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불교와 이슬람

2015-05-29

박윤진 | 90yoo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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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다종교 국가로, 특정한 종교적인 색채를 띠고 있지 않다. 그러나 태국은 불교적 색채를 강하게 띠는 국가다. 태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불교에 대한 이해를 빼놓을 수 가 없다고 할 정도로 태국에서 종교의 의미는 크다. 태국 국민의 약 90%가 믿고 있고, 태국 국왕의 종교인 불교. 태국의 문화, 정치,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종교, 불교에 대해서 알아본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소수가 된 무슬림들의 삶과 그들이 가진 종교적 갈등에 대해 우리학교 태국어통번역학과 정환승 교수에게 들어봤다.

<태국 국민에게 있어서 국왕이 가지는 의미>
태국 국민은 국왕에게 절대적인 존경심, 애정을 가지고 있다. 정 교수는 “왕비의 생일인 8월 12일은 어머니의 날, 국왕의 생일인 12월 5일은 아버지의 날이라고 지정했을 만큼 태국 국민에게 있어서 국왕은 정신적인 지주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왕인 푸미폰 국왕은 19세의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올라 60년 넘게 태국을 통치했다. 오지의 소외받고 가난한 국민들을 돌봐주는 그의 모습은 국민들을 감동시켰다.

그의 대표적인 예로서 정 교수는 태국 전역의 77개 주 중 56개의 주 4000개 부락에서 진행된 ‘왕실프로젝트’를 들었다. 낙후된 부락을 재건하는 ‘왕실프로젝트’는 왕실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국민들을 돌봐주는 것이었고, 이 장면들을 언론이 중계했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해 “왕이 구슬땀을 흘리며 오지를 시찰, 국민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국왕에 대한 존경심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고 밝혔다.

<태국 국민의 정신적 지주, 국왕과 불교와의 상관관계>
태국의 불교는 소승불교, 상좌부 불교다. 13세기 람캄행 대왕 시절 상좌부 불교가 들어오면서 왕실과 국민 모두가 소승불교를 믿게 됐다. 람캄행 대왕 시절에는 왕을 ‘퍼쿤 람캄행(람캄행 아버지)’라고 불렀다. 그 이후 태국의 국왕의 성격을 탐마라차(법왕, 불법을 시행하는 왕)로 했다. 국왕은 10가지의 보시, 지계, 희생, 공정, 온화, 노력, 불로, 불해, 인내, 부력의 덕목을 갖춰야했다. 태국 국왕의 지위는 불교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다. 정 교수는 “가뭄, 기근이 있으면 우리나라의 왕도 자신의 부덕함을 탓하며 하늘에 제사를 드렸듯 태국에서는 탐마라차가 10가지의 덕목 중 부족하게 행한 부분이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아유타야 시대에 잠시 신권사상으로 변화했었지만 현 짜끄리왕조부터(라마 4세)부터 다시 탐마라차적 요소가 부활했다. 정 교수는 “오늘날까지도 불교의 이념을 기반으로 한 국왕의 위상을 갖췄기 때문에 오늘날 현 국왕인 라마 9세가 성공적인 왕으로 자리잡고 태국의 근대화, 정치적인 안정, 국민 통합에 절대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태국 국민의 93.5%가 믿는 종교, 불교는 어떤 종교인가>
태국 전역에는 3만 5천개의 사원이 있고, 태국 국민의 93.5%는 불교신자다. 쉽게 말해 남부의 말레이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빳따니, 얄라, 나라티왓 3개의 주를 제외하고는 태국 전역이 불교를 믿는 불토라고 말해도 될 정도다. 불교는 태국의 국교는 아니지만, 13세기에 상좌부 불교가 유입 이후 오늘날까지 태국인들의 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치며 태국인에게 종교의 의미를 떠나 생활양식으로서 자리잡고 있다.

인도에서부터 시작돼 힌두교에서 브라만교로 발전된 불교는 기본적으로 현생의 업이 내생의 삶을 결정한다는 업보사상과 삶이 이승에서 끝나지 않고 다음 내세로 계속 이어진다는 윤회 사상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태국인들이 가진 낙천성의 근원이 됐다. 현재 자신의 가난과 어려움이 전생의 업보로 인한 것이라는 운명론적인 시각으로 체념이 빨라 오히려 밝은 미소를 가질 수 있었다. 정 교수는 태국에서의 경험을 떠올리며 “태국의 지방에만 가 봐도 우리나라의 60년대, 70년대 처럼 가난한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지만 그들에게서 가난한 삶에 찌든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그 정도로 태국인들은 낙천적이고 밝은 미소를 가지고 있는 민족”이라고 전했다. 부정적으로 봤을 때는 수동적인 삶의 자세를 견지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현생에 대한 욕망과 욕구를 없애고 선업을 쌓으려 노력하는 태국 국민의 국민성이 모두 불교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또한 태국인들이 말하는 ‘정의’와,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 역시 불교에 기반한다. 부처의 가르침을 크게 두 개라고 하는데, 행해야 하는 것 법(탐마)와 행해서는 안되는 것, 계율(씬)이다. 그 둘을 합친 말 ‘씬라탐’이 태국어로 ‘도덕, 윤리’라는 의미다. 이는 곧 태국인들은 모든 가치판단을 할 때에 부처가 하라 한 것을 할 때가 선이고, 하지 말라는 것을 어길 때가 악이라고 간주하는 것이다.

