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해는 부적절해, 동해가 맞다고! 동해의 진정한 주인을 찾는 서정철 명예교수(프랑스어·58)를 만나다 2015-06-10
유혜민 | 90hyemini@hufs.ac.kr 조회수 1558  댓글 0
 
동해연구회 창립이사이자 우리학교 명예교수인 서정철 교수는 우리학교 프랑스어과 출신으로 동해의 올바른 표기법에 대해 연구해왔다. 그는 <서양 고지도와 한국>, <동해는 누구의 바다인가>, <지도 위의 전쟁> 등을 쓰며 20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동해’ 명칭이 어떻게 ‘일본해’로 둔갑했는지 세계 여러 나라 고서와 지도를 근거로 학문적 규명에 집중했다. 그와의 대화를 통해 역사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동해 명칭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알아보자.

Q. 어문학을 전공했는데 어떤 계기로 동해 표기법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를 연구하는 활동가가 됐나?
A. 해방 직후인 1945년 중학교 시절 교실 뒷면 벽에 걸려 있던 지도를 보고 우리나라의 지리를 익혔다. 그러고 1950년인 6·25전쟁 후 중학생 시절, 미군이 놓고 간 지도에 동해가 ‘일본해 (Sea of Japan)’로 표기돼 있는 것을 보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아마 이 사건이 나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던 것 같다. 이후 1960년대 말 프랑스에서 유학하며 어문학과 사상을 공부하던 중 베르사유궁의 루이14세 응접실 지구본에서 ‘동해(Mer Orientale)’라는 표기를 발견했다. 이때 나는 ‘아, 이거다!’싶었고 함께 공부하던 한국학 전공 유학생들에게 연구를 요청했다.

Q. 우리학교 교수로 부임한 후인 1975년부터 파리에서 고지도 수집활동에 몰두했다. 당시 어떠한 어려움이 있었고 수집한 고지도 중에서 기억에 남는 지도가 있는가?
A. 18세기는 세계지도 제작에 있어 프랑스의 전성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프랑스를 주된 무대로 수집을 했으며 더 필요한 고서나 고지도가 있다면 영국, 네덜란드, 벨기에 등 주변국가에 들러 구매했다. 그러나 당시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재정 부족이었다. 프랑스 특파원으로 파리에 거주하는 친구나 아는 가게 주인에게 신용을 담보로 돈을 꾸기 일쑤였다. 그렇게 간신히 수집한 지도 중에서 나에게 가장 특별했던 지도는 당빌(D'Anville)의 지도다. 당빌은 한국 전도를 큰 지도첩에 실은 처음이자 마지막 외국인이었다. 이 지도는 동국여지승람보다 훨씬 자세히 우리나라의 지리가 나타나 있으며 조선의 종이로 만들어졌다는 데에 굉장한 역사적 가치가 있다.

그가 지난 40년간 사재를 털어 모은 자료는 고지도 180여장, 고서 20여권에 이른다. 하지만 2000년에 자신이 애지중지하며 모아온 자료를 서울역사박물관에 모두 기증했다.

Q. 애써 수집한 고지도를 기증하게 된 이유 혹은 계기가 무엇인가?
A. 고지도와 고서를 온전한 상태로 보관 및 유지하기 위해서는 습도와 온도, 채광도 등 갖춰야할 조건이 많다. 따라서 역사적 가치가 큰 물건을 온전히 소지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온전한 고지도와 고서를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게끔 기증하는 방법을 택했다. 처음에는 많이 아쉬웠으나 특별 전시실과 기록 장부 등이 구비돼 있고 기증자가 방문할 시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 지금은 굉장히 만족한다.

동해 명칭 분쟁과 관련된 기구는 국제수로기구다. 이는 해양 명칭 표준화와 국제수로업무 협력 증진 등을 관장하는 국제기구다. 이곳에서 과거 한국이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떻게 일본해가 승인을 받게 됐는지 알아보자.

Q. 1990년 동해연구회 창립멤버고 아직까지 몸담고 있다. 90년대에 어떠한 분들과 어떤 계기로 동해연구회를 세웠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당시에 어떤 활동을 했는가?
A. 김영삼 대통령시절 국제수로회의가 열렸다. 당시 한국은 이러한 기구와 명칭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탓에 일본의 일본해 주장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이 소식을 접한 김영삼 대통령은 외무부에 지도연구위원회를 만들도록 지시했으나 이 대신에 동해연구회가 설립됐다. 당시 나는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모교수의 권유로 1988년에 창립이사가 됐다. 1990년 첫 세미나를 계기로 동해연구회는 동해의 역사와 국제적 위상, 동해를 둘러싼 국가들의 이해관계, 동해·일본해 관련 명칭의 지명학적 분석, 지도 발달사 등의 논문 및 학술지를 발간했고 국제회의에 전문가로서 참석했다. 현재도 동해연구회 이사직에 있고 나라를 위해 하는 일인 만큼 여전히 뿌듯함을 느낀다.

