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상, 우크라이나에서의 첫발을 기억하며

2020-10-04

기자 |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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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학교 해외연수 프로그램인 ‘우크라이나 르비브 이반 프랑코 썸머스쿨’(이하 썸머스쿨)에 참여했다. 썸머스쿨은 지난해 7월 15일부터 8월 3일까지 약 3주간 진행됐다. 내게 썸머스쿨은 ‘맛보기 스푼’과 비슷했다. 현지 연수 전 우크라이나를 느껴보고 싶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우리학교의 ‘외대를 만나면 세계가 보인다’는 슬로건을 마음에 품었기에 졸업 전 해외 생활 체험에 대한 강박감이 있었다. 정보가 적은 우크라이나 생활의 불안함과 우리학교 학생으로서의 자질 사이에서 고민하던 중 썸머스쿨 공지가 떴다. 짧지만 풍부한 프로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 현지 분위기를 익히고 어학 실력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3주간의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끝내고 주변 유럽 국가를 여행하면 여름방학을 알차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우크라이나로 향했다.
우크라이나 현지 생활은 시작부터 남달랐다. 우리나라와 우크라이나 간 직항편이 없어 같이 간 동기들과 함께 장장 11시간 동안 좁은 ‘플릭스(Flix) 버스’를 타고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었다. 목적지인 우크라이나의 한 도시 르비브에 도착한 바로 다음 날부터 썸머스쿨이 시작됐다. 프로그램은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4시 반까지 진행됐다. 오전엔 주로 현지인 선생님이 참여 수업을 진행했고 오후엔 강의를 듣거나 르비브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역사 수업을 들었다. 오전 수업은 한 학기 동안 배운 우크라이나어 수업을 압축시켜 놓았단 생각이 들 만큼 양이 많고 체계적이었다. 덕분에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실력을 키울 수 있었다. 오전 수업이 지식 획득의 장이었다면 오후 수업은 지식 활용의 장이었다. 선생님과 함께 시내를 돌아다니며 오전에 익힌 우크라이나어와 우크라이나 문화들을 몸소 체험했다.
르비브 근교 도시를 탐방하는 주말 프로그램도 있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수업이 끝나면 마트를 둘러보고 현지 맛집과 카페를 가기도 하며 도시의 분위기를 최대한 느꼈다. 길을 걸을 때 많은 사람이 쳐다보고 말을 걸었지만 나쁜 의도로 다가오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어떤 할아버지 세 분이 우크라이나에 잘 왔다며 호의를 보여주셨던 신기한 일도 겪었다.
썸머스쿨 프로그램 덕분에 어학 실력과 학점은 물론 그 나라의 분위기와 정서를 짧은 시간 내에 많이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맛보기 스푼 선택이 성공한 셈이다. 새로운 생활에 대한 도전이 달콤하단 것을 깨달았으며 해외 생활을 두려움 대신 설렘으로 마주하게 됐다. 장기간 해외 체류가 막막한 학생들에게 방학을 통해 다녀오는 것을 추천한다. 학교 연계 프로그램이면 안정성과 학점까지 챙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우리학교 학생 모두 새로운 자신과 세계를 만날 수 있는 맛보기 스푼을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사진 신유진 (동유럽 · 우크라이나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