옛날부터 부처의 가르침은 학문으로서도 자리잡고 있었다. 따라서 태국의 사원은 종교기관이자, 학문을 배우는 교육기관이기도 했다. 동시에 결혼, 상 등의 대소사를 치르는 생활 속의 공간이기도 했다. 팔리산스크리트어로 된 의료서적을 읽을 수 있는 승려들은 간단한 치료도 하며 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까지도 했다. 그에 끝나지 않고, 가난한 아이들을 돌보아주고, 가르쳐주는 복지기관의 역할까지 했다. 태국에서 사원이란 학문기관이며, 의료기간, 종교기관으로 태국인의 생활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로 기능해 온 것이다.

태국의 불교는 한국의 불교와 다른 점도 많이 보인다. 태국의 승려는 철저한 탁발로 식사를 한다. 우리나라의 승려들은 대부분 밭을 일궈 밥을 지어먹는다. 또한 식사는 하루 두 끼만 하고 정오가 지난 이후로는 씹어서 먹는 것은 금지된다. 정 교수는 또한 “태국은 한국과 다르게 승려의 법력을 믿는다”며 “태국인들은 부적처럼 영험한 법력을 가지고 있다는 스님의 상을 목에 걸고 다니거나 지니고 다니기도 하는 점이 특이하다”고 말했다.

<태국 남부의 무슬림의 삶과 갈등>
태국 지도의 모양을 도끼처럼 생겼다고 말하는데, 그 중 손잡이에 해당하는 부분이 바로 남부지역이다. 이 지역에는 이슬람교도가 약 87%를 차지한다. 대다수의 주민들이 무슬림인 것인데, 1902년 태국에 복속된 이후, 이질성으로 인해 계속해서 갈등이 있어 왔다. 1980년대 후반 포용적인 동화정책으로 태국 국민으로 통합돼 가나 했지만 이후 탁신 정권의 강경책으로 인해 다시 갈등양상이 첨예해졌다.

정 교수는 “남부지역의 테러는 분리주의자의 운동으로 국토분리운동으로서 시작됐다”며 “초기에는 하드타겟(hard target), 즉 이슬람식 문화와 사고를 바꾸려 한다고 보이는 사원, 교육기관 군부대, 경찰서가 테러의 대상이었지만, 요즘에는 소프트타겟(soft target)까지 확대돼 불교승려, 교사, 무차별적으로도 사람들을 살상하고 있어 현재 갈등은 깊은 나락 속에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태국 남부의 이슬람교도의 테러 행위 역시 IS와의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정 교수는 “실제 이슬람교의 교리가 살상, 테러를 용납하는 교리 내용은 없다”며 “일부 극렬 주의자의 테러 행위로 인해 사람들이 이슬람교 자체를 폭력적인 종교로 간주한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태국 남부의 세 개의 주를 직접 가보면, 오토바이, 자동차에 잠금장치가 하나도 안 채워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만큼 도둑이 없다는 것”이라며 “종교 자체는 모두 선을 가르치는 것이므로, 이슬람교와 테러와는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정 교수는 “분리주의 운동은 사실상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남부의 무슬림들은 대부분 분리 독립보다 태국인으로서의 삶을 지향하고 있다. 분리주의 운동을 지지한다기보다는 갈등의 해결을 바라고 있는 실정이다. 정 교수는 “분리주의 운동의 목적 또한 많이 흐려져 기득권, 이득을 위해 테러의 상황을 인위적으로 조성했다는 견해도 많다”며 “지방정치에서의 갈등이나, 사업 간의 손익을 종교, 종족적 갈등으로 포장해 무력으로 해결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남부의 테러가 인명피해까지 낳게 되면서 남부지역의 갈등은 점점 더 첨예해져 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보다 심층적인 연구를 통한 정확한 문제 진단이 필요한 시기다.

박윤진 기자 90yo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