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과연 우리 민족으로 남을 것인가 ? 2020-04-25
김미정 기자 | 100kimmijung@hufs.ac.kr 조회수 249  댓글 0
 
지난해 12월, 딜리버리히어로(이하 DH 그룹)가 주식회사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했다. 이에 일각에선 배달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시장 독과점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해당 기업결합 심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번 달 1일,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일부 업체의 수수료가 폭등해 우려는 가시화됐다. 이에 소상공인의 반발이 잇따랐고 일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는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소상공인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진 것이다. 현재 배민 수수료 체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수수료 체계 개편과 반발△정치권 및 지자체의 대응△전망을 살펴보자.

◆섣부른 요금제 개편, 난항 거듭한 배민

지난해 12월, 우아한형제들이 4조 7,500억 원에 DH 그룹으로 매각됨에 따라 현재 공정위가 해당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이 경쟁 시장 체제를 제한하는지 심사하고 경쟁 제한성이 인정될 시 기업결합 금지 등 시정조치를 취한다. 이번 심사에서 기업결합 승인을 받는다면 요기요와 배달통을 보유 중인 DH 그룹은 국내 배달 앱 시장 99%를 점유하게 된다. 이에 소비자시민모임은 합병으로 인한 독점 시장 형성이 일으킬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2018년 말 기준 우리나라 배달 앱 시장 점유율은 △배민 55.7%△요기요 33.5%△배달통 10.8%를 기록한 바 있다.
이번 달 1일, 배민이 새로운 수수료 체계를 도입하며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기존에 정액제 ‘울트라콜’을 위주로 운영해오던 수수료 체계를 정률제 ‘오픈서비스’로 변경한 것이다. 이에 절반 이상의 업체들의 수수료가 폭등해 배민은 논란에 휩싸였다. 울트라콜은 한 달에 부가가치세 포함 8만8천 원을 내면 각 항목에서 무작위로 가맹점을 노출시키는 제도다. 즉 소비자에게 노출되는 화면 한 칸의 월세가 8만 8천 원인 셈이다. 이 제도는 한 업체당 구매할 수 있는 칸의 개수를 제한하지 않는다. 이에 과도한 광고 노출로 주문을 독점하는 이른바 ‘깃발꽂기’가 발생하기도 했다. 배민은 새로운 오픈서비스를 도입하며 “기존 체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소규모 업소와 신규 사업자의 비용부담이 줄어들 것”이라 밝혔다. 오픈서비스는 배민을 통해 들어오는 매출의 6.38%를 수수료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오픈서비스 체제가 확대된다면 개편 이후에도 울트라콜을 사용할 순 있지만 앱 화면 노출 확률은 현저히 낮아진다.
새로운 체제 도입에 다수의 소상공인은 강력히 반대했다. 이번 달 3일, 소상공인연합회는 “기존엔 매출 규모와 관계없이 일정 금액만 지불했으나 정률제가 적용되며 수수료 부담이 커졌다”며 “월매출이 3천만 원인 경우 기존 울트라콜 3건 이용 시 26만 원이던 수수료가 174만 원이 된다”고 전했다. 이어 “사례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이번 수수료 체계 개편은 사실상 수수료를 폭등시킨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18년 소상공인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평균 이익률은 14.5%이다. 월매출 3천만 원이면 순이익이 435만 원인 것이다. 이 중 수수료가 174만 원이라면 순이익의 약 35%가 수수료인 셈이다. 이에 정률제 도입에 따라 폭등한 수수료 부담 폭에 비해 소규모 업체에 돌아가는 혜택은 적단 이의가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공정위 또한 입장을 표명했다. 이번 달 7일, 김재신 공정위 사무처장은 “독과점 여부를 심사받는 도중 수수료 체계를 바꿀 수 있단 것 자체가 시장 지배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적인 사례”라며 “변화된 수수료 체계가 음식점이나 소비자에게 주는 영향에 대해 심사 과정에서 꼼꼼히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배달업 시장이 신산업 분야란 점 또한 충분히 고려할 것을 약속했다. 이어 신규 경쟁 업체의 진입이 충분히 가능한 시장 상황이라면 기업결합을 무조건적으로 막진 않을 것이라 전했다.
이번 달 6일, 수수료 체계 개편에 대한 비판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우아한형제들은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이하 김 대표)는 “코로나19로 외식업체들의 어려운 상황과 비용 부담이 늘어난 상황을 세심히 배려하지 못했다”며 사과의 뜻과 함께 이번 달 수수료 절반을 감면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번 달 10일, 김 대표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은 두 번째 사과문을 통해 새롭게 도입한 오픈서비스 체계를 전면 백지화할 것이라 밝혔다. 더불어 “이번 사태를 통해 사회적 책임의 무게감을 느꼈다”며 “앞으로 입점 업주와 상시로 소통하기 위해 협의체를 마련하고 정부 관계부처와 각계 전문가와도 머리를 맞대겠다”고 전했다.