Q. 동해 전문가에게 동해 얘기를 들어보지 않을 수 없다. 동해명칭의 역사는 어떻게 되나?
A. 기원전 59년에 해당하는 <삼국사기> 동명성왕조에 동해라는 표기가 등장한다. 중국 <후한서>, <산해경> 등의 고전에도 읍루·숙신·말갈·여진 등 만주지역 종족들이 동해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나와 있다. 단군 조선 때부터 상징적으로 동해의 ‘동’은 광명세계를, ‘해’는 생명을 뜻한다. 또한 신라시대 때는 동해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당이 있을 정도로 동해는 우리에게 신성한 존재였다. 따라서 동해는 단순히 동쪽 바다로서의 동해가 아닌 수천 년 전부터 한자 ‘동해(東海)’로 표기돼 온 동북아시아 특정바다를 가리키는 고유명사다.

Q. 그렇다면 일본이 일본해를 쓰기 시작한 때는 언제부터인가?
A. 일본은 동북에서 서남으로 길게 뻗은 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다. 따라서 방위로 바다의 명칭을 설정하려 할 때, 기준을 어디로 하느냐에 따라 이름이 바뀔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일본은 바다에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19세기 막부의 지도 출판 담당 관리가 펴낸 지도에도 동해가 ‘조선해’로 표기돼 있다. 그러나 일본이 일본해라는 말을 쓰기 시작한 것은 1905년 러일전쟁 이후다. 전승국이 된 일본은 언론에 ‘일본해에서 러시아를 격파했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을 시작으로 일본해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그 후 일본은 일제강점기에 국제수로기구에 일본해를 등재했다. 다시 말해 일본해는 일본에서 정착된 지 100년이 되지 않은 외래명이다.

Q. 많은 사람들은 일본해를 쓰면 안 되고 동해만 써야한다고 주장한다. 지명표기 원칙에 따라 서양 고서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토착지명인 동해(혹은 동양해, 한국해)를 써야하지 외래명인 ‘일본해’를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해연구회에서는 국제적으로 병기표기를 할 것을 주장한다고 들었다. 왜 ‘동해’만 표기하는 것이 아닌 병기표기를 주장하는가?
A. 국제수로기구와 유엔은 바다 명칭을 놓고 쌍방이 대립할 땐 일차적으로 양쪽 명칭을 병기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렇게 한 뒤에도 문제가 계속되면 당사국들이 합의해서 제3의 명칭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니 현실적으로 병기라도 우선 확보하는 게 먼저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일본에 병기할 것을 요청을 했으나 일본은 일본해가 이미 국제수로기구에 등록돼있다는 이유로 병기요청을 거절했다. 이것은 양국 간의 상의가 아닌 일방적인 통보라고 생각해 매년 일본 측에 병기 표기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Q. 앞으로 국가차원에서 우리나라가 동해 명칭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A. 동해문제만을 놓고 봤을 때, 우리나라와 일본은 큰 차이가 있다. 일본은 국가를 위한 일에 관련해서는 전폭적인 지지를 하는 반면 한국은 그렇지 않다. 일본은 외무성 하에 직업 외교관으로 구성된 일본해위원회가 있다. 이들은 한국의 동해에 관한 주장 및 논문이 나오면 수집 및 요약 과정을 거쳐 일본의 언론기관에 배포한다. 이를 통해 일본은 한국의 동해 연구 및 이에 대한 태도를 정확히 파악한다. 이처럼 일본은 훨씬 더 많은 돈과 자료, 전문 인력을 활용해 목적의식 뚜렷한 국가 프로젝트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대처해왔다. 그러나 한국은 독도문제, 동해문제와 관련된 위원회가 없을뿐더러 외교부, 해양수산부, 동북아위원회 등 국가를 위해 연구하고 활동하는 기관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미비하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이 이들에 대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Q. 동해 표기법 연구 및 활동의 최종 목적, 목표는 무엇인가? 동해연구회에서의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A. 최종 목표는 동해 명칭을 비롯해 여러 가지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보다 국제적 평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Q. 우리나라를 지키고 꾸려나갈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A. 요즘 대학생은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은 역사의식이 많이 부족하다. 우리학교 학생들은 나이가 어리지 않은 만큼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우리의 것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어떤 민족인지, 왜 대한민국이라고 불리는지에 대해 호기심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역사의식의 부족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독도 또한 그렇다. 일본인들은 독도가 일본해에 있기에 당연히 일본의 영토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역사에 대한 관심은 나라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혜민 기자 90hyemini@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