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도 연애에도 당돌한 여자, 구모니카 2015-03-05
글 이진형 기자 | 89matteo@hufs.ac.kr 조회수 760  댓글 0
 
구모니카 대표는 젊은 나이에 1인 출판사 M&K의 사장이 된 뒤 지금까지 출판업계에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직원 수보다 출판사 브랜드가 더 많다는 그녀. 구 대표는 ‘M&K', 'M&Kids', '꿈꿀 권리’와 같은 출판사를 운영하며 독자들에게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 또 그녀는 종이책에 안주하지 않고 ‘디지텔링’과 ‘한국출판콘텐츠’에 몸담으며 전자책 시장에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뚜렷한 주관과 과감한 결단력을 지닌 구모니카 대표를 만나봤다.

Q.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잡지사와 방송국을 그만두고 왜 1인 출판기업이라는 어려운 길을 택했나?
각자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이 있는 것인데 대한민국은 일정한 틀에 박힌 삶을 강요한다. 특정한 나이가 되면 대학에 가야 하고 취업도 해야 하며, 일정한 시기가 되면 결혼을 하고 애도 낳아야 한다. 어느 날부터 이렇게 일정한 틀을 강요받는 삶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했는데 그 때 나는 서른이었다.
그러다보니 그 즈음 ‘보헤미안’, ‘노마드’와 관련된 책에 빠져버렸다. 이런 책들을 읽다보니 틀에 박힌 삶에 대한 반감이 더욱 강해졌다. 자꾸 머릿속에 의문이 쌓여가는 도중, 지금까지 했던 일들을 돌이켜봤다. 그 동안 잡지, 신문, 방송을 제작하는 일을 하며 사람들을 만나 인물과 사건 등을 취재해왔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됐고, 사람들 하나하나가 각각의 콘텐츠로 보였다.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계속하고 싶었고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결국 출판사를 설립하게 됐다.
또 보헤미안처럼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프리랜서보다는 사장의 삶이 더 나을 것 같아 사업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사무실도 없이 무작정 사업을 시작했다. 이러한 계획을 바로 실행에 옮겨, 도봉구청에 가서 출판사 등록을 하고 출판사 사장이 됐다.

그녀는 자신이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직장인의 삶은 안정적이고 직장인이 아닌 사람의 삶은 그렇지 않다는 사람들의 말에 공감하지 못한다고 했다. 오히려 일반적인 직장인들보다 자신이 더 안정적인 삶을 산다고 자신했다.

Q. 1인 출판 기업이면 직원이 본인뿐이기 때문에 업무에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어떻게 업무가 이뤄지는지, 그리고 어떠한 어려움들이 따르는지 알고 싶다.
1인 기업은 사업의 모든 과정의 관리를 혼자서 담당해야 한다. 모든 일을 직접 할 수는 없으니 일부는 외주를 맡기지만 결국 내가 일을 계속 감시하고 전체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 그래서 어려움이라면 일의 모든 과정을 지켜봐야 하는 것이다.
우선 책의 장르와 주제를 정하는 회의에 참여한다. 그 다음 저자가 글을 쓰기 시작하면 필요한 자료를 제공해주고 여러 논의를 통해 책을 구체화시킨다. 저자가 원고를 보내 편집 담당자에게 책의 편집을 맡긴다. 이 때도 의도한 방향대로 진행하고 있는지 계속 살핀다. 편집이 끝나면 디자이너에게 보내 디자인 작업에 들어간다. 마찬가지로 디자이너가 작업을 잘 하고 있는지 관리하고 작업이 끝나면 인쇄소로 보내 제작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는 제작 담당자와 함께 종이를 사고 인쇄본의 품질도 확인한다. 그리고 유통을 담당하는 외주에게 맡겨 서점에 유통한다. 책을 판매하고 나면 정산을 하기 위해 경리가 된다. 서점에서 판매된 책에 대한 계산서를 발급받고 매달 세액계산서를 발행하는 일을 맡는 것이다.
이렇듯 M&K는 직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 그룹처럼 일을 진행한다. 각 부서들은 자신들이 맡은 일들을 하며 각자 돈을 벌어가는 독립적인 사업체다. 이러한 시스템 안에서 대부분 중요한 일은 전문가들이 하지만 사장은 전체 일을 관리하고 감독한다. ‘그냥 잔소리만 하는 일이잖아’라고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머릿속에 모든 제작 과정이 들어있어야 하고 관련된 지식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Q.혼자서 모든 일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했으며 본인의 어떤 능력이 가장 도움이 됐는가?
아무리 많은 일이 있어도, 정리하고 체계화하는 능력이 탁월하면 어려움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운이 좋게도 원래부터 해야 할 일들이 자동적으로 머릿속에서 정리정돈되는 성격이다. 아무리 일이 많아도 오늘, 일주일, 한 달, 6개월, 1년, 3년, 6년, 10년 계획들을 체계적으로 세운다. 지금도 출판사, 전자출판사, 연구센터, 학회, 겸임교수 등 하는 일이 많지만 머릿속에서 각각의 일들을 언제,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정리가 잘 돼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선 꼼꼼하게 계획을 짜고 세세하게 메모하는 습관이 뒷받침돼야 한다.
나의 외향적인 성격이나 인맥이 1인 기업을 이끌어나가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렇지 않다. 물론 인맥이 있어서 도움을 받은 부분도 있다. 하지만 사업이란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만은 없다.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것도 있어야 한다. 나는 이런 것이 부담스러워서 일을 아예 혼자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인맥이 있어 좋은 일이 많을 수는 있지만 이를 사업에 이용하고 인맥만으로 사업적 이익을 얻는 것은 아니다.

