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돈, 지금 어디 있습니까? ②

2015-06-10

박은혜 | 90iro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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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회비 감사의 모든 것
서울배움터는 2012학년도부터 차차 감사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2014학년도에 재정 · 감사운영세칙이 만들어졌고 개정된 총학생회칙을 적용한 감사위원회의 활동이 이번 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중앙감사위원회(이하 중감사위), 단과대 감사위원회가 감사를 진행하며 과 단위는 자율적으로 감사를 진행한다. 감사위원장은 중앙운영위원회에서 한 명을 호선해 전학대회에서 약력을 검토, 심사한 뒤 인준한다. 감사위원장이 갖춰야 할 특별한 자질은 없다. 약력에 이상이 없고 단과대학 회장이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모든 피감사단위는 원칙적으로 가장 포괄적인 규칙인 총학생회칙을 따라야 한다. 일반적으로 과학생회의 경우에는 각 과의 학생총회에서 학생회비에 대한 수입과 지출여부를 보고하도록 돼있다. 만일 그렇지 않을 경우 단과대 감사위원회가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유경원 감사위원장은 “같은 단과대로서의 소속감이나 선 · 후배 관계 때문에 단과대 감사도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거나 제대로 된 제재를 가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며 “그 때문에 단과대 역시 정기감사 기간에 중감사위와 함께 감사를 시작해, 감사 보고서를 중감사위에 제출하도록 돼있다”고 밝혔다. 만일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각 단과대 감사위원회에 감사 자료를 모두 제출하도록 하고 중감사위가 재검토한다. 그러나 단과대 감사위원회가 운영상 어떠한 잘못을 했더라도 중감사위가 처벌이나 징계를 내리지는 못한다. 중감사위와 단과대 감사위원회는 상호연계적인 관계일 뿐 각각 독립적인 자치기구기 때문이다. 다만 중감사위가 언제든지 단과대의 자치회비에 대한 환수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과학생회도 마찬가지로 징계는 불가하나 환수명령까지 내릴 수 있다.

중감사위의 감사는 예 · 결산 중 결산만을 감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첫 번째로, 증빙 자료를 확인한다. 증빙자료는 크게 결산, 영수증(세금계산서, 현금영수증, 카드영수증), 통장사본의 세 가지로 나뉜다. 결산을 확인하는 이유는 전반적인 수입금이 얼마인지를 확인하고, 어떤 부분에 썼는지 지출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영수증은 거래가 실제로 이뤄진 것이 맞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고 지출한 명목이 제대로 된 것인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영수증에 주류 구입 내역이 있다면 개인적인 목적, 유흥을 목적으로 한 구입이었는지 농활이나 기타 공식적인 행사 등에 필요한 구입이었는지 조사가 가능해진다. 통장내역 조사는 사실관계 확인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외국어대학교의 이름으로 제대로 입금이 됐는지, 총학생회가 분배한 금액이라면 분배자의 이름이 정확히 기재돼 있는지를 우선 확인하고 수입금이 정확한지, 추가 수입금이 있는지를 본다. 통장 사본을 확인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지출이 실제 자치회비가 들어있는 통장에서 이뤄진 것이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면 과방 리모델링 사업으로 A 과회장이 소파를 구입했다. A는 단과대 감사위원회에 영수증도 빼놓지 않고 제출했다. 그러나 영수증을 제출했다고 해서 통장사본까지 확실히 확인하지 않는다면 소파를 과 학생회비로 구입한 것인지 사비로 구입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렇게 되면 A가 소파 구입비용을 과비에서 횡령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중감사위는 자치회비가 학생들을 위해 쓰였는지 아닌지를 감사한다. 그렇다면 ‘학생들을 위해 쓰였다’는 기준은 무엇일까. 유경원 감사위원장은 “현재 세칙에도 명확히 제시돼있지만 학생들을 위해 쓰였다는 것은 ‘모든 학생들에게 공지된 사업’에 쓰인 금액을 뜻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간식사업, ○○인의 밤, 학생회실 개방 사업 등 현실적으로 모든 학생들이 알기도 어렵고 모두 참여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지만 공식적으로 내용 자체가 ‘공개’ 돼 있어 학생들 모두에게 기회가 있는 사업이라면 기준에 부합한다고 말할 수 있다. 재정 · 감사운영세칙 2장 제 9조의 자치회비의 ‘목적성’ 및 ‘적정성’ 조항이 바로 그것이다. 만일 조항을 어길 시에는 경고 조치, 더 나아가 전액 환수 조치까지 의결할 수 있다. 특히, 학생회 임원들에 대한 감사는 더욱 엄격해 만일 임원들을 위해서만 금액이 사용됐다면 즉시 전액환수 조치에 들어간다. 중감사위가 감사를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과 사업을 통해 얻은 현금 수익 같은 경우에는 파악이 불가능하다. 중감사위는 기록물을 통해 감사를 하기 때문에 판매기록장부가 따로 있지 않는 이상 감사가 불가능하다는 한계점이 있다. 다만 실제로 학생들이 낸 금액에 한해서만 그 금액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새어나간 부분은 없는지 감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현재 총학생회칙과 재정 · 감사운영세칙 1장 제 6조에 의거하면 모든 단위의 감사자료는 공개의 원칙을 갖는다. 그래서 실제로 모든 학생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며 100%의 투명성을 보장한다. 만일 경영대학 학생이 동양어대학의 감사자료를 열람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담당자 입회하에 자료를 검토하는 것, 스캔하거나 복사해 가져가는 것도 가능하지만 원본 자체를 가져가는 것은 기록물관리 차원에서 훼손 문제가 있어 불가능하다. 현재 총학생회가 기록물관리기관이기 때문에 총학생회 창고에 감사자료가 보관돼있다. 감사자료 열람 신청서를 작성한 뒤 열람 가능하다. 지난해 감사자료는 총학생회에서 언제든 확인 가능하며 이번 해 감사자료는 감사위원회에서 확인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해 부터는 감사자료 이외에도 정기감사가 끝난 후 일주일 이내로 감사기간 동안 의결한 내용과 그에 따른 결과까지도 자료로 정리해 감사자료와 함께 보관하도록 한다. 감사에 대한 모든 회의도 공개한다. 회의를 공개하지 않을 때는 충분한 사유가 필요하다. 현재 감사위원회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해 자치회비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들과 감사 공지사항 등을 올리고 학생들과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홍보를 진행 중이다. 강유나(영어 · 영어 11) 서울배움터 부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이 등록금을 납부할 때, 자치회비 납부 여부를 동시에 선택하는데 다음 학기부터 자치회비를 어떤 명목으로 사용하며 어떻게 분배되는지 등에 대한 설명을 볼 수 있도록 링크를 걸어놓을 예정”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글로벌배움터의 경우 따로 감사를 진행하거나 감사위원회가 있는 것은 아니다. 감사를 하는 것이 아닌 회비 사용내역을 학생들에게 자유롭게 공개하는 방식이다. 정기총회에서 사용한 내역이 공개되며 총학생회를 방문해 사무국장을 찾으면 자치회비 사용 내역을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다. 우성원(통번역 · 중국어 12) 글로벌배움터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에게 투명하게 사용내역이 공개돼 있으므로 굳이 감사위원회 구성의 필요성까지는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나 만약 학생대표들의 요청이 있으면 확대운영위원회를 통해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동규(서양어 · 노어 12) 서울배움터 총학생회장은 “글로벌배움터도 확대운영위원회가 회의와 적합한 절차를 통해 자치회비와 학생회비가 사용되고 있지만 더욱 투명한 재정운영을 위해 서울배움터와 마찬가지로 감사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라 전했다.

