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대인이 만난 세계] 음악의 도시, Vienna Austria

2015-05-29

김다정 | 이메일

조회수 518 댓글 0

슬로바키아-오스트리아는 솅겐조약의 영향권이라 국경을 넘을 때 여권이 필요가 없다. 국경은 거의 없다 보아도 되고, 군사적인 것도 NATO로부터 상호보호 받는다. EU는 이제 단순히 같은 유로를 쓰는 경제공동체를 넘어 진정한 의미의 “United”가 되어가고 있다. 덕분에 물가가 점점 상향평준화 된다는 단점은 있다.

본격적인 중앙유럽에 왔다고 환영하듯, 비엔나는 칙칙했던 슬로바키아 보다 색감이 많다. 거리도 따뜻하게 느껴진다. 예약해둔 호스텔로 가는 길, 사람들의 활기찬 표정과 몸짓에서 나오는 기운이 공기 중에도 떠다니는 듯하다. 비엔나라는 도시는 잘 다듬어진 조각상 같다. 여신상이 번쩍거려 카메라를 꺼내니 국회의사당, 궁전인가 싶어 커다란 건물을 헤벌레 올려다보고 나니 시청사다.

비눗방울을 쫓아다니는 아이들과 햇빛을 쬐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있는 호프부르크 왕궁의 한가로운 잔디밭을 지나쳤다. 이내 들어선 비엔나의 갤러리아, 그레첸 거리에는 많은 예술가들이 거리공연을 하고 있다. 그랜드피아노를 열연하는 피아니스트부터, 신기한 타악기로 시선을 끄는 집시들까지. 귀가 즐거워 상점들은 눈에 차지도 않았다.

거리의 공기에 취해 흐느적거리며 그레첸 거리의 끝에 다다르니, 비엔나의 명물 ‘성스테판 성당’이 기다리고 있다. 예술의 ‘예’자도 모르고 박물관은 박제된 인간 전시장이라며 피하는 나에게 조차, 서있는 모습만으로 감동을 주는 성당이다. 마침 미사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광장을 흔드는 것은 물론이고 감성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종소리의 여운과 더불어 미사의 찬송가의 분위기가 광장의 인파를 사로잡았다. 시간이 멈춘 듯 사람들은 성당을 가만히 바라본다. 여행이 길어지며 무뎌졌던 감수성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오르간연주에 이끌려 성당으로 들어서니 마침 카타콤투어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이 곳은 가이드투어로만 들어갈 수 있다. 중세에는 왕실 무덤으로 쓰이다가 요즘엔 주교나 수도사들의 영면처가 되었다. 흑사병 유행했던 시기의 유골들로 쌓아 올린 벽도 있어 한층 으스스했다.

다음날은 비엔나의 왕궁. 제국의 상징, 쇤부른 궁전으로 가봤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을 호령했던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의 거처였다. 더 재미있는 것은 루이16세와 비극적 운명을 같이한 마리 앙투아네트가 마리아 테레지아의 막내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모차르트가 앙투아네트에게 고백했다 차였다는 것. 만약 그녀가 모차르트에게 갔다면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해졌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오페라하우스의 ‘Don Carlo’ 오페라를 보러 갔다. 클래식과 오페라의 본고장답게 공연이 많고 보편화 돼있다. 입석은 3유로 정도면 서서 관람할 수 있었는데, 독일어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무대장치나 조명을 사용하는 방식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오페라로 귀정화를 하고나선 비엔나의 밤거리. 약간은 쌀쌀한 공기에 거리연주자의 노래가 은은하게 실려온다.

나참솔(상경·경제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