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을 읽다] 사드(THAAD), 중국의 ‘심기’보다 안보가 먼저다

2015-05-29

박윤진 | 90yoo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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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THAAD, 고(高)고도 탄도 요격 미사일 체계)는 하강중인 적 미사일이 지상 40-150km 사이에 들어왔을 때 수십 개의 미사일을 발사해 공중에서 격추시키는 첨단 방어 체계로 단·중거리 스커드 미사일은 물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도 대응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방위산업체 ‘록히드 마틴’이 주도해 1990년에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 2000년 이후 요격실험에서 잇따라 성공하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북한의 미사일 공격력이 날로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기존에 배치된 패트리엇 미사일(PAC-2)의 탄도 요격거리가 지상 15km 안팎이므로 적 미사일이 날아올 때 그보다 높은 고도에서도 한 번 더 요격을 시도해 성공률을 높이자는 것이다.

사드가 북한 미사일 공격에 대한 유용한 방어수단이 될 것이라는 정황은 여러 경로에서 포착된다. 우선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4월 15일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현재 한반도에 배치된 패트리엇 체계의 미사일 방어 능력을 강화시킬 것"이라 강조한 것이 그 예다. 또한 사드 배치로 압박을 받게 될 당사자 북한은 물론 중국·러시아까지 가세해 이를 결사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봐도 그렇다.

사드 배치 여부 및 시기 등에 대한 최종적 판단은 군사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의 몫이겠지만 이를 두고 얼마든지 토론은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찬반의 주된 근거는 역시 이것이 북한 미사일 공격을 방어 또는 억지하는데 얼마나 효과적인가에 있어야 한다고 본다. 만약 사드가 북한 미사일 공격을 막는데 큰 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투자 대비 효율이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굳이 무리하게 배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반대로 북한 미사일을 견제하는데 있어 사드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면 국가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므로 그 어떤 어려움도 감수하겠다는 것이 상식적인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 일각의 찬반 논쟁을 보면 ‘사드의 효용성’ 보다는 미국 또는 중국에 대한 호불호·북한에 대한 인식차 등 핵심을 벗어난 논거들이 중심이 되거나 국제정치의 일반적 상식과는 거리가 있는 주장들이 여과되지 않고 있어 우려된다.

국제정치의 상식과 배치되는 주장으로는 첫째, 북한의 미사일이 한국을 위협하지 않거나 아직 그 기술이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주장을 들 수 있다. 먼저 국가 안보는 가능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하는 것이 상식이다. 마치 이이의 ‘10만 양병설’이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던 조선조 동인(東人)들의 안이함이 연상된다. 한편 북한은 1950년에 남침을 감행, 남한에서만 189만 명의 사상자를 냈으며 2000년 이후에도 서해에서 천안함 격침을 포함 네 차례의 해전을 치른 바 있다. 그러한 북한이 유독 미사일로는 대한민국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없다.

둘째, 사드를 도입하면 한반도가 미국과 중국의 각축장으로 전락한다는 주장도 중대한 오류를 전제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해당 시기 소수 강대국들의 의지와 국력에 따라 그 양상이 결정되는 것이지 한국이 방어용 무기를 배치하는 정도로 동북아의 판세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는 없다. 또한 지정학적 요충지인 한반도는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미 오래전부터 대륙과 해양세력이 늘 각축을 벌여왔다. 따라서 사드 이전과 이후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주장은 지나친 비약이다. 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한반도가 대륙과 해양 세력의 각축장임을 하나의 상수로 받아들이고 국익을 도모하는 전략적 자세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중국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문제는 있다. 한국-미국-일본, 북한-중국-러시아라는 두 ‘삼각 동맹’이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며 대치하고 있는 동아시아의 안보 지형에서 사실상 모든 국가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선택은 없다. 그렇다면 우선순위를 정해 생존에 직결된 이른바 사활적 이익(vital interest)은 택하고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것은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 국제정치의 상식이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견제하는 것이 사활적 이익이라는 데 동의한다면 그로 인해 중국을 불편하게 만드는 정도의 ‘비용’은 감내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넷째, 중국이 남한의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이유를 무조건 두둔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선 사드는 하강하는 미사일을 잡는 방어 체계이므로 중국이 한반도를 공격하지 않는 한 중국발 미사일이 사드의 견제를 받을 이유가 없다. 또한 사드에 장착될 600km 수준의 ‘터미널 모드’ 레이더가 주권을 침해한다는 논리도 수긍하기 어렵다. ‘참여과학자 모임(UCS: 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의 2015년 통계에 따르면 지구상에 운용중인 1,265개 위성 가운데 미국 위성만 528개이며, 한국이 세 척 보유한 이지스함의 탐지거리도 1,000km에 달해 사드보다 멀리 관측이 가능하다.

필자는 지난해 9월 30일자 본지에 기고한 칼럼에서 국력을 측정하는 공인된 지표인 GDP와 국방비 모두에서 미국이 중국을 두 배 이상 압도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국내 일부 언론들이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에게도 ‘자주적 외교’를 주장하다가 차제에 중국의 심기가 불편할 것을 걱정하는 것에 대해 그 일관성 없는 자세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국제시장’ 세대의 희생으로 일궈낸 자유와 번영을 이어가기 위해서 안보 문제에서 만큼은 감성적 논쟁보다 국익을 우선하는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주지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