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하는 기자] 사소한 것도 가볍게 보지 말아야 2015-06-10
이진형 | 89matteo@hufs.ac.kr 조회수 564  댓글 0
 
벌써 이번 학기 마지막 호다. 정말 한 학기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이전까지의 호는 취재하고 기사 쓰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이번호는 전체적으로 관리하고 구성하느라 더 정신이 없었다. 편집장이 해야 할 일을 왜 기자가 하고 있냐고? 편집장 인수인계를 받고 있어서 그렇다. 이전까지는 내 기사만 잘 쓰고 내 것만 잘하면 못해도 중간은 갔다. 하지만 이번에 경험한 편집장의 일은 그렇지 않았다. 광고 확인, 전체편집계획서 작성, 기사 배분 등 편집장이 해야 할 일만 잘해서는 일이 진행되지 않았고, 계속해서 기자들의 진행 상황을 확인해야 하며 그 이상의 일을 해야 했다. 이번 호 제작은 정말 만만치 않았고 불안과 당황의 연속이었다. 전체적인 신문 구성을 정하는 전체 회의부터 난관이었다. 편집장님의 도움 없이 처음 혼자서 전체 회의를 이끌어나가다 보니 이게 맞는 것인지 판단이 잘 서지 않았고 그래서 회의는 계속 길어졌다. 이후에 마지막 호 기념으로 주간 교수님, 조교님들과의 식사 일정이 있었는데 결국 기자들 모두 늦었고 나는 식사 내내 얼굴을 들 수 없었다. 모의 편집장의 미숙한 판단과 능력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이렇게 회의가 늦어지면서 면 구성이 대략적으로만 정해졌고 기자들의 제안서도 완전히 검토하지 못했다. 따라서 취재하기 직전까지 제안서를 수정해야 했고 그만큼 기사는 급박하게 작성됐으며 완성도와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돌이켜보면 정말 급박했던 985호 제작이었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마음이 조급하다. 이처럼 제작에 어려움이 있었던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신문 제작을 이제까지 계속 해왔고 편집장일은 어깨너머로 봐왔던 터라 어려울 것 없다는 안일한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 호는 국부장단의 도움 없이 혼자서 진행하라는 편집장님의 말을 가볍게 여기고 별다른 준비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전체회의에 나갔다. 또 다른 이유는 저번 방학 때 기자들의 개인 사정 때문에 기자 교육을 확실하게 진행하지 못한 것에 있다. 당시에 ‘어차피 모의와 실전은 차이가 있으니 기자들이 실전에서 경험하면서 스스로 배우면 되지’ 나 자신도 방중교육을 가볍게 여겼다. 하지만 실제로 학기가 되니 수업에 과제에 치어 교육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고 내 기사 쓰느라 남의 것을 봐줄 여유도 없었다. 그래서 이번 학기 내내 정기자들의 취재와 기사·제안서 작성에서 많은 어려움이 드러났다. 그러다 어리숙한 편집 과정에서 기자들도 많은 혼란을 겪어 그 어려움이 더 커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번 계기로 나도 확실히 깨닫고 반성하게 됐다. 그리고 이번 방학을 단단히 벼르게 됐다. 이번 취재 과정에 있었던 총장과의 대화에서 총장님은 왜 늦었냐는 학생의 질문에 이런 대답을 하셨다. 제 시간에 오면 뒤에 들어오는 학생들이 이전의 내용을 모를 수도 있어서 시간적 여유를 갖고 들어왔다고 말하셨다. 나는 처음에 ‘늦을 수도 있지 야박하게 왜 저런 것으로 트집을 잡지’라고 생각했으나 모의 편집장 경험을 통해 그렇게 생각한 나를 돌이키게 됐다. 사소한 것부터 가볍게 여기지 않고 유심히 봐야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