Q.도서기획출판 M&K는 2, 30대 여성들을 주 고객층으로 삼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2, 30대 여성들이 제일 공부를 열심히 하고 책도 많이 읽는다. 그리고 2, 30대 여성들이 잘 살아가면 대한민국이 더 발전할 것이라 믿는다. 또 그녀들은 엄마, 커리어 우먼, 싱글 등 여러 가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이처럼 여자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살고 있는 그녀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다.
사실 지금은 계획을 조금 수정했다. 나이가 마흔이 넘으니 2, 30대 여성들의 마인드를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이다.(웃음) 물론 그들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분야로 남겨두고 또 다른 길을 개척하고 있다. 현재 공부하고 있는 문화콘텐츠학을 바탕으로 ‘꿈꿀 권리’라는 출판사에서 학술서적을 출간해내고 있다. 그리고 M&K에서 확장한 'M&Kids'라는 출판사를 통해 아동서적을 제작하고 있다.

M&K를 설립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2007년 그녀는 ‘싱글이라도 괜찮아?’라는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다. 그 이후로 ‘골드미스’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지만 그 꼬리표가 맘에 들지 않는 그녀다.

Q.'골드미스'라는 용어를 싫어한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골드미스(Gold Miss)’는 노처녀(Old Miss)를 비아냥대는 말이다. 이 단어에는 ‘돈 좀 번다고 시집도 안 가면서 사치를 부리고 다닌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열심히 번 돈을 스스로에게 투자하겠다는데 이렇게 불리면 화가 난다.
또 결혼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은 아닌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안 한다고 욕을 한다. 유럽이나 미국을 보면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할 일로 여기지 않는다. 특히 여성들은 ‘결혼을 할 것인가, 일을 할 것인가’하는 선택의 기로에 설 때가 있다. 결혼하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사업이나 어떤 일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안 하는 것도 선택인데 그러한 선택을 사회적으로 존중해줬으면 한다.

이와 같이 그녀의 뚜렷한 결혼관은 2, 30대 여성을 겨냥한 M&K의 커다란 원동력이자 보탬이 됐다. 그녀는 결혼뿐만 아니라 기획에 대한 주관도 뚜렷하다. 구 대표에게 진짜 기획이란 자신의 관심사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항상 돌아다니며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관심이 가는 영역을 확장시킨다. 그렇게 2009년에 새로운 관심사를 찾아 우리학교 일반대학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에 입학했다.

Q.왜 새로운 관심사로 문화콘텐츠학을 택했나?
전자책 때문이다. 전자책에 대한 관심은 5년 전에 시작됐다. ‘미국에서 아마존 킨들이 종이책 판매량을 뛰어넘었다’는 기사가 나오고 출판사들이 들썩거렸다. 출판사들이 미리 준비해놓지 않으면 기술적으로 앞선 IT기업들이 전자책 시장을 전부 장악할 수도 있기 때문에 출판사들에게 빨리 전자책을 준비하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때부터 출판사들을 위해 전자책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찾아보니 우리학교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가 있고 문화콘텐츠학과 안에서 전자 출판과 디지털 출판을 연구할 수 있어 입학했다. 이러한 기대를 안고 대학원에 들어왔더니 실제로는 철학 공부를 주로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전자책 사업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전자책이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 읽기, 쓰기의 산물이다. 철학을 공부하면 이러한 읽기, 쓰기 문화의 흐름을 읽어낼 수 있다. 그래서 미래의 디지털 읽기, 쓰기의 모습을 예측하고 구체적인 콘텐츠를 구상해볼 수 있었다.

5년 전부터 전자책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관심을 둔 구 대표는 앞으로의 출판 시장을 어떻게 내다보고 있을까? 그녀는 많은 생각을 필요로 하는 인문과학이나 철학도서만 종이책으로 출간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자기계발도서, 3D그래픽이 필요한 과학도서는 전자책으로 분야에 따라 특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Q. 세계적으로 전자책이 많이 읽히고 있다고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전자책 시장은 매우 협소하다.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이나 계획이 있는가?
영어권 국가에서는 전자책이 소위 ‘대박’이 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 모두 시장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한글이라는 제약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도 번역을 통해 영어권으로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동번역도구도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의 책을 번역해 세계에서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시장이 좁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전자책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우리나라에는 전자책 유통사가 너무 많다. 지금 전자책 시장에는 2~3개의 유통사만 있으면 된다고 본다. 또 디지털콘텐츠의 저작권을 보호하는 기술(DRM)이 유통사마다 다 다르다는 점도 문제다. 그래서 독자가 자신만의 전자책 서재를 갖지 못하고 유통사마다 서재를 두고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 전자책 제작 과정이 복잡하고 이에 많은 비용이 든다. 제작이 간편해져 많은 전자책이 출간되고 이를 한두 군데의 유통사에서 판매하면 한국 전자책 시장은 활성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전자책 전용 단말기 보급과 전자책 이용 경험을 높이기 위한 이벤트도 전자책 시장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녀는 현재 ‘일 년에 전자책 백 권 만들기’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리고 정식 사업은 아니지만 전자책을 제작하는 벤처기업을 학생들과 함께 만들고 싶다고 한다. 전자책 시장을 위해 애쓰는 그녀가 있기에 머지않아 혁신적인 전자책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글 이진형 기자 89matteo@hufs.ac.kr
사진 임수진 기자 87curious@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