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책임

2020-06-15

김나현 |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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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대학보 기자로 활동하는 매 순간이 선택의 기로였다. 어떤 주제로 기사를 작성할지, 누굴 인터뷰할지는 당연하고 단어 하나 사용하는 것도 고민했다. 언론은 우리사회를 비추는 창이라지만 그 창에 무엇을 비출지 결정하는 것은 기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는 학교를 넘어 우리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대부분의 정보는 언론에서 나온다. 언론이 특정 사건을 조명하면 사람들은 그 사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반대로 언론이 은폐한 사건은 그 내막을 알기가 어려워진다. 나는 사건을 공론화하는데 언론이 주는 힘을 믿었다. 이에 학교 구성원 모두가 알아야만 하는 사건을 가장 중요한 뉴스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어쩌면 학보사 마감작업은 12면이란 적은 면수를 의미 있게 채워나가기 위한 선택과 고민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선택과 고민이 수없이 반복되는 가운데, 내가 선택해야 했던 것은 비단 기자로서의 역할 뿐만은 아니었다. 내가 학보사 기자로 계속 활동할 것인지 자체를 고민하던 순간이 있었다. 이제 막 성인이 된 대학생으로서 견디기 버거운 순간도 존재했다. 대체 어떤 것부터 잘못된 것인지 기억을 더듬어보다 문득 이런 고민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나간 시간은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후에 나는 현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이미 벌어진 사건이 누구의 책임인지와 상관없이 내가 맡을 수 있는 최대한의 책임을 지기로 한 것이다. 고장난 의자에 앉기보단 두 발로 서있는 편이 낫다는 말이 있다. 두 발로 서있기로 결정한 순간, 마음이 놀랍도록 편해졌다. 그리고 한 학기가 마무리돼가고 있는 지금, 내 옆엔 언제나 넘어지지 않도록 손을 잡아줄 사람들이 많았단 사실을 깨닫는다. 우선 진실을 추구하겠다는 일념 하에 6번의 회의와 마감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준 학보사 동료 기자들이 있다. 각자의 삶을 살다가도 학보사실에선 한목소리를 내는 이들이었다. 그러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신 김원명 교수님과 이춘매 선생님도 계셨다. 또한 따뜻한 조언을 건네주시는 안흥섭 사장님도 계셨다. 이 모든 분께 감사를 표하는 바다. 두 발로 섰던 나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 걸어나간다. 외대학보에서 활동하며 의자에 앉기만을 집착하던 나는 스스로 걸어 나갈 만큼 성장했다. 이젠 외대학보에서의 모든 시간을 품에 간직하고 떠나야 할 때다. 나는 어디든 나아갈 준비가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