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강의 중 낯부끄러운 논란, 대처는 어떻게?

2020-04-16

김연수 기자 | 100yeonsue@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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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한국정치지성사(이하 한정지사)’ 온라인 강의 중 A교수가 SNS 메신저를 통해 음란물로 추정된 영상을 전달받은 장면이 노출됐다. 이에 A교수는 이클래스(e-class) 공지사항을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또한 이번 학기에 그가 맡았던 모든 수업에서 물러났다. 이후 우리학교는 성희롱등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원회)를 꾸려 해당 사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기로 했다. 이러한 가운데 △한정지사 강의 중 논란△총학의 대처와 우리학교 학생들의 입장△우리학교의 대처에 대해 알아보자.

◆한국정치지성사 강의 중 논란

지난달 25일, 우리학교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 한정지사 과목과 관련한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엔 한정지사의 온라인 강의 중 담당 교수가 음란물을 전송받은 장면을 캡처한 사진이 첨부돼 있었다. A교수가 수강생에게 공개한 온라인 강의에 음란물 영상의 섬네일*이 그대로 노출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A교수는 컴퓨터 화면에 강의 자료를 띄워놓고 이를 녹화한 후 수강생에게 배포하는 방식으로 온라인 강의를 진행했다. 녹화된 강의 중간에 음란물로 추정되는 영상이 전송된 SNS 대화창이 나타났다. 이후 A교수는 대화창을 내린 후 수업을 계속 진행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A교수는 사건 당일 공지문을 통해 “어떤 오류가 발생해서 그런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자료 등록 시 녹음 과정에서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일이 발생해 당황스럽다”며 “제 실수로 인해 여러분에게 불편함을 끼쳐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A교수가 사건을 단순 과실로 일축하며 자신의 책무를 회피했단 비판이 일었다.

◆총학의 대처와 우리학교 학생들의 입장

우리학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새벽으로부터’(이하 총학)는 공식 SNS 계정에 입장문을 발표했다. 총학은 해당 입장문을 통해 학사종합지원센터 등 관련 부서와 협의하고 A교수가 담당한 모든 강의 수강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약속했다. 이어 “담당교원은 수강생의 피해사실을 명확하게 인정해야 했으나 시안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채 이를 단순 실수와 오류로 치부했다”며 “직업적인 책임과 도덕적인 의무를 방기한 해당 교원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지난달 26일, 총학은 학교 측과의 면담을 통해 △A교수의 분명한 사과△한정지사 담당 교수 교체△한정지사 수강생의 수강 변경 기회 제공△A교수의 다른 강의 교원 교체△A교수 강의 수강생 수강 변경 기회 제공△A교수 수강생에게 조치사항 공지를 요구했다.
한정지사 수강생을 비롯해 이번 사건을 접한 우리학교 재학생은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 해당 강의 수강생 이수빈(사회·미디어 19) 씨는 “처음엔 당황했지만 나중엔 녹화된 영상을 한 번도 검토하지 않고 올릴 정도로 질 낮은 강의를 듣고 있단 생각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어 갑작스러운 교원 대체에 대해 당황스러움을 토로한 학생도 있었다. A교수가 맡았던 미네르바 강좌를 수강한 신지윤(사범·중교 16) 씨는 “일부 강의에 새롭게 배정된 교수는 학생 사이에서 까다롭기로 유명하다”며 “원하는 교수의 강의를 듣기 위해 수강 신청 기간에 고생했지만 재학생에겐 어떠한 선택권도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교수를 변경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총학은 한정지사 수강생에 한해서라도 수강 변경 기회를 부여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형평성에 어긋나기에 수강 취소만 가능하며 수강 변경 기회를 주는 것은 불가하다고 응답했다. 이에 총학은 향후 교무처장과의 면담에서 해당 결정에 대해 항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 SNS에서 A교수에 대한 △무차별적 인신공격△신상 공개△사실 왜곡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이준영(경영·경영 16) 씨는 “인터넷 상에 퍼져 있는 왜곡된 정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오소은(상경·국통 18) 씨는 “새 사과문을 통해 A교수의 마음이 잘 전달됐다”며 “이 이상의 A교수에 대한 비방은 없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학교의 대처

지난달 26일, 우리학교 성평등센터는 ‘수업 중 동영상 사건 관련 사과 및 고지’란 제목의 공지를 공식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에 따르면 우리학교 성평등센터는 해당 사건을 심각하게 인지해 사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이후 사안에 따라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우리학교 서울캠퍼스 성평등센터 관계자에 의하면 “앞으로 우리학교는 성 관련 사건에 대해 더욱 엄정하게 처리할 것을 다시 한 번 천명한다”며 “불미스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성폭력예방교육을 철저히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난달 31일, 공지문을 통해 학내 성희롱 예방 및 처리에 의한 규정에 의거해 조사위원회를 개최할 것을 알렸다. 동시에 피해자 진술은 SNS에 올라온 글과 각종 언론에 보도된 글을 참고할 것이라 밝혔다. 실제로 우리학교 성평등센터 측은 수강생 전원을 대상으로 이메일을 보내 피해자 진술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미네르바 주임교수회의에선 해당 과목뿐만 아니라 A교수가 담당한 모든 강의의 교원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A교수에게 사과문을 다시 작성해 발송할 것을 요구했다. A교수는 새 사과문을 통해 “이번 학기 일어나선 안 될 저의 큰 실수와 안이한 판단 때문에 수강생에게 큰 충격과 실망을 준 점 너무나 죄송하다”며 “비록 의도하지 않았지만 일방적으로 받은 메시지로 인해 수강생에게 원하지 않은 콘텐츠를 노출시킨 점 사과 드린다”고 거듭 전했다. 이어 “처음 공지사항에 올린 사과문은 생각지도 못한 일로 당황스러운 가운데 작성했기에 수강생의 심정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현재 한정지사 과목을 포함한 A교수 담당 과목은 모두 다른 교원으로 교체됐다.
한편 이번 달 3일, 윤석만 우리학교 부총장을 중심으로 한 조사위원회가 개최됐다. 이날 안건은 정확한 사건 경위를 기반으로 한 성희롱 성립 여부 판단이다. 조사위원회는 재발 방지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회의 내용을 추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A교수의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 섬네일: 인터넷 홈페이지나 동영상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줄여 화면에 띄운 것

김연수 기자 100yeonsue@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