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대인이 만난 세계] #옥토버페스트 #친구들 #성공적 2015-09-02
김정록 기자 | 91rock@hufs.ac.kr 조회수 947  댓글 0
 
프라하에서 일주일을 더 지내며 체코맥주에 눈을 떠 갈 즈음 독일에서 그 유명한 맥주축제,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바로 기차에 올라타 예약한 숙소도 없이 무계획으로 나왔다. 뮌헨역에 내리자마자 맥주 향이 물밀듯이 몸을 휘감았다. 도시 전체가 맥주에 잠긴 듯한 느낌이었다. 예약도 없이 숙소를 찾아 나섰지만 역시 없었다. 거리마저 사람으로 넘쳐나는데 있을 리가. 매해 6백만 명이 즐기는 세계의 축제답다. 기차역 한편에서 침낭 하나만 덮고 자던 사람들이 왜 그리 많았는지 이제야 이해가 갔다. 오늘은 나도 그들 옆에 한자리 해야겠다. 짐은 기차역 캐비닛에 넣고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옥토버페스트는 2천여 명이 들어가는 큰 텐트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 주변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인력거가 사람을 실어 나른다. 거리의 사람들을 보자니 중세유럽에 온 것 같다. 맥주축제의 기원이 된 1810년 이래부터 입어온 독인 전통 복장이라고 한다. 사실 이 축제의 참 맛은 의상에 있다. 각 지방을 대표하는 복장을 한 이들과 있으면 과거여행이 현실이 된다. 한번 입어볼까 하고 기웃거려지만 값이 정말 비싸다. 천연가죽으로 만들어져 때문에 최소 200유로 정도다. 깔끔하게 포기했다.

무작정 독일맥주 하나만 바라보고 혈혈단신으로 왔더니 전쟁터에 혼자 나온 기분이었다. 기죽지 않고 현지인이 많다는 올드바이젠이라는 텐트로 들어갔다. 대부분 삼삼오오 축제를 즐기러 왔다. 12명이 앉는 테이블 중간에 호기롭게 앉았다. 텐트에 울려 퍼지는 독일민요를 들으며 마셔도 줄어들지 않는 전통 밀맥주를 ‘아주 즐겁게’ 맛보고 있는데 토마스 일행이 내게 다가왔다. “우리 여기 앉아서 같이 마셔도 될까?” 당연히 땡큐다! 외로움을 안주 삼아 마시던 내게 프리츨을 나눠주며 수다를 떨었다. 세계여행을 하는 중이고, 혼자 왔다고 하니 관심을 보였다. 히치하이킹을 하면서 여기까지 온 나는 독일인이 히치하이킹으로 유명하다고 들어 직접 물어봤다. “그건2~30년 전에 유행하던 거고 지금은 우리도 잘 안태워줘” 나보고 어렵지 않냐고 물었다. 양심에 조금 찔렸지만 웃으며 말했다. “난 잘생겨서 괜찮아”

흥이 제법 올랐을 무렵 독일민요가 울려 퍼졌다. 맥주텐트마다 중앙에 악단이나 무대가 있어 축제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이때 사람들은 테이블 위로 올라가 서로 맥주잔을 부딪치며 마신다. 잔이 튼튼한 덕에 깨지진 않지만 쾅쾅 맥주잔을 내지르다 보면 여기저기 흩날리는 맥주로 샤워하게 된다. 굳이 테이블 위가 아니더라도 일어서서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 생전 처음 보는 사람과 맥주잔을 부딪치는 즐거움이 있다. 신발까지 고소한 맥주에 흠뻑 젖었지만 덕분에 옥토버페스트와 찐한 포옹을 했다.

나참솔(상경·경제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