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유예자, 그들이 몰려온다!

2015-03-05

이진형 기자 | master@huf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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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양 배움터에서 2014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이 열렸다. 졸업생들은 꽃다발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는가 하면 학사모를 던지면서 졸업식 기분을 만끽했다. 하지만 이러한 즐거운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학교로, 학원으로, 도서관으로 향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졸업유예자들! 그들이 또 다시 몰려온다.

◆졸업유예란 무엇인가?
졸업유예란 쉽게 말해 졸업을 미루는 것이다. 이러한 졸업유예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보편적인 것은 졸업에 필요한 학점은 모두 이수해놓고 졸업 논문이나 외국어 성적 등을 제출하지 않거나 졸업 시험을 이수하지 않아 졸업이 미뤄진 경우(유형①)다. 또 다른 경우는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이수하지 않고 일부 남겨두는 방법(유형②)이다. 몇몇 학교는 아예 졸업유예제도를 만들어 원하는 사람들은 따로 신청하도록 하고 있다(유형③).

◆보편화된 졸업유예
이러한 졸업유예는 극심한 취업난 때문에 생겨난 대학가의 어두운 단면이다. 이는 대학교육연구소가 교육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아본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학교육연구소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실태 조사한 176개 대학 중 졸업유예제도를 ‘실시’하는 학교는 110곳으로 62.5%를 기록했다. 이어 졸업유예제도를 시행하는 110개의 학교 중 2008~2012년에 졸업유예를 도입한 학교가 57곳으로 전체의 51.8%로 절반 이상이었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대학교육연구소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취업 문제가 심각해지고, 정부 재정지원사업 평가에서 취업률 지표 비중이 컸기 때문에 대학들이 졸업유예를 도입한 것’으로 판단했다.
요즘 대학생들이 왜 졸업을 미루는 것인지 우리학교 학우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왜 졸업유예를 선택했냐는 질문에 박다정(통번역•이탈리아어 11) 양은 “취업 전에 20대가 할 수 있는 대외활동은 대부분 자격조건이 재학생 또는 휴학생”이라며 “장기간 대외활동을 하기 위해 졸업유예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현재 교육 봉사를 하고 있는데 봉사단체조차도 재학생 신분을 더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본지에서 지난달 25일부터 26일까지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조사에 참여한 우리학교 학생 1056명 중 89.11%에 해당하는 941명이 졸업유예를 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왜 졸업유예를 할 것인가?’하는 질문에 응답한 935명의 학생 중 466명이 ‘졸업 후 취업이 바로 되지 않을 시, 취업하기까지의 졸업생으로 보낸 공백 기간이 입사하는데 불리하게 작용할 것 같아서’를 선택했다. 이는 전체 응답자의 49.84%를 차지한다. ‘졸업생보다 재학생이 입사 지원의 기회가 많기 때문에’(27.7%)와 ‘더 많은 스펙을 쌓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17.11%)라는 답변이 그 뒤를 이었다.

◆졸업유예자들을 바라보는 학교의 시선
이렇게 졸업유예를 선택하려는 학생들이 많아졌지만 학교는 졸업유예를 제한하고 있다. 졸업유예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110개 학교 중 76개 학교가 졸업유예자들이 수업을 의무적으로 수강하도록 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수강을 졸업유예자들의 선택에 맡긴 27개의 대학 중에서도 15곳이 졸업유예하는 이들에게 등록금을 받고 있었다. 결국 전체에서 최소 83%에 해당하는 91개의 대학이 졸업유예자들에게 등록금을 받은 것이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대학교육연구소는 ‘교육부가 올해부터 실시 될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 전임교원 확보율, 교육비 환원율 등의 지표를 포함했는데 졸업유예생이 많으면 이러한 지표에 불리하다고 판단, 대학들이 졸업유예 기준을 까다롭게 개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4년도 말부터 졸업유예자와 관련된 기사와 뉴스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각종 교육연구소와 정부기관의 조사 자료도 등장했다. 그만큼 졸업유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급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기사와 자료들의 주된 내용은 ‘많은 대학교가 졸업유예 조건을 까다롭게 바꾸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졸업을 유예하려는 학생들과 졸업 유예를 까다롭게 하려는 학교의 갈등이 대학 사회에서 자주 목격되고 있다. 이런 혼돈의 시기에 우리학교는 어떤 상황인지 알아봤다.

