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영향력

2020-09-11

김민주 기자 |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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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초 학교에선 의례적으로 학생의 장래 희망을 묻는다. 그때마다 난 항상 기자라 대답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언론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자란 직업이 멋져 보여서 그랬다. 그러던 중 고등학생이 됐을 때 방송부에 들어갔다. 물론 기자가 하는 일을 방송부에서 경험할 수는 없었지만 학교와 학생의 매개체 역할을 하면서 뿌듯함을 느꼈다. 막연히 생각했던 언론인의 꿈을 그때부터 진정성 있게 생각하게 됐다.
지난해 초 한 기자에 의해 ‘버닝썬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다. 유명 아이돌이 운영하던 클럽에서 몰래 여성에게 약을 먹여 강간하고 그것을 촬영해 공유하는 끔찍한 일이 자행되고 있었다. 이 사건은 큰 관심을 받으며 수사의 대상이 됐고 클럽 관계자와 경찰의 유착관계까지 밝혀지며 국민적 공분을 샀다. 난 버닝썬 사건을 보며 그릇된 성 관념 의식에 대해 통탄했다. 이와 동시에 버닝썬 사건을 취재한 기자에 존경심을 갖게 됐다. 정의를 위해 발로 뛰는 기자가 되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된 계기였다.
외대학보에 처음 들어와서 수습기자 교육을 받았다. 경기일보의 한 기자님이 특강에서 해준 말이 기억난다. “매사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은 좋은 기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스스로를 돌아보니 난 항상 불편함을 느끼는 내 자신을 예민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내게 여성스럽단 칭찬을 하면 불편했고 티비에 나오는 폭력적 유머에 불쾌함을 느꼈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며 내 불편함이 틀린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단 것도 알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른 사람이 ‘예민한 사람으로 보면 어쩌지’란 생각에 느낀 불편함을 쉽게 표현하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현직 기자님의 특강을 통해 불편함을 토로할 수 있는 통로를 알게 됐다. 평소 단점이라 여겼던 성격이 기자란 직업을 통해 오히려 장점으로 바뀔 수 있겠단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언론은 가늠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갖는다. 그래서 누군간 언론을 통제하려 하고 ‘가짜뉴스’를 생산한다. 내게 외대학보 기자 생활은 언론이 가진 무게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하나의 도전이다. 내가 쓰는 기사가 누군가에겐 약이 되고 또 다른 사람에겐 독이 될 수 있단 걸 명심해야 한다. 책임감을 갖고 시작한 만큼 평소 생각했던 정의로운 기자의 역할을 실천해 기사를 쓰고 싶다. 약자의 피해를 조명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기사를 통해 언젠가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