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의자] 마지막으로 질문 있습니까? 2015-05-29
김다정 | 조회수 498  댓글 0
▲ 얼마 전 본 EBS의 다큐멘터리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에서는 여러 대학의 수업 모습을 보여준다. 어느 한 대학의 수업 마무리 전 질문사항이 있냐는 교수의 질문에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세 번을 물어도 답이 없기에 교수는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강단에 서기가 무서웠던 나에게 한 선배가 해준 조언이 있습니다.” ‘절대 두려워하지 마라. 학생들은 결코 질문하지 않는다.’


▲ 질문하는 것이 직업인 기자들조차 질문을 하지 않아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한 경우가 있었다. 지난 2010년 G20 서울정상회의 폐막식에서 있었던 일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폐막연설 직후 한국 기자에게 질문권을 주었다. 하지만 질문하는 기자는 아무도 없었다. 중국기자가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대신 질문을 해도 되냐고 묻자 오바마는 기회를 평등하게 줘야한다며 다시 한 번 한국 기자들에게 물었다. 역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중국 기자는 패기롭게도 ‘그럼 제가 질문을 해도 되는지 한국 기자에게 물어도 되나요’라고 까지 했다. 결국 질문권은 중국 기자에게 돌아갔다.

▲ 우리나라 기자들이 질문을 하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기자에게 발언권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 한 이들은 그에게 할 적절한 질문이 생각나지 않았을 것이고,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간 오히려 국격을 떨어뜨렸다는 비난을 받진 않을까에 대한 염려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의 수업시간을 돌이켜보면 질문을 할 경우 이것도 모르냐는 식의 눈초리를 받을까 무섭고, 다른 사람들이 싫어하면 어쩌지란 생각부터 든다. 사실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부끄럽지만 정해진 인터뷰 때 외에는 질문을 잘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궁금했던 것을 다른 이가 질문해주면 속으로 참 고마워하면서도 말이다.

▲ 각 방송사마다 있는 육아프로그램을 보면 어린아이들은 어른들에게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꼬리에 꼬리를 물어 어른들이 지칠 때까지 말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모든 것이 궁금했던 아이들에게서 ‘왜?’는 사라진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왜?’라는 질문을 하는 순간 공부의 양은 2배로 늘어난다. 오히려 그냥 외우는 것이 더 효율성이 높다. 어쨌든 통과해야하는 시험의 질문과 답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정해진 답만을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오바마가 원하는 질문을 제시하지 못하면 안 된다는 우리나라의 오랜 학창시절 학습의 결과가 결국 한국의 기자들을 벙어리로 만들어버린 것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