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대학보를 만나기까지

2020-04-16

김미정 기자 |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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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치며 ‘언론’이 사회를 구성하는 주춧돌 중 하나로 없어선 안 될 존재란 걸 배웠다. 그러나 다소 거리감이 느껴졌고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그저 공부가 싫어 TV 앞에서 버티다 항상 저녁 9시 뉴스까지 보고 숙제를 시작했던 게 기억난다. 부모님께서 지면 신문을 구독해놓으셔서 집 한쪽엔 신문이 쌓여있었지만 준비물로 들고 갈 때 빼곤 만져본 적이 없었다. 당시 학교와 집의 경계를 벗어난 다른 무언가에 관심을 가진 건 아이돌뿐이었다. 이렇게 무료한 일상 속 이따금 소소한 일탈도 하며 중학생 시절을 마무리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당시엔 고등학생 본분에 심취해 열심히 공부하는 척하며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1학년 2학기에 ‘최순실 국정농단사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는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온 국민을 분노하게 했다. 전국적으로 촛불시위가 일어났고 국회는 서둘러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이후 헌법재판소는 만장일치로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3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이 모든 과정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아마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이때 느꼈던 감정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언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완전히 뒤집히진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진실을 좇는 사람이 존재하고 그들의 고발이 정의를 구현할 수 있단 사실을 직시하게 됐다. 동시에 우리나라 언론이 부패했단 인식을 재정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움직여야 한단 의지로 이어졌다.
구체적으로 언론인으로서의 꿈을 그렸던 적은 없었다. 심지어 대학에 학보사란 언론기구가 있단 사실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드라마 ‘청춘시대’를 보고 알게 됐다. 대학생이 되고 학교에 다니면서 건물 곳곳에 배치된 외대학보를 발견했고 하굣길에 동기와 함께 꼭 한 부씩 챙겨가는 독자가 됐다. 기사를 읽으면서 학보 기자가 된다면 17살에 했던 다짐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때 품었던 열의 하나만으로 무모하게 학보사에 지원했고 운이 좋게도 그 일원이 됐다.
두 번의 마감을 통해 한 호가 완성되기까지 상상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단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학보사의 모든 기자는 조금이나마 더 좋은 질의 기사를 내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사건을 취재해 기사 본문을 작성하면 수정작업을 거쳐 신문이 완성된다. 지난 1040호 우리학교 회계 논란 관련 기획기사의 경우 작성한 기사의 한 문단이 삭제됐다. 중립을 유지하며 전달해야 할 사실을 담았다고 생각했기에 당혹스러웠다. 그러나 해당 기사를 통해 독자는 사실을 전달받고 그와 얽힌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가졌길 바란다.
학보 기자로서 아직 서툴러 일이 고되지만 학보사에 지원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도전이 두려워 지원조차 하지 않았다면 대학을 다니면서도, 졸업 한 후에도 학보에 대한 미련이 한가득 남았을 것이다. 모집 마지막 날, ‘떨어지더라도 일단 한번 덤벼보자’고 생각하며 고민 끝에 지원했던 내 자신을 칭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