◆우리학교 졸업유예는?
우리학교 졸업유예도 역시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다른 대학들과는 조금 다른 유형의 논란이다. (우리학교의 졸업유예자들은 대부분 유형①의 경우다. 그러므로 아래에서 말하는 졸업유예자는 유형①의 경우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학교에서도 졸업유예와 관련된 변화가 있었다.
2014년 1월 29일에 올라온 <(서울) 2013학년도 전기 졸업사정 결과 조회 안내>에는 ‘졸업이 불가한 학생 중 학점이수 완료자는 졸업대기(유예) 처리한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2015년 2월 2일에 공지된 <(서울) 2014학년도 전기 졸업사정 최종 결과 확인 공고>에서는 ‘졸업불가자 중 졸업시험/논문 또는 인증이 미완료된 학생은 졸업대기(수료) 상태’라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확인한 졸업유예자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재학증명서를 발급해봤다. 공지처럼 졸업유예자들에게는 재학증명서 대신 수료증명서가 발급됐다. 졸업유예자들은 우리학교도 이러한 추세에 편승해 졸업유예자를 내쫓으려한다고 생각하며 불만을 토로해왔다.
본지 취재결과 이는 1년 사이에 바뀐 것이 아니었다. 우리학교는 졸업유예제도를 시행한 적도 없고 2010학년도부터 수료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 2010학년도 9월 30일에 신설된 교무처 처무시행세칙 제81조 4항을 보면 ‘9학기 이상자로서 학칙에 규정된 졸업학점을 이수하였으나, 졸업시험(논문)불합격, 졸업•외국어 인증 미등록 등 졸업요건을 갖추지 못한 학생에 대하여 재학연한까지 수료생으로 인정하며, 이 경우 재적생(재학생 및 휴학생)의 신분에서 제외한다. 따라서 이에 해당하는 경우 별도로 수료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결국 예전부터 졸업유예자들은 재학생 신분에서 제외됐고, 이에 따라 재학증명서도 발급되면 안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학사종합지원센터(이하 학종지)에 문의한 결과 학생들의 말처럼 2014학년도 7~8월까지 졸업유예자도 재학증명서가 발급됐다고 한다.
그러면 왜 그 동안 ‘수료’ 대신 ‘유예’라고 나온 것일까? 사실 우리학교에는 졸업유예를 지칭하는 말이 다양했다. 졸업유예, 졸업유보, 졸업대기 등 여러 가지 용어가 혼용됐다. 이전까지 불명확했던 ‘학부 수료’ 인정에 대해 최근 교육부의 승인을 통해 우리학교는 혼용되던 용어들을 ‘수료’로 통일한 것이다. 학생들에 눈에는 ‘유예’에서 ‘수료’로 바뀐 듯 했지만 결국 변한 것은 없었던 것이다. 졸업유예제도가 없어진 것도, 바뀐 것도 아니었다. 변한 것이 딱 하나 있다면 ‘수료’라는 명칭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학생들에게 질문한 결과 응답한 1027명 중 81.11%에 해당하는 833명이 ‘아니오’라고 응답했다. 더 자세한 학생들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비교적 최근인 지난학기(2014학년도 2학기) 우리학교가 시행하고 있었던 제도에 대해 물어봤다. 그 결과 ‘수료제도(수료생신분, 재학증명서 발급 불가)’로 정확히 알고 있는 학생은 전체 954명의 응답자 중 76명으로 7.97%에 해당한다.
학생들은 사전 설명 없이 변경된 것에 대해 당황스러워 했다. 박다정(통번역•이탈리아어 09) 양은 “많은 학생들은 졸업유예와 수료의 차이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이에 대한 기본적인 공지도 없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앞으로 할 수 있는 대외활동이 제한될 것 같다”며 불안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전영수(사범•한교 08) 군도 “학교는 크게 변한 것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졸업유예와 수료를 같은 의미는 아닌 것 같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에 대해 김미자 서울 학종지 팀장은 “취업에 필요한 것은 졸업예정증명서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큰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동안 규정에 맞지 않게 재학증명서가 잘못 나간 것은 시인한다”며 “지금의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말 현실은 그럴까?
우리학교 경력개발센터에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도 전체 졸업생 중 56.8%가 유예를 한 뒤 졸업한 학생이었고 43.2%가 8학기를 마치고 졸업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2014년도 취업률을 보면 8학기 졸업자의 취업률이 59.5%로 졸업을 유예한 학생들의 취업률(55.1%)보다 4.4%p더 높았다. 이에 대해 김현숙 서울배움터 경력개발센터 팀장은 “졸업을 하고 나서 구직활동을 하는 사람들과 졸업유예를 하고 난 뒤 구직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마음가짐부터 다르다”며 “이는 졸업생과 졸업유예자의 취업률 차이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기업마다 2년차, 3년차의 경력 신입도 많이 뽑는다”며 “바로 졸업해 먼저 실무 경험을 쌓는다면 졸업유예자들보다 취업에서 유리하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졸업유예자가 더 좋은 조건으로 취업한다는 것으로 나타난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4년제 졸업생 54,357명을 조사한 결과 졸업유예자의 토익 점수는 789점으로 일반졸업자(754점)보다 35점이 더 높고, 인턴 경험 비율도 졸업유예자(17.5%)가 일반졸업자(13.8%)보다 높았다. 뿐만 아니라 졸업유예자의 선망직장 고용률은 31.3%, 월평균 임금은 221만원으로 일반졸업자보다 각각 5.9%p와 26만원이 더 높았다. 게다가 비정규직 비율은 27.7%로 일반졸업자보다 5.7%p 더 낮다. 결국 취업에 있어서 양적으로는 일반졸업자가 높게 나타나지만 질적으로는 졸업유예자가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학생들이 졸업유예를 포기할 수 없는 현실적 이유다.

이진형 기자 89matteo@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