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종교는 안녕하십니까

2015-09-02

경지영 기자 | 91abraxas@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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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 Y양은 수업을 마치고 걸어가던 중 한 사람에게 설문조사를 부탁받았다. 조사지에 이름과 휴대폰번호를 남긴 그녀는 얼마 뒤 우리학교 특수어과에 재학 중인 동갑내기 M양과 설문조사 담당자를 만났다. 이후 둘은 종종 만나 밥을 먹으며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졌다. 어느 날 M양은 Y양에게 성경 공부를 제안하고 강의실로 데려갔다. 그 강의실에는 Y양뿐 아니라 여러 학생들이 참여 중이었다. 그 이후 Y양은 M양이 자신에게 전도활동을 한다고 의심했다. 이를 눈치 챈 M양은 의심할 만한 일은 접은 채 다시 일상적인 관계로 접근했다. 1년이 지나고 M양은 Y양에게 함께 여행을 제안했다. 관광버스를 타고 새벽 5시에 도착한 곳은 얼핏 보기에도 집회지 같았고, 놀란 Y양은 M양과 연락을 끊었다. 이후로도 M양의 끊임없는 연락에 수신거부를 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고 교내에서도 M양을 피해 다녀야만 했다.
이는 실제 사례다. 이처럼 언젠가부터 교내에서 학교 생활 설문조사나 심리테스트, 동아리 가입 등을 미끼로 포교활동을 하는 종교 단체들이 늘고 있다. 이외에도 일반적인 관계 접근을 통해 학생들을 미혹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단체들은 가랑비에 옷 젖듯 눈치 채 못할 체계적인 접근과 교육으로 학생들을 강제 개종하려고 한다. 이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지식의 장이 돼야 할 교내 배움터마저 전도의 대상지로 전락해 학생들에게 불편함과 피해를 준다. 이러한 종교 단체들 중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신천지예수교회(이하 신천지)’의 교묘해진 포교 수법과 피해 사례에 대해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하고자 한다.

◆‘신천지’의 정체는 무엇인가

신천지의 정식 명칭은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으로 비교적 최근인 1986년에 등장한 신흥종교다. 이들은 ‘추수꾼’이라는 비밀 요원과 정보원을 침투시켜 강제 개종을 유도한다. 주로 유명 단체를 사칭해 설문조사·성격검사 등으로 접근을 시도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수집된 개인정보를 이용해 포교하거나 3~10명이 한 팀으로 거짓 시나리오를 구성해 특정인을 미혹하기도 한다. 이들의 목표는 전도를 통해 14만 4천명의 신도 수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달성해야 신도들이 영생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신천지의 신도들은 거짓말을 하는 것에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 성경 구절을 근거로 ‘뱀같이 지혜롭게 거짓말을 하라. 이리를 잡으려면 이리 옷을 입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배우기 때문이다.

◆대학 내 포교활동, 어떻게 이뤄지는가

외대학보에서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우리학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교내 포교활동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Y양처럼 교내 배움터에서 종교 단체의 포교 활동을 경험해 본 학생들은 응답자 372명 중 292명인 78.5%에 달했다. 종교단체들의 포교 활동 방식은 ‘사칭이나 직접적인 접근을 통한 말걸기’와 ‘설문조사나 UCC감상에 대한 참여를 유도하기’였다. 알고 지내던 선후배나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가 포교활동을 한 경우도 있다. 포교활동이 가장 빈번하게 이뤄지는 장소는 서울배움터의 경우 본관 앞, 나무계단, 붉은 광장 주변이었고 글로벌배움터의 경우 공학관, 후생관, 명수당 근처였다.
교내뿐 아니라 동아리역시 신천지로부터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국내외 신흥종교운동 및 이단사이비운동에 대한 정보를 교회와 사회에 제공해 종교관련 문제들의 예방 및 재발방지를 돕기 위해 설립된 ‘현대종교’에 따르면 서울배움터 내에서 신천지 신도들이 다양한 형태의 동아리 가입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글로벌배움터에서는 신천지에서 학기마다 설문조사를 실시하거나 포스터를 게시한다. 실제로 2013년도 신입생 신체검사 당시 신천지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신천지의 포교활동은 비단 우리학교뿐 아니라 다른 대학에서도 문제되고 있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신천지는 전남대학교에서 동아리연합회(이하 동연)를 장악했다. 이후 5개의 기독교 동아리를 ‘유사한 기독동아리가 많다’는 이유로 제명시켰다. 또한 자신들에게 불리한 안건이 상정되면 정기 회의를 개회하지 않았다. 이후 2004년 9월 동연장은 신천지 신도임이 드러나 탄핵됐다. 뿐만 아니라 지난 해 신천지 관련 기사를 실은 전대신문 7000부를 도난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공주대학교에서는 최소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이상 벽화·홈베이킹·치어리딩·탁구 동아리처럼 기독교와 상관없는 동아리 중에서도 신천지의 위장동아리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고, 공주지역 신천지 신도 가운데 절반 가량이 공주대 학생이란 사실도 알려졌다. 신천지가 장악한 공주대 동연은 기독교 동아리들이 대자보를 붙이거나 행사를 여는 것을 방해했다. 또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맞춰진 ‘동아리평가제’를 실시해 다른 동아리들을 제명하는 등 횡포를 일삼았다.

