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들의 안식처, 그 시절 써클의 풍경

2020-04-16

기자 | 이메일

조회수 457 댓글 0

‘동아리’란 말이 생소했던 1970년대엔 현재 동아리를 ‘써클(circle)’이라고 표현했다. 이후 대학가를 중심으로 우리말 쓰기 열풍이 강하게 일어 1980년대 중후반부터 ‘같은 뜻을 가지고 모인 무리’란 뜻의 동아리가 외래어인 써클을 몰아냈다. 그 시기 이후부터 동아리는 캠퍼스 내 학생 활동과 학생 문화를 표현하는 대명사이자 경험과 추억을 공유하는 소통의 장으로 자리하게 됐다.
당시 써클은 연합체 형태의 별도 조직을 갖추진 못했지만 개별적으로 학내 구성원에게 써클의 중요성을 알리고 친목을 도모하는 교내외 활동을 지속해 왔다.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1970년대 특정적인 우리학교 써클 활동으론 ‘써클 대항 배구대회’와 이화여자대학교와 인하공업전문대학 등과 연합하여 진행된 ‘써클 바둑대회’ 등이 있다. 당시엔 전공 전문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학문보단 교양을 통해 사회의 중견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양성해야한단 경향이 강했다. 이에 1970년대 써클의 활동들엔 이런 목표와 배경이 깔려 있다.
1970년대 당시엔 ‘동아리연합회’와 같은 조직체는 없었지만 그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써클 회장단 간담회’가 종종 개최되기도 했다. 이는 주로 교내의 써클룸 부재와 써클 활동 경비 지원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1990년대엔 글로벌캠퍼스 확장을 통해 학생 문화 시설 수용 공간이 넓어졌다. 이어 2000년대엔 서울캠퍼스의 신본관과 지하복합시설 준공 등을 통해 캠퍼스 내 공간 확보가 더욱 이뤄졌지만 학생 활동 공간 부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예나 지금이나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당시엔 동아리 시설을 나눠 쓰고, 돌려쓰는 상황까지 있었다고 하니 그 정도가 더 심했다고 할 수 있다.
당시엔 20여 개 써클 중 4개의 써클 만이 별관 6층과 본관에 써클룸을 갖고 있었다. 또 학생회관(현재의 서울캠퍼스 법학관 부지에 있었던 건물로 2000년대 철거됐다)으로 지어진 별관이 강의실로 대체돼 감에 따라 써클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또 언제 쫓겨날지 모른단 불안감과 함께 오후 6시가 되면 내려가는 별관 ‘셔터(shutter)’ 등의 문제는 써클 활동의 중요성을 알리고 교내 차원의 지원을 요청해야 한단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밤에 별관 6층에서라도 활동할 수 있게 하는 여건 마련’이었다. 이를 학내 행정기관과 학생회에 전달하기 위해 써클 회장단은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모았다. 이런 간담회는 점차 다양한 사안을 다루며 확대됐고, 각 써클 전체를 대변할 수 있는 ‘횡적인 연합체’의 설립 논의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당시의 치열한 노력은 오늘날 동아리연합회를 탄생시킨 계기가 됐다.

※이 기록물은 우리학교 역사관 기획 전시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록 및 사진 제공 : 역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