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의자] 의자를 비우며 2015-06-10
김다정 | 88daisy@hufs.ac.kr 조회수 470  댓글 0
▲2012년, 학교 측이 총학생회 선거 관련 기사가 실린 본지의 발행을 거부했다. 단선이기에 당시 총학생회 선거운동본부에 대해 기사를 싣는 것은 학생들에게 너무 많은 정보를 주는 것이며, 이럴 경우 언론의 중립성이 훼손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총학생회 선거는 한 해 동안 학생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줄 학생 대표를 뽑는 학내 민주주의의 꽃이다.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기자단은 자비를 털어 호외 기사를 발행했다. 입학하기 몇 개월 전 일인데도 멀게만 느껴지던 일들은 기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마치 내 일처럼 느껴졌다. 발행이 밀리고 지면 배치가 바뀔 때마다 너덜너덜한 신문이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사실 지금 당장은 예전처럼 쓰고 싶은 기사를 쓰지 못하는 일은 거의 없다. 다만 완전히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발행인이 총장이고, 총장과 주간 교수의 결재 없이 기자단이 발행을 하거나 기사를 실을 수 없는 이상 완전히 자유로운 언론이라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학교의 예산도 계속 줄어드는 과정에서, 앞으로도 학보사가 충분히 취재를 하고 운영을 해나갈 수 있을 예산을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문제는 많고, 학보사기에 더더욱 극복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언론으로서 학교를 감시하는 기능을 포기할 수 없고 독자들에게 보다 정확하고 중립적인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다는 데에서 모든 기자들의 고민은 시작될 것이다.

▲많은 대학언론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어려움에 부딪히고 있다. 지난 5월 26일 서울여대신문은 1면을 백지로 발행했다. 당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였던 청소노동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졸업생들의 성명서를 실으려고 하자 주간 교수가 발행을 허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삼육대신문도 학교 측의 편집권 침해에 반발해 기자단이 배포를 거부하면서 이번 달 1일 발행될 예정이었던 신문이 4일에야 정상적으로 배포됐다. 이외에도 많은 대학언론들이 크고 작은 편집권 침해를 겪고 있다. 학보사기에 갖고 있는 근본적 한계는 당장 극복하기 어렵다. 시간을 두고 고민하며, 기자단 스스로가 언론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더욱 더 확고히 해나가야 할 것이다.

▲다음 편집장과 앞으로 외대학보를 꾸려갈 기자들에게 의자를 넘겨주고 가면서, 이런저런 고민을 한꺼번에 안겨주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더 크다. 독자들의 무관심을 어떻게 돌려놓을 것인지, 어떻게 더 자유로운 언론을, 더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언론을 만들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런저런 시도는 해봤지만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는 모르겠다. 독자로 돌아가며, 2학기 개강호에는 이러한 현실에 대한 기자단의 고민을 찾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더욱 더 치열하게 고민하는 대학언론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깊은 고민과 시도만이 학보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으며 독자들에게 더욱 다가갈 수 있는 대학언론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