 | 91alicia@hufs.ac.kr 조회수 1426  댓글 0
 
◆개강이 두렵다
매 학기 개강과 함께 등록기간이 다가오면 학생들과 학부모의 한숨은 늘어간다. 이번 해 기준 우리나라 사립대의 1인당 연평균 등록금은 약 735만원으로 한 학기에 300~400만원의 목돈이 필요한 꼴이다. 아르바이트로 스스로 등록금을 마련해야 하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금액이 아닐 수 없다. 시간 당 최저임금을 받으며 주말을 제외한 학기 중과 방학동안 하루 4시간씩 일을 해도 한 학기 등록금조차 벌 수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목돈 마련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일부 대학은 ‘등록금 카드납부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이는 일부 대학에 국한된 내용일 뿐이다. 학생들의 금전적 부담을 일시적으로나마 덜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우리학교를 포함한 많은 대학이 이에 대해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등록금 카드납부에 대한 대학과 카드사 측 입장
대학 측이 등록금 카드납부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수수료 때문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이란 대출, 할부, 신용카드 등 여신전문금융업(與信專門金融業)을 관리·감독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여신전문금융업(與信專門金融業)이란 신용카드업, 시설대여업, 할부금융업, 신기술사업금융업을 통틀어 말하는 것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신용카드 결제로 발생하는 수수료는 신용카드 회원이 아닌 가맹점이 지불해야 한다. 2012년에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의 개정으로 대학교 또한 대형 가맹점에 포함되면서 카드결제시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가 금액의 1%에서 2.18%까지 증가했다.
우리학교의 입장도 역시 동일하다. 고진영 재무회계팀장은 수수료 부담으로 카드납부제를 시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2~3%의 수수료가 학교 입장에선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대학알리미가 공시한 2014년 기준 우리학교 연평균 등록금은 711만 7400원. 이 금액을 학생들이 카드결제 했을 때 학교 측이 부담하는 수수료는 1인당 약 15만원이다. 전체 재학생을 8000명으로 놓고 이 중 30%의 학생이 카드납부를 한다고 가정하면 대학은 3억 6000만원의 수수료를 은행에 지불하게 된다. 이러한 학교의 재정부담은 고스란히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져 오히려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또한 은행과 타협해 수수료를 낮추더라도 시간이 지나며 수수료가 인상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학교 측은 카드납부의 편리함과 학생들의 부담에 대해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고진영 팀장은 "카드납부가 시행된다면 학교의 입장에서도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며 "수수료 부담이 줄어든다면 충분히 시행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카드사 측은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근거로 수수료 타협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학이 다른 결제 업무에는 주거래은행을 통해 카드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등록금에만 수수료를 이유로 카드결제를 거부하는 것은 법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또한 대학만 수수료를 면해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날뿐더러 규정에도 맞지 않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카드납부제를 둘러싼 이야기
하지만 예외는 존재하는 법이다. 건국대학교는 학교 측과 카드사(삼성카드)의 합의로 가맹점 수수료를 1% 대로 낮췄다. 중간에 수수료가 오르기도 했을까? 건국대 재무팀 관계자는 "시행 첫 해보다 수수료가 인상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법적으로 규정된 수수료보다 낮게 책정해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등록금에 한해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은 몇 년 전부터 계속돼왔다. 지난 6월에도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해 공공성을 근거로 대학등록금에 한해 가맹점 수수료를 면제하고자 했다. 또한 대학등록금 카드납부제 활성화는 2015년 교육부 정상화 과제 중 하나다. 이를 위해 이번 해 하반기부터「고등교육법」개정을 통한 가맹점수수료율(1%미만) 인하를 추진하고 있지만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서울배움터 총학생회가 등록금 카드납부제 도입을 공약으로 제시한 것에는 이런 사회적인 배경이 있었다. 김동규(서양어·노어 12) 서울배움터 총학생회장은 "대학에 한해 수수료를 1% 이하로 낮춰주자는 사회적인 논의가 있어 학교 측에서 수수료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공약을 내걸었지만 진전이 거의 없는 상황"이며 “이번 겨울이나 다음 해 여름에나 제도를 도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입장을 드러냈다.


◆대안은 없을까
학교에서 제시한 카드납부의 대안으로는 '등록금분할납부제도'가 있다. 고진영 팀장은 등록금분할납부제도에 대해 할부이자가 없어 카드납부보다 좋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알고 있는 학생은 많지 않다. 또한 모든 학생이 등록금 분할납부를 신청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내문에는 신청 대상을 ‘가계곤란자’로 명시해 학생들의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우리학교의 등록금분할납부제도는 교육부가 규정한 최대 4회의 분납 횟수를 지키고 있지만 빠르면 2~3주마다 분납 기간이 돌아오기 때문에 금전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완벽한 대안으로 보기 어렵다.

윤수연 기자 91alicia@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