◆학생들이 공격적인 포교활동의 대상이 되는 이유

그렇다면 신천지가 대학생들을 공격적인 포교활동의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무엇일까? 신천지 피해자들이 모여 만든 대책기구인 신천지대책연합의 관계자에 따르면 신천지는 전도 대상자를 A급, B급, C급으로 나눈다. 그 중 생활이 궁핍한 사람들은 이 대상에서 제외되고 60세 이상 노인이나 장애인 역시 C급으로 분류된다. 특히 “대학생은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타인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고 시간이 많으며 외부 활동을 하기에 가장 왕성한 신체적·정신적 에너지를 갖고 있다”며 “신천지에서는 이러한 대학생들을 A급으로 분류해 접근한다”고 신천지대책연합 관계자는 말했다.
노길명 고려대학교 종교사회학 교수는 대학생들의 앞날에 대한 불안과 그에 따른 무기력감을 또 다른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가정을 비롯한 사회적 연대의 약화도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며 “사회적 통합성이 약화된 상태에서는 초월적 능력이나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것으로 여겨지는 교주에 의지하거나 강한 집단응집성을 지닌 신종교집단에 투신해 불안감이나 무기력감을 해소하려는 경향이 늘어나게 된다”고 분석했다.

◆신천지의 포교활동, 왜 문제인가?

신천지의 포교활동이 문제가 되는 이유에 대해 여러 단체와 개인이 의견을 밝혔다. 먼저 신천지대책연합 관계자는 “신천지는 목표대상이 마음을 열 때까지 정체를 밝히지 않고 개인적인 관계로 접근하거나, 종교성을 띄지 않는 것처럼 위장한 동아리를 통해 목표대상 개인 정보를 파악하여 포교활동을 펼친다”며 “이 방식은 학생들을 기만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문제”라고 꼬집었다.
신천지 피해학생은 “신천지 교리에 세뇌당한 학생들이 본인이 당한 거짓말로 다른 학생들에게 전도활동을 한다”며 “이는 제2, 제3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특히 신천지는 학업포기, 가출, 이혼, 가정파탄과 같은 2차적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학교 인권동아리 ‘이퀄리버티’는 “인권은 언제나 당하는 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라며 그들의 입장에 따르면 아무리 의도하지 않은 행동이라 하더라도 당하는 이가 성적인 수치심을 느끼면 ‘성추행’이 성립하듯 아무리 선한 의도의 선교라도 학생들이 불쾌함을 느끼거나 강제 개종을 당한다고 느끼면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현대종교’는 개개인의 학생들이 신천지에 대해 잘 알고 조심하는 방법을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주장한다.

1.동아리, 꼭 확인해보기
기독교 동아리 가입을 하기 전에는 우리 학교에 있는 기독교동아리연합이나 선교단체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또한 누군가의 종교적인 접근이 의심스럽다면 전문기관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전문기관에는 1989년 설립돼 캠퍼스에서 활동하는 이단 및 사이비에 대하여 공식적인 대응기구 역할을 하는 학원복음화협의회(02-838-9743)가 있다. 또 다른 기관으로는 올바른 신앙생활 지향을 목적으로 이단 문제에 앞장서는 현대종교(02-439-4337)가 있다.

2.신천지로 향하는 첫 걸음, 성경공부
신천지로 향하는 첫 단계는 검증되지 않은 ‘성경공부’다. 성경공부를하기 전 선교단체에 가입했다면 간사님에게 허락을 받고, 만약 가입하지 않았다면 출석 교회 목사님께 허락을 구하면 된다.

3.일반적인 포교법 숙지하기
①등굣길이나 교내에서 전도지나 설문지를 나눠준다.
②동아리를 만들어 신입생을 모집하거나, 선교단체에 잠입한다.
③도서관 앞에서 태블릿PC로 동영상을 보여준다.
④선교사, 목사, 전도사 등 목회자를 사칭한다.
⑤미술치료, 애니어그램, MBTI 등으로 심리상담을 한다.
⑥신앙상담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소개한다.

*설문조사를 하더라도 전화번호는 적지 말자. 대학교에서 설문조사에 응할 때, 상대방이 개인정보를 요구하면 거절해야 한다. 이를 미끼로 관계를 쌓아 성경공부를 유도하는 사례가 많다. 설문조사를 할 때는 주관단체에 대해서 파악해 두어야 한다.

*세미나, 강연, 특강등으로 위장행사를 열 수 있다. 위장행사는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나중에 ‘성경공부로 유도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출처 : 현대종교

경지영 기자 91abraxas@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