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과 책임감

2020-11-10

김하늘 기자 |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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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고등학생이던 내게 20살은 무겁게만 느껴졌다. 고등학교 선생님은 대학 가면 다 할 수 있다며 대학에 대한 희망찬 얘기만 했음에도 난 20살이 기다려지지 않았다. 성인이란 단어의 무게는 무거웠고 새로운 것 앞에서 항상 움츠러드는 내게 새로운 환경과 사람을 경험할 대학은 반갑지 않은 곳이었다. 실제로 대학에 들어온 후 새로 배운 언어와 새로 만난 사람들은 여전히 벅찼다. 그래도 조금 느리지만 대학 생활에 적응하고 대학 로망이던 학내 언론 활동도 하게 됐다.
난 내가 기자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란 확신을 갖고 학보에 지원하게 됐다. 학보 면접을 볼 때 학내 기자로서 갖게 될 부담과 책임감에 대한 말을 듣고 면접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걱정했다. 무작정 기자가 될 수 있단 환상을 갖고 지원한 학보에 대해 처음으로 불확신이 생긴 순간이었다. 항상 원하는 주제로 기사를 쓸 수 없었고 밤새우며 기사를 마무리하는 과정에 수없이 포기하고 싶은 때도 많았다. 학보 기자는 단순히 정보만 전달한다 생각했다. 그러나 외대학보는 보도만 하는 것이 아닌 직접 주제를 공부해야 했다. 학보는 내게 많은 시간을 요구했고 상상과는 많이 달랐다. 쌓여 있는 신문 또한 자괴감이 들게 했다. 그럼에도 외대학보는 처음으로 책임감을 몸소 깨닫게 해줬다. 저마다의 힘듦을 갖고 있을 텐데도 불평 없이 밤샘 마감에 묵묵히 참여하는 학보 기자들은 그 누구보다 어른으로 보였다.
난 모두가 설레는 수학여행 날 가기 싫어서 혼자 표정이 어두웠던 사람이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내게 학보는 적응하기 힘든 곳이었다. 지금도 단체 활동은 여전히 내게 부담이지만 학보는 그 부담을 안고 가게 만든다. 회의 날엔 모두가 저녁까지 한 명의 기삿거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마감 날엔 서로에게 필요한 자료를 직접 찾아주는 모습을 보여줬다. 학보를 통해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는 단체에서 개인의 노력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알게 됐다.
쉬운 순간이 없던 학보지만 학보는 계속해서 성인이 무엇인지 말해준다. 사실 학보 활동을 통해 진정한 성인이 되고 있다고는 못하겠다. 인터뷰를 위한 낯선 사람과의 전화와 지면을 채워야 하는 책임감은 아직도 벅차 성인이 되기는 멀었구나란 생각을 하게 한다. 또한 기자란 직업에 확신이 생겼다고도 못한다. 그래도 학보는 날 성장하게 하기에 남은 기사를 책임감 갖고 열심히 써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