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예방 교육, 실효성 높여야 할 때 2021-04-03
정나윤 기자 | 02imyun@hufs.ac.kr 조회수 123  댓글 0
 
이번 달 9일 오전 3시경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 기숙사 훕스돔에 학생 신고를 받고 소방차가 출동했다. 오전 1시부터 훕스돔 A동 전자레인지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탄 냄새가 지속됐으나 화재 신고는 2시간이 지난 후에야 접수됐다. 대학교 기숙사는 거주밀도가 높아 화재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 화재 발생 시 큰 인명피해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화재 위험성에 대한 인식은 미비하다. △기숙사 화재 예방 교육 실태△교내 화재 예방 교육 실태△보완해야 할 점에 대해 알아보자.

◆ 기숙사 화재 예방 교육의 한계


기숙사 화재 예방 교육은 학생 참여도가 저조한 상황이다. 훕스돔의 경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이전 대면 교육 땐 전체 기숙사생 2,230명 중 약 330명 만이 참가했다. 훕스돔과 서울캠퍼스(이하 설캠) 기숙사 글로벌홀(이하 글홀)에선 교육 이수자에게 상점을 부여하고 설캠 기숙사 국제학사(이하 국학)은 교육 미이수자에게 벌점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학생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화재 예방 교육 참여율 상승은 미미하다. 또한 우리학교 모든 기숙사에선 화재 위험이 큰 전열 기구 반입을 금하고 적발 시 벌점을 부과하고 있다. 흡연 시엔 즉시 퇴사를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 휴게실엔 전자레인지 사용 위험 물품 및 사용법 안내 지침이 존재한다. 그러나 규정 위반으로 적발된 사례는 매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화재 예방 교육이 온라인으로 진행되자 교육의 실효성 문제도 제기됐다. 훕스돔에 거주하는 한 학생은 화재 예방 교육의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온라인 교육은 영상을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하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며 “참여도 측면에서 한계를 느꼈다”고 전했다. 지난학기 국학의 온라인 화재 예방 교육을 수강한 강민주(사회·미디어 19) 씨는 당시 교육 자료 질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영상의 화질이 매우 좋지 못해 명목상 교육을 시행하는 것 같단 느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국학이 사용하는 온라인 화재 예방 교육 영상 중 하나는 1996년 제작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에퀴녹스’ 시리즈의 ‘예고 없는 화재’ 편이다. 소파에 임의로 붙인 불이 거실 전체로 확대되는 영상 속 상황 설정은 현실성이 낮아 화재 예방 교육 자료로 쓰기엔 실효성이 떨어진단 비판을 받았다. 이에 국학 측은 “학생들의 반응은 이해하나 해당 자료는 교육부에서 제공한 것이다”며 자료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다. 또한 국학 측은 “이번 해부턴 대면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지만 대면 시행 일정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










◆ 미비한 전교생 대상 화재 예방 교육


우리학교는 전 교직원 및 학생 대상 안전 교육이 부재하다. 글캠은 2019년 11월 이전엔 교직원 및 학생 일부를 대상으로 대면 교육을 진행한 적 있었으나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교육하지 않고 있다. 글캠은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 위치해 산불 위험까지 고려한 교육이 필요하다. 실제로 지난해엔 훕스돔 E동 근처 산에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글캠 시설지원팀 관계자는 “전교생 대상 화재 예방 교육 의무화 예정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글캠 자연대학과 공과대학은 평소 화재 위험이 큰 실험 수업을 진행하기에 소속 학생에게 실험실 안전 교육 수강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평균 참여율은 약 65%에 그쳤다. 박서현(자연·생명공학 19) 씨는 실험실 안전 교육에 대해 일부 교육 내용이 실험실과 관련 없단 이유를 들어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설캠 또한 기숙사 거주 학생을 제외한 교직원 및 학생 대상 화재 예방 교육은 시행하지 않고 있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화재 예방 교육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설캠 시설지원팀 관계자는 “학교 내 모든 인원을 대상으로 화재 예방 교육을 진행하면 좋겠으나 학생 의견이 찬반으로 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교생 모두를 수용할 수 있는 교육 장소 마련도 어려운 실정이다”고 덧붙였다. 시설지원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소재 타 대학에선 1년에 평균 1건의 화재가 발생한다. 이와 비교하면 설캠은 2000년 이후론 화재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설캠은 화재 위험 정도가 높은 기숙사를 대상으로 집중 교육을 하고 있단 입장이다.



◆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해 보완할 점


대학가에서 이뤄진 대부분의 화재 예방 교육은 실효성이 없었다. 우리학교 설캠과 마찬가지로 동대문구에 위치한 △경희대학교(이하 경희대)△서울시립대(이하 시립대)△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도 전 교직원 및 학생을 대상으로 한 화재 예방 교육은 진행되지 않았다. 경희대의 화재 예방 교육의 학생 참여율은 20%에 불과하다. 이에 경희대 시설관리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학생에게 참여를 강요할 수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시립대의 경우 화재 예방 교육에 참여하는 교직원 및 학생은 평균 200여 명이었다.
119안전센터에 따르면 화재 예방 교육은 전교생을 교육 의무화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진 않다. 즉 교육에 불참하는 학생을 강제할 순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수현 용인소방서 교육담당자는 화재 안전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학생들이 화재 안전 교육을 평생 몸이 기억해야 하는 교육으로 인식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안전 교육을 통해 화재를 예방하고 초기 화재 대응 능력을 강화한다면 대형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선 정확한 화재 예방 인식과 대처가 요구된다. 학교의 실효성 있는 화재 안전 교육 진행과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실정이다.


정나윤 기자 02imyu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