◆배민에 대한 정치권 및 지자체의 대응

배민의 수수료 체계 개편 발표 이후 소상공인의 반발과 국민의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일부 정치권에선 비판의 목소릴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배달의민족의 요금제 개편이 소상공인에 큰 부담이 된다며 “수수료를 낮추기 위한 특별법 입법 등의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지자체는 배민 수수료 폭등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았다. 전라북도 군산시청은 1억 3천만 원을 투입해 ‘배달의명수’를 개발했다. 이는 공공 배달 앱으로 소상공인에게 가입비와 광고료를 받지 않아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또한 소비자의 경우엔 지역 화폐를 이용하면 1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이하 이 지사)는 최대한 빠르게 경기도 공공 배달 앱 개발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달 9일, 이 지사는 강임준 군산시장과 ‘공공 배달 앱 배달의명수 기술 자문 및 상표 무상사용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기업 활동은 모두의 편익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배달의명수가 우리나라 배달 시장 혁신의 새로운 단초가 될 것”이라 주장했다.
이런 지자체 차원의 대응에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지자체의 공공 배달 앱은 개발·운영비용이 모두 세금으로 충당된다. 이에 한 누리꾼은 “배달 앱을 사용하지 않는 입장에선 세금 낭비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했다.
더불어 공공기관에서 관심과 투자를 유지해 민간기업만큼의 효율성을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실제로 행정안전부의 ‘2019 공공 앱 성과측정 및 정비계획 검토 결과’에 따르면 지자체가 운영 중인 공공 앱 322개 가운데 225개가 개선 또는 폐기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을 미뤄 볼 때 현재 공공 배달 앱의 효율성은 불명확하다.
이번 달 10일, 배민이 오픈서비스 전면 백지화를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지사는 그동안 경기도가 추진한 공공 배달 앱 개발을 이어나갈 것이라 밝혔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이하 안 대표)는 “지자체가 공공 배달 앱을 만들자고 나서는 것은 시장의 영역을 침범한 것”이라며 개발을 반대하고 ‘플랫폼이용자보호법’ 제정을 제안했다. 이에 이 지사는 안 대표를 비판하며 “배민이 결정을 철회하긴 했지만 독과점 시장에선 언제든 이 같은 상황이 재발할 수 있다”며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허용하는 순간 독과점은 시기와 정도 문제일 뿐”이라 지적했다.


◆배민의 전망은

다음 달 1일, 배민은 이전의 울트라콜 체제로 다시 돌아간다. 이에 일각에선 이 체제의 광고 독점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배민은 소상공인 단체와 함께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배민에 대한 비판 여론에 스타트업계는 안타까움을 표했다. 배민이 독점이라 비판받지만 플랫폼 산업의 특성상 계속 접점이 생기기 때문에 대항마가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단 것이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배민에 대한 정치권과 지자체의 대응은 플랫폼 산업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표했다. 이어 “지금 배민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보면 우버(Uber)와 에어비앤비(Airbnb)도 수수료가 높은 독점 플랫폼이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우버이츠(Uber Eats)△그랩푸드(Grab food)△도어대시(Doordash)와 같은 음식 배달 앱 해외 서비스의 경우 각각 30% 이상의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처럼 음식 배달 앱이 전 세계적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DH 그룹과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결합 심사 판단에 신중을 가해야 한단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배달 앱은 온라인 기반 오프라인(O2O) 서비스를 토대로 한 신생 사업이기 때문에 단순히 시장점유율로 독과점 여부를 판단해선 안 된단 것이 그 이유다.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기현 우리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기업결합을 두고 “독과점 우려도 고려해야 하지만 신사업 시장의 마진 한계를 고려한 전략적인 요인도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공정위의 기업합병 심사를 앞두고 배민의 수수료 체계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가운데 국내 배달앱 시장의 귀추가 주목된다.


김미정 기자 100kimmijung@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