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의 발견

2021-05-08

임채 |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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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부터 기자를 꿈꿨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사회의 부조리를 타파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조금 불편해져야 했다. 사실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일은 못 본 척하면 그만이다. 모두가 무관심한 사건에 불편함을 느껴 지적하면 누군가는 유난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부조리의 주체와 갈등을 빚기도 한다. 그러나 난 기꺼이 불편함을 느끼고 세상을 바꾸고 싶다. 이런 꿈을 갖고 외대학보에 들어왔다.
지난 2월 수습신문을 만들 때 기자들과 각자 이번 해 목표를 정했다. 난 ‘비건(Vegan)’과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로 정했다. 전부터 채식에 관심은 있었는데 책 ‘아무튼, 비건’을 읽고 육류와 유제품 소비를 자제하기로 결심했다. 사회생활을 하며 이를 실천하긴 쉽지 않다. 내 식습관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음식 메뉴에 제한이 생기는 건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식에 관해 조금만 설명하면 사람들은 이를 이해하고 응원해준다. 일상에서 실천 중이던 제로 웨이스트를 처음으로 다른 사람과 공유했을 때도 불편함이 따랐다. 외대학보에선 제안서를 인쇄해 돌려보며 회의를 진행하기 때문에 종이 사용량이 많다. 그래서 기자들에게 종이를 사용하는 대신 PDF 파일을 공유하자고 제안했다. 말을 꺼내는 순간은 불편했지만 이에 공감하며 협조해주는 친구들이 있어 종이 사용량을 줄일 수 있었다. 물론 내가 설정한 목표를 완벽하게 실천할 순 없겠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
개강 후 본격적으로 학보 기사를 쓰며 학보가 생각보다 많은 과정을 거쳐 탄생한단 것을 알게 됐다. 평소와는 다르게 엄격한 양식에 맞춰 글을 써야 하고 주제와 내용도 철저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 또한 글을 쓰면 바로 기고되지 않고 국부장단의 수정을 거친 후 △교수△대학원생△총장의 의견도 반영한다. 격주마다 기자들은 학보사실에 모여 밤새 마감 작업을 한다. 학보 일을 하며 체력적으로 힘들 때도 있었고 억울한 일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전엔 못해본 다양한 경험을 하며 스스로 발전하는 걸 느꼈다. 기자 생활을 하며 불편한 부분을 발견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나가고 싶다. 쉽진 않지만 힘과 자극을 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학보 생활이 훨씬 할 만한 여정으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