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장애 학생 학습권, 여전한 장벽들 2021-04-03
임세은 기자 | 02seeun@hufs.ac.kr 조회수 39  댓글 0
◆ 우리학교 장애 학생 교육 환경 및 복지 지원 현황

현재 우리학교 서울캠퍼스(이하 설캠)와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엔 각각 2명의 장애 학생이 재학 중이다. 이에 우리학교는 양캠에 장애학생지원센터(이하 센터)를 운영해 다방면으로 장애 학생을 지원하고 있다. 양캠 센터는 학습 지원을 위해 △도우미 학생 선발△우선 수강 신청△장학금 지급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학업 성취도 증진을 위해 개별 전문 지도와 학습 자문 프로그램 등도 시행한다. 또한 특별 휴학 제도를 실시하고 졸업요건 중 외국어 인증을 면제해주는 등 탄력적으로 학사 제도를 운영한다. 보건 증진과 생활 편익을 위해선 △심리상담△응급조치△기숙사 입주 우선 선발△저층 장애인실 배정△생활 도우미 등을 지원한다. 이처럼 우리학교는 장애 학생의 생활을 위해 힘쓰고 있다.
그러나 장애 학생이 학습 과정에서 만날 수 있는 장벽은 여전히 존재한다. 현재 센터는 장애 학생의 요청에 따라 학습보조공학기기를 지원하지만 시각 장애 학생을 위한 독서 화상기 외에 다른 장애 지원 기기를 확보하지 못했다. 독서 화상기마저도 글캠의 경우 1대, 설캠의 경우 2대로 넉넉하지 못하다. 센터 관계자는 “학습보조공학기기 교체와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예산을 요청해도 장애 학생 수가 적어 예산 편성이 잘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됨에 따라 시청각 장애 학생이 학습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은 점차 커졌다. 장애 학생이 비대면 수업을 수강할 땐 센터 내 직원이 수강 과목 교수에게 수업 내용 요약본을 요청하거나 동일한 수업을 듣는 도우미 학생의 속기본을 장애 학생에게 전달해준다. 그러나 비대면 수업이 일 년 넘게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 청각 장애 학생에 대한 비대면 수업 지원책만이 존재할 뿐 다른 장애 유형에 대한 지원책은 부재한 상태다. 센터 관계자는 “차후 다른 장애를 가진 학생이 생길 경우 맞춤형 지원책을 설립할 방침이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완화된 이후 대면 수업이 이뤄지는 상황을 가정해도 장애 학생이 겪어야 할 어려움은 여전하다. 장애 학생의 캠퍼스 내 자유로운 이동이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학교는 장애인 전용 △보도블록△좌석△점자블록△주차장△화장실 등을 모두 법정 설치 비율 이상으로 표준을 지켜 설치했다. 하지만 거동이 불편한 장애 학생에게 필수적인 엘리베이터의 경우 설캠은 건물 14개 동 중 8개 동, 글캠의 경우 19개 동 중 10개 동에서만 이용 가능하다. 설캠은 대면 수업이 자주 이뤄지는 사회과학관과 교수학습개발원에 엘리베이터가 없어 거동이 불편한 장애 학생의 접근이 어렵다. 글캠은 대면 수업이 이뤄지는 건물 중 백년관에만 엘리베이터가 설치돼있다. 양캠 센터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 학생을 위해 대면 수업 시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이나 저층 강의실로 수업을 배정하고 있다. 하지만 2019년 2학기부터 두 학기 동안 장애 학생 도우미로 활동했던 김온유(통번역·영어 15) 씨는 “장애 학생이 학교생활을 하기에 시설적으로 미비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 학생이 스스로 올라갈 수 없는 가파른 경사로와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건물이 많았다”며 교내 시설 개선의 필요성을 전했다.
또한 현재 우리학교에선 장애 학생 특례 입학 전형이 실시되지 않고 있지 않다. 대신 우리학교 입학처는 장애 학생이 어떠한 불이익 없이 공정하게 입학할 수 있도록 입학공정관리대책위원회를 설치했다. 또한 선발 과정에서 장애 학생을 위해 △고사실 별도 배정△전담인력 운영△전문 의료진 상시 배치 등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경근 단국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비장애인 학생에게 맞춰진 교육과정을 따르며 어려움을 겪어온 장애 학생에게 학력 수준으로 경쟁하는 대학 입학 구조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김광환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회장은 “인권적 차원에서 고급 지식을 접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기회를 주는 특별전형은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밝혔다.