◆등록금과 학생회비, 덮어놓고 내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지난해 2월 숭실대학교는 등록금 횡령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용역업체에 들어가는 예산이 학교 등록금의 4%가 넘는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정확한 용역 예산집행 내역서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숭실대가 1998년 이래로 계약해온 (주)미환개발의 운영자는 숭실대 사학과를 졸업한 동문이 운영하는 업체로 이 때문에 미환개발이 18년이나 수의계약 특혜를 받아왔다는 의혹을 받은 것이다. 숭대시보에 의하면 결국 이번 해 1월, 숭실대가 미환에게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그렇지만 이미 새어나간 등록금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며 숭실대 측과 민주노조, 미환노조, 비노조 근로자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매듭을 푸는 것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많은 언론에서도 이 사태를 크게 보도한 바 있다. 수원대학교도 지난해부터 이번 해 내내 총학생회의 학생회비 횡령으로 떠들썩하다. 수원대 총학생회장이 학생회비를 총학생회장의 개인 돈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학생회 간부들이 그 사실을 알면서도 사실을 은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더욱더 거세졌다. 전명진(서양어 · 프랑스 14) 군은 “이 같은 사례들을 보면 투명한 재정 운영과 감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한다”며 “우리학교도 이번에 세칙을 개정하고 감사위원회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만큼 재정적으로 더욱 건강한 학교가 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밝혔다.

우성원 글로벌배움터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이 등록금, 자치회비 등의 사용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에 대해 “이는 학생들이 학생회 활동이나 학교 전반적인 행정에 대해 관심이 없어진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자치회비, 학생회비의 경우에는 총학생회 뿐 아니라 단과대 학생회, 과 학생회가 주최하고 기획하는 여러 행사에 참여하고 조금의 관심만 가진다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 수 있을 만큼 공개돼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학생회 측이 학생회 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참여유도를 한다면 나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유경원 감사위원장도 “학생들이 내가 낸 금액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고는 싶은데 직접 찾아보기는 힘들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그러나 서울배움터는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자치회비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연구하고 지금도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고 있다”고 학생들이 자치회비의 투명성을 믿어줄 것을 당부했다.

박은혜 기자 90ir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