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시험, 한계와 나아가야 할 길 2020-06-04
김연수 기자 | 100yeonsue@hufs.ac.kr 조회수 284  댓글 0
 
지난달 3일, 우리학교는 학교 홈페이지와 이메일을 통해 원격강의 무기한 연장과 학사공지를 발표했다. 이에 우리학교는 공식적인 중간고사 기간을 설정하지 않고 실시 여부를 교수의 재량에 맡겼다. 대부분의 교수는 △온라인 시험△중간고사 과제 대체△퀴즈 등의 형식으로 중간고사를 실시했다. 전례 없는 전면 비대면 강의가 실시된 가운데 치러진 온라인 시험 논란과 이에 대한 학교 측의 대처에 대해 알아보자.


◆중간고사 시행 방식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우리학교는 원격수업 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학교 측은 별도의 중간고사 기간을 설정하지 않고 중간고사 시행 여부 및 방식을 담당 교수에게 일임했다. 관련 내용은 수강생에게 사전 고지된 바 있다.
상당수 수업의 중간고사는 △시험 대체 과제△실시간 시험△퀴즈 등으로 나뉘었다. 시험 대체 과제는 △학습 범위와 관련된 리포트 작성△수업 내용 중 일부 주제 발표△영상 제작 등 다양한 방식으로 주어졌다. 실시간 시험은 교수가 올린 문제를 푼 뒤 이클래스(e-class) 시험란에 정해진 시간 내 제출하는 방식이었다. 또한 회화 수업은 온라인 미팅 및 비디오 회의 프로그램인 웹엑스(Webex)와 같은 플랫폼을 이용해 교수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을 취했다. 일부 강의의 경우 중간고사를 시행하지 않는 대신 △과제△기말고사△출석 등의 평가 비율을 높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중간고사

특수한 환경에서 치러지는 중간고사로 인해 일부 수강생은 온라인 시험의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미네르바교양대학 S수업이 그중 하나다. 해당 강의 중간고사는 웹엑스 상에서 교수가 2분 간격으로 한 문제씩 공개하는 식이었다. 답변은 마지막 질문이 공개된 직후 1분 내에 이클래스 과제란에 제출해야 했다. 해당 강의 수강생 A 씨는 시험을 치르는 동안 겪은 혼란스러움을 호소했다. 고지한 시간에 시험이 시작되지 않았고 웹엑스 상에서 시험 문제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A 씨는 일부 학생이 시험 도중 교수님께 시험 문제가 안 보인다고 하자 교수님이 “일단 넘어가자”고 말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다른 수강생 B 씨는 중간고사 답안 제출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시험은 컴퓨터 문서 파일로 작성하거나 자필로 답안을 쓴 후 사진을 찍어서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문서 파일로 답을 입력한 학생들은 1분 이내에 제출해야 했지만 자필로 쓴 학생에겐 보다 많은 시간이 주어졌다. 이에 B 씨는 “시간을 벌기 위해 편법을 쓴 학생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험 종료 후 다수의 학생이 항의 하자 담당 교수는 “이번 시험은 공부했단 것에 의미를 둬야 할 것 같다”며 무효처리하겠단 내용의 단체 문자를 보냈다. B 씨는 이에 대해 “학생을 배려하지 않은 채 통보하셨단 점이 가장 화가 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번 달 20일, 해당 강의 교수는 논란에 대한 입장을 담은 공지사항을 이클래스에 올렸다. 이에 따르면 담당 교수가 제시할 수 있는 해결책은 재시험이나 대체 과제 정도다. 해당 강의 교수는 “여러분의 의견을 수렴해서 다수의 의견을 따르겠다”고 일단락 지었다.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온라인 시험

온라인 시험의 취약점이 악용된 사례도 발생했다. 수강생 사이에서 단체 카카오톡 오픈 채팅 대화방(이하 단톡방)을 개설해 답안을 공유해왔던 것이다. 미네르바교양대학 K 수업이 그중 하나다. 해당 수업은 ‘K-MOOC’이란 온라인 플랫폼이 기반인 온라인 강좌로 1,000여 명 이상의 수강생을 보유하고 있다. 수강생 중 다수는 △매 강좌의 퀴즈 정답△중간고사 답안△기말고사 답안을 공유하려는 목적으로 단톡방을 개설하고 이에 참여했다. 수강생 C 씨는 “편법을 쓰지 않은 학생에게 공정하지 못한 시험 환경이었다”며 “이런 환경에서 피해를 본 수강생이 분명 존재할 것”이란 우려를 표했다.
담당 교수는 해당 논란에 대한 해결책을 이클래스 공지사항을 통해 제시했다. 이미 치러진 중간고사에 서술형 시험이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동시에 성적반영 비율도 수정됐다. 이미 치른 객관식 및 단답형 중간고사 시험은 70% 반영하고 새롭게 실시할 서술형 시험은 30%의 반영비율을 갖도록 했다. 담당 교수는 “답안 공유에 대한 추적을 위해 표절 검사 프로그램을 활용할 예정이다”며 “표절 확인 시 해당 학생을 공동 결시 및 과목 전체 ‘Fail’ 처리하고 학생징계위원회에 자동으로 회부할 것”이라 전했다. 학교 측의 이러한 해결방법에 대해 C 씨는 “현실과 타협을 본 적당한 조치라고 생각한다”며 답안을 공유하기 어려운 서술형 문제를 추가한 것에 현실을 반영한 적절한 조치라며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언제까지나 대안이며 부정행위를 완전히 막을 순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부터 K 수업의 단톡방은 암암리에 수강생 사이에서 각종 답안을 공유하는 수단으로 이용됐다. 이는 온라인 시험의 부정행위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온라인 시험이 가진 본질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남은 기말고사는 어떻게 치를까

학교 차원에서 별도의 기간을 설정하지 않았던 중간고사와 달리 기말고사는 기존에 공지한 대로 실시된다. 학교 측에서 설정한 공식적인 기말고사 기간은 다음 달 22일부터 26일까지다. 이에 일각에선 기말고사에서도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됐다. 김혜인(통번역·영어 19) 씨는 “기말고사 땐 많은 학생이 동시에 이클래스에 접속해 서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걱정을 내비쳤다. 글로벌캠퍼스 학사종합지원시스템 측은 “IT개발팀과 협력해 온라인 시험 실시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며 해당 문제에 대해 충분히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음을 밝혔다. 한편 김나현(서양어·프랑스 15)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은 “시험과 관련해 예상되는 우려 사항에 대해 교·강사가 사전에 파악해 미리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학생 모두가 양심적으로 시험에 응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기말고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연수 기자 100yeonsue@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