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와 4차 산업혁명

2020-09-19

기자 |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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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2차 재난지원금의 일환으로 13세 이상 전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5월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조 2,902억 원이 지급된 바 있다. 이번에 지급되는 2차 재난지원금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할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는데, 절충의 형태를 갖춘 모습이다. 그런데, 왜 통신비를 지원할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면서 통신비에 대한 부담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부 측의 설명이다. 비대면 활동은 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데, 코로나19 사태로 개인 간 물리적 접촉이 줄어들면서 인터넷을 통한 활동에 대한 의존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로 수년 전부터 언론과 산업계, 학계에서 활발히 논의된 바 있다. 4차 산업혁명이란 디지털 혁명에 기반하여 물리적 공간, 디지털 공간 그리고 생물학적 공간의 경계가 희석되는 기술융합의 시대를 지칭한다. 쉽게 말하면 제조업 등 일상적인 경제활동의 영역이 정보통신기술과 융합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4차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증기기관의 발명을 1차 산업혁명으로 보고, 이후 내연기관의 발명과 확산을 2차 산업혁명, 반도체 개발에 따른 디지털 산업의 등장을 3차 산업혁명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는 빅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AI), 로봇공학, 사물인터넷(IoT), 무인운송수단, 3D 프린팅 등이 핵심 산업분야로 손꼽힌다. 대표적인 분야는 인공지능 분야인데 2016년 이세돌 기사가 인공지능 컴퓨터인 알파고(AlphaGo)와의 대국에서 4승 1패로 패배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미래학자들은 4차 산업혁명의 특징으로 초연결성에 주목한다. 초연결성(hyper-connected)이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간의 연결성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는 것으로 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4차 산업혁명을 더욱 촉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대면접촉이 적어진 반면, 화상회의, 원격교육, 온라인구매 등을 크게 늘어났다. 이와 같은 비대면 활동은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거부감을 주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코로나19 사태는 많은 사람들이 정보통신기술에 기반을 둔 비대면 활동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재택근무를 하게 될 경우, 화상회의 방식을 습득해야 하며, 동료들과의 물리적 거리를 축소하기 위해 조금 더 기민한 대응을 해야 한다. 비대면 실시간 강의를 수강할 경우 물리적 이동의 제약이 사라지나, 대면접촉이 주는 시청각적 효과 사회적 네트워킹 등을 일정부분 포기해야 하며, 이를 만회하기 위한 또 다른 방식의 노력이 필요하다. 코로나19는 그동안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비대면 무인시스템, 온라인 쇼핑, 플랫폼기업, 간편결제서비스, 유연근무제 등을 거부감 없이 빠르게 정착시키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이후로 생활방식과 경제활동의 패턴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본다. 그 이유는 변화와 현상유지 사이의 긴장관계를 허물고 변화를 가속화시켰기 때문이다.
문제는 진행 중인 4차 산업혁명이 필연적으로 노동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먼저 고용구조에 있어서는 자동화, 컴퓨터 연산기술의 확산은 사무행정직, 저숙련 노동수요를 축소시킬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4차 산업혁명의 주요 동인과 관련성이 높은 분야에서는 일자리 창출이 더 커질 수 있다. 개인의 직무역량에 있어서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과거에 비해 컴퓨터 및 정보통신기술 관련 지식이 효율적인 업무수행을 위해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노동에 있어 물리적 공간의 제약이 사라지면서 재택근무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 교육과 통신소프트웨어 기술의 발전은 재택근무를 촉진하는 요인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코로나19로 인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노동부 장관 출신의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는 코로나19가 미국 노동자들을 4개 계급으로 재편성하고 있다고 말한다. 제1계급은 재택근무가 가능한 원격근무자(the remotes)들이며, 전문직, 관리직, 기술직이 여기에 해당한다. 라이시는 이 계급의 비중이 미국 전체 노동자 중 35% 정도일 것으로 보았다. 제2계급은 물리적 접촉이 필요한 필수노동자들(the essentials), 제3계급은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the unpaid), 제4계급은 잊혀진 노동자들(the forgotten)이다. 이와 같은 진단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또 다른 형태의 사회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고 이에 대한 시정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반면에 재택근무의 확산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변화이며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 고용시장의 변화를 더욱 가속화할 소지가 크다. 따라서 개인 차원에서는 이와 같은 변화를 파악하고, 어떠한 방식으로 수용할 것인지를 준비해야하며, 공동체 차원에서는 비대면 활동의 확산에 따른 부작용을 파악하고 이에 따른 대책을 마련해야할 필요가 있다.
·강유덕(LT학부 교수, 외대학보 편집인 겸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