◆ 학교 측의 조치와 방침

우리학교의 장애 학생이 마주할 수 있는 열악한 환경에 대해 관련 부서들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리학교가 장애 학생 특례 입학 전형을 시행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입학처 관계자는 “현재 장애 학생을 위한 교내 시설이 노후화됐고 충분하지 못해 장애 학생 특별 입학 전형의 시행이 어렵다”며 빈약한 시설을 지적했다. 이어 장애 학생 전형 신설이나 정원 증진 계획에 대해선 “심사숙고 끝에 계획을 세우더라도 학교에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설캠 건설기획팀 관계자는 “장애 학생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엘리베이터 설치와 같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매해 편성되는 예산에 따라 계획이 달라진다”며 “이번 해 6월엔 사회과학관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또한 글캠 건설기획팀 관계자는 “이번 해 엘리베이터 추가 설치를 위해 예산을 신청했지만 확보받지 못한 상황이다”며 장애 학생을 위한 시설 마련의 어려움을 표했다. 즉 예산 편성을 통해서 장애 학생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단 것이다.
이에 예산조정팀 관계자는 “장애 학생 관련 요구사항이 발생할 땐 예산을 지원하고 있으나 장애 학생 인원 자체가 적어 효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순차적으로 양 캠퍼스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장애 학생이 다니기 편한 캠퍼스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일조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즉 이런 문제 상황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예산 편성조차 적은 장애 학생 수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장애 학생의 교육과 복지에 대해 관련 부서들이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이준성(사회·미디어 19) 씨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가 적극적인 태도로 나서야 된다”고 전했다.

◆ 장애 학생의 더 나은 학교생활을 위해

이번 해 평가에서 7회 연속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된 대구대학교(이하 대구대)는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을 실시하고 있다. 대구대는 장애 학생의 맞춤 교수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장애 유형별로 다양한 학습 보조공학기기를 구비하고 있다. 또한 학습에 필요한 △음성△점자△확대 대체 자료를 제작하고 장애 학생 전용 교과목을 운영한다. 비대면 수업 시 실시간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고 센터 내 수어 전문가가 화상 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 학생의 학습을 돕고 있다.
이런 사례와 같이 우리학교의 장애 학생 교육 및 복지 개선을 위해 양캠 총학은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학교 글로벌캠퍼스 총학생회 ‘온(ON)’은 지난달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장애인 시설물 관련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이어 “장애 학생을 위한 시설 및 도우미 모집 제도 개선 공약 이행을 준비 중이다”며 “꾸준히 학교에 문제를 제기해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또한 우리학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새벽으로부터’도 우리학교의 장애 학생 교육 및 복지 실태에 대해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도서관 엘리베이터 설계 건의△행사 속기 자막 지원△행사 배리어프리(barrier free) 구역 조성 등 장애 학생을 위해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매 학기 장애 학생 현황을 조사해 이에 맞는 지원을 학교 측에 꾸준히 요구하며 장애 학생의 인권이 보장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26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장애인권대학생네트워크가 개최한 집담회에서 장애 학생들은 “장애 학생 학습권 침해의 원인은 코로나19가 아니라 열악한 장애 학생 지원상황에서 비롯된다”고 의견을 모았다. 아울러 장애학생지원센터의 인력과 전문성이 매우 부족한 지점을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와 대학 당국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장애 학생의 안전권 확보와 학업 완수를 위해 우리학교와 사회의 적극적인 지원과 개선이 필요하다.






임세은 기자 02seeu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