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페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

2015-09-02

김현진 기자 | 90hyung1781@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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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페이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 줬다는 구실로 청년 구직자에게 보수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다“ 것을 의미한다. 주로 대기업 인턴이나 방송, 예·체능계에서 많이 나타난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돈을 적게 줘도 된다는 관념으로 기업이나 기관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경험되니 적은 월급(혹은 무급)을 받아도 불만 가지지 마라, 너 아니어도 할 사람 많다"라는 태도를 보일 때 이를 비꼬는 말이다 [위키백과]

‘열정페이’란 단어는 2014년 10월 이상봉 디자인실 논란을 기점으로 대중적으로 쓰이게 됐다. SNS에 ‘한 유명 패션디자이너의 직원 월급내역’이라는 제목의 글이 급속도로 퍼졌고 글에는 이상봉 디자인실이 야근수당을 포함해 견습은 10만원, 인턴은 30만원, 정직원은 110만원의 급여를 준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후 월급에 비해 강도 높은 노동을 요구해오던 패션업계에 열정페이 논란이 불거졌고 이번해 1월 이상봉은 자신의 SNS에 “패션업계 젊은이들에게 깊이 사과하고, 이번 기회에 패션업계 전반의 문제점 개선에 노력하겠다”라고 사과문을 기재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이처럼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주지않는 사례가 언론에 자주 거론됐다. 소셜커머스업체인 위메프는 정직원 채용을 빌미로 수습직원에게 정직원 수준의 영업일을 시킨 뒤 2주만에 전원 해고해 여론에 뭇매를 맞았다. 최근 유엔 열정페이 논란이 영국 가디언지에 소개된 후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2012~2013년 유엔관련 조직에 무급으로 근무한 인턴은 4천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무급인턴으로 참여한 이들은 “인턴은 경험뿐 아니라 재정적, 비재정적으로 필요한 지원을 받아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다시 열정페이 논란에 불을 지폈다.

◆ 열정을 이용한다는 것이 말이됩니까?
열정페이 논란은 이미 전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유엔 열정페이 논란이 그 대표적이다. 유엔 인턴과 젊은 직원들의 모임인 '공정하게 보상받는 양질의 인턴십 계획'은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편지를 보내 유급 전환을 촉구했다. 비싼 주거비로 유엔 유럽본부 앞에서 노숙생활을 하다 6개월 만에 그만둔 한 무급 인턴의 사연이 전 세계 언론에 소개되면서 여론의 지지를 얻었고 이내 유엔 수장까지 직접 압박하고 나섰다.

국제연합 UN에서도 열정페이 논란…

유엔 인턴들은 '유엔은 주요기관이나 보조기관에 참가하려는 남녀에게 어떠한 제한을 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유엔 헌장과 '모든 사람은 차별 없이 똑같은 일에 똑같은 보수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세계인권선언 조항을 근거로 "무급인턴제는 재정 지원 없이 일할 수 없는 유능한 젊은이들에게 간접적 제한을 둔 것"라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우리학교는 인턴활동 상황은 어떨까?

지난해 기준 양 배움터 경력개발센터를 통해 인턴십 활동에 참여한 우리학교 학생들은 총 339명이다. 이 중 매해 2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코트라인턴십을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이 수시로 모집하는 단·장기 인턴십 활동에 뛰어들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인턴십 모집에 있어 모든 기업이 지원금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중에서도 ‘장기실습 인턴십’에서 그 비율이 높았다.

8월 26일 현재 경력개발센터에 홈페이지에 공지된 최근 ‘장기실습 인턴십’ 모집 글 10개 중 5개가 무급인턴인 것으로 확인됐다. 굿네이버스 서울본부 인턴십 모집의 경우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간 주 40시간씩 일하지만 지원금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나마 경력개발센터에서 월 40만원씩 총 2달간 지원하는 급여마저 없었다면 완전한 무급인턴인 셈이다. 경력개발센터 관계자는 “인턴십을 모집할 때 되도록 우리학교 학생들이 좋은 경험을 얻을 수 있는 기업과 매칭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며 “기업측의 사정이 좋지않거나 지원금 지급과 같은 여건이 안될시 우리학교 측 지원금만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측, 경험과 취업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
그렇다면 계속해서 커지는 열정페이 논란속에서 왜 인턴제도는 그대로인 것일까?
인턴제도의 도입 취지는 지원자가 정식사원이 되기 전 조직에 진입해 개인과 조직의 가치와 목표 사이의 적합성을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 그들의 진입충격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또한 조직에서도 조직이 기대하는 인재상과 인턴의 특성을 파악해 정식으로 선발할지의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어 아직까지도 기업들이 인턴을 계속 유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턴활동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경험할 수 있다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 인턴십 모집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경험을 쌓으면 취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기업의 입장이다. 무한 경쟁사회에서 인턴 활동이 하나의 스펙으로 여겨저 무급인턴도 마다하지 않고 참여하는 경우가 생겨났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인턴 활동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공급을 초과한 점도 열정페이에 한 몫 하고 있다.

◆열정페이, 이대로는 안된다
열정페이 논란의 포인트는 저임금 또는 무급으로 인턴을 고용하는 실태에 부당함이다. 현재 인턴제도들은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노동착취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열정페이에 대해 김재철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공인노무사는 “사용존속관계가 인정이 된다면 근로자성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어 최저임금 준수는 물론 노동법 또한 그대로 적용 하는게 맞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열정페이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잘못된 점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실태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열정페이 문제를 바로 잡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바로 근로자성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가령 순수교육만을 지향하는 인턴 활동의 경우에는 열정페이의 근로자성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최근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김재철 노무사는 “최근 근로자성이 많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로 기존에는 전혀 인정받지 못하던 부분까지 대법원에서 판결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며 “열정페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문제로 인식되고 여론이 조성이 되고 있기 때문에 입법이나 법 집행 부분과 같은 면에서 진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현진 기자 90hyung1781@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