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피격 10주기, 호국영령은 안녕하신가요?

2020-04-16

이상우 기자 | 99sangwoo@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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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천안함 피격 10주기 추모식과 서해 수호의 날 행사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서해 수호의 날은 △제1·2차 연평해전△천안함 피격△연평도 포격 등 서해를 수호하다 희생한 호국영령을 기리기 위한 추모 행사다. 이는 국가가 조국을 위해 헌신한 군인을 지속적으로 추모하기 위해 개최한단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우리나라 군인에 대한 불충분한 복지와 대우는 많은 전문가로부터 비판받은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호국영령은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알아봤다.

◆호국영령과 상이군인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우와 사회적 안전망

국가 유공자란 국가를 위해 공헌하거나 희생한 사람을 통칭하는 말로서 △군인△독립운동가△순직공무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국가 유공자는 국가보훈처(이하 보훈처)에서 정한 등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대우 받는다. 우리나라의 호국영령과 상이군인은 국가 유공자 중 상이군경으로 지정돼 국가로부터 사후 복지를 받고 있다. 상이군경은 주로 전투에 준한 직무수행 중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은 경찰공무원과 군인을 지칭한다. 이는 7개의 등급으로 분류되는데 등급에 따라 보훈 급여금(연금)의 규모가 달라진다. 지난해 기준, 7급은 45만 3천 원을 받았고 최고 등급인 1급은 기본금으로 약 270만 원 정도를 지원받았다. 우리나라에선 국가 유공자에 대해 경제적인 지원만 아니라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국가 유공자는 본인을 포함한 가족까지 △교육△교통△의료△취직 등 다양한 사회 분야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 사례론 △국립묘지 안장△대중교통 무료 이용△대학까지의 교육비 전액 면제 등이 있다. 물론 이런 혜택 역시 거주 지역이나 등급에 따라 범위가 달라지므로 국가 유공자는 복지를 받기 전 미리 구청이나 보훈처에 문의해야 한다.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부상 장병과 전사자에 대한 대우와 복지를 향상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보훈처는 전역·퇴직 6개월 전부터 국가 유공자를 신청할 수 있도록 국가 유공자법을 개정했다. 기존엔 보훈처가 국가 유공자 대상자를 심의하고 등록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려 전역·퇴직한 대상자가 몇 개월간 국가의 보살핌을 받을 수 없었다. 보훈처는 “전역 전 국가 유공자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가보훈 수혜 시기가 앞당겨졌다”며 “국가 유공자가 보상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강원권 제대군인지원센터 설치△국립묘지 신설 및 보수 강화△국가유공자 명패 보급 사업 추진 등 전방위적인 복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박삼득 보훈처장(이하 박 보훈처장)은 지난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보훈 정책 수준은 외국 선진 보훈 제도와 비교하면 아직 미흡하다”며 “유공자 및 유족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보훈 정책들로 채워 나가려 한다”는 강한 개선 의지를 보였다.

◆제도와 현실의 괴리감

기존의 국가 유공자와 유족이 받는 복지와 대우는 삶을 책임지기엔 충분하지 못했다. 대표적 사례론 하재헌 중사(이하 하 중사)의 전상 판정 논란이 있다. 하 중사는 ‘목함 지뢰 도발 사건’의 피해자로서 조국을 수호하다 다리를 잃었다. 육군은 작전 중에 발생한 부상으로 전상 판정을 내렸지만 정작 보훈처에선 공상 판정을 내렸다. 보훈처는 ‘국가 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을 기준으로 판단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법률에서 전상은 적과의 교전이나 이에 준한 작전 수행 중 입은 부상을 의미하는 데 반해 공상은 교육·훈련 또는 그 밖의 공무 중 입은 부상을 뜻한다. 즉, 보훈처에선 하 중사의 부상을 단순 업무 중 입은 피해라 판단한 것이다. 하 중사는 보훈처의 판정에 불복해 이의를 제기했다. 적국의 도발로 인해 상해를 입은 상황에서 보훈처의 판정이 잘못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군에선 전상을 공상보다 명예롭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논란이 커지자 보훈처는 “국가유공자법 시행령에 따라 목함 지뢰 도발이 전쟁 상황이라 내릴 만한 근거가 없어 공상으로 판정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보훈처가 전상의 법적 기준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해석했단 지적이 존재한다. 한편 수혜적 처분인 전상 판정은 탄력적 운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국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보훈처는 이를 끝내 행하지 않았다. 이런 논란은 보훈처가 재심의를 통해 하 중사를 전상 판정함으로써 끝맺음 지었으나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형식적 법 적용의 폐해를 보여줬다.
천안함 생존 장병들 역시 경직된 현행 제도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 생존 장병들 대다수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호소하고 있으나 국가 유공자에 등록된 장병은 6명에 불과한 것이다. 이는 현행법상 신체적 외상이 없는 경우 국가 유공자가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가 유공자가 되지 못한 생존 장병은 국가로부터 보상금과 혜택을 받지 못한다. 한겨레 신문이 2018년에 천안함 생존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전역한 생존자 24명 중 9명의 1년 평균 세전 소득이 2,000만 원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현행법의 불합리함은 군법에서도 드러난다. 실제로 K-9 자주포 폭발로 크게 다쳤던 생존자 역시 군법으로 인해 적절한 보상과 치료를 받기 어려웠다. 생존자 중 한 명인 이찬호 씨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군법상 전역 후엔 6개월까지만 의료 및 재활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전역을 망설이게 됐다”며 “군 병원이 아닌 외부병원을 이용할 시엔 전액 사비로 충당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 외에도 적은 연금으로 인해 빈곤에 시달리는 6.25 참전용사와 같이 수많은 상이 장병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단 지적이 존재한다.

◆사각지대를 해결할 방안은?

지난달에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 보훈처장은 현행법 개정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는 “현장을 직접 경험함으로써 보훈 대상자가 보훈처의 여러 정책을 체감하지 못한단 사실을 알게 됐다”며 “변화된 사회 여건에 맞게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보훈 정책을 시행하려 한다”고 밝혔다. 정부 역시 군 장병의 복지를 위해 탄력적인 행정을 선보이고 있다. 국방부는 이번 해부터 민간병원 이용 절차를 간소화해 부상 장병이 자유롭게 진료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국가유공자와 가족이 경제적 어려움에 부딪히지 않도록 연금을 증액할 뿐만 아니라 △간호수당△보훈예우수당△생활조정수당 등을 인상해 사회적 안전망을 공고히 했다.
또한 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 교수(이하 김 교수)는 한겨레 신문의 천안함 생존자 인터뷰를 통해 제도적 보완뿐만 아니라 국가 유공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존중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단순히 제도적 보완으론 전사자와 상이군인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며 “지속적인 관심과 긴밀한 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해당 장병들이 국가와 사회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국가 유공자 당사자의 눈높이에서 법을 집행하는 현실성 있는 행정과 지속적 관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상우 기자 99sangwoo@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