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간 도서를 조명하다 <난치의 상상력 &#8211; 아픈 청춘은 없다> 2020-09-11
이현지 기자 | 100hyunzi@hufs.ac.kr 조회수 106  댓글 0
 
'난치의 상상력’은 크론병*으로 투병 중인 20대 청년이 써 내려간 에세이자 사회 고발기다. 저자는 크론병을 겪으며 부딪혔던 수많은 사회의 의심과 고통을 이 책을 통해 낱낱이 밝힌다.
크론병 환자는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 서 있다. 휠체어를 타고 정리된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전형적 장애인’ 옆에 섰을 땐 비장애인처럼 보이지만, 운동을 좋아하고 자극적인 음식을 잘 먹는 ‘전형적 비장애인’ 옆에 섰을 땐 장애인처럼 보인다. 이처럼 크론병 같은 기저 질환** 환자의 몸은 이분법적으로 나뉘지 않는다. 때에 따라 죽을 것처럼 아프기도 하고 괜찮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저자는 이처럼 장애를 나누는 사회를 거침없이 비판한다.
이런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면 비장애인으로선 보지 못했던 사회의 편협한 관점을 알 수 있다. 장애인용 리프트가 달린 버스를 만들기보다 ‘진짜 다리 같은’ 의족을 만들어 전시하는 대기업, 소외 계층의 문제를 기저 질환으로 비유하며 기저 질환자를 치료해야 할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언론은 장애에 대한 고정방식을 강화한다. 저자는 “장애와 질병을 가진 사람은 안쓰럽고 치료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한다. 그저 다른 특징을 가진 공동체의 일원일 뿐이다.
책은 청춘의 아픔이 과연 자연스러운 과정인지 의문을 던진다. 대학생은 자주 ‘아프니까 청춘이다’며 자신의 아픔을 가벼이 여기고 쉬이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난치의 상상력’에 등장하는 아픈 청춘은 자신의 아픔을 인정하며, 장애를 치료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회의 벽을 뛰어넘으려 노력한다. 사회가 말하는 ‘청춘’의 미덕인 △건강함△애주가△여행가의 범주에서 벗어난 저자는 청춘이 해야 하는 성찰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한국의 대학엔 배리어프리***가 잘 형성되지 않은 공간이 많아 장애인이 접근하기 힘든 것을 ‘주변에 장애인이 많이 없다’고 쉽게 오인한다. 그러나 건강한 이들이 간과하는 또 다른 세계가 있고, 그 세계는 그다지 멀지 않은 우리 옆에 있다. ‘난치의 상상력’을 통해 청춘이란 과연 어떤 것인지, 자신의 아픔을 모른 척하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크론병: 소화관의 어느 부위에서나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
**기저 질환: 어떤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질환으로, 평소 본인이 가지고 있는 만성적인 질병을 가리킨다
***배리어프리: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


이현지 기자 100hyunzi@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