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 시작한 일 2020-03-29
김연수 기자 | 이메일 조회수 212  댓글 0
 
교육과정 상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국어 공부가 시작된다. 국어 학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이 시기에 필자는 외국에서 생활했다. 우리나라로 귀국한 후 국어 공부를 시작했지만 쉽지 않았다. 또래와 벌어진 국어 실력 격차를 좁히기 위해 시도한 다양한 방법 중 하나가 글쓰기다. 국어를 배우고자 다닌 독서논술학원에서 많은 글을 썼다. 다양한 책을 읽은 후 글을 작성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동시에 내 생각을 색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익혔다.
중학교에 입학 후, 스펙을 쌓기 위해 교내 영자신문부에 가입했다. 한 달에 두 번만 활동했지만 많은 기사를 썼다. 이후 중학교 3학년 땐 편집장 자리를 두고 가위바위보에 져 본의 아니게 편집장을 맡았다. 당시 네팔에 대지진이 일어나 세계적으로 ‘#prayforNepal’캠페인이 열렸다. 이에 대한 기사를 작성해 교내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처음으로 사회적 이슈에 대한 글을 쓴 것이다. 기사를 쓰기 위해 사전 조사를 하는 과정 속에서 내가 알지 못한 많은 점을 배울 수 있어서 즐거웠다. 또한 내가 쓴 글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가 쓴 글도 읽으며 점차 한층 더 성숙한 글을 작성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엔 대학교 입시를 위한 스펙 쌓기가 용이한 편집부에 들어갔다. 당시 편집부장 선배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편집부장을 떠안게 됐다. 교내 교지 및 학보를 총괄하는 선생님께서 임신을 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학보△교지△특별호의 대부분 기사를 내가 편집하게 됐다. 짧은 시간 내에 다수의 글을 읽고 수정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교지 및 학보라는 작은 신문을 만들며 처음으로 글쓰기에 대한 보람을 느꼈다.
생각보다 많은 활동을 우연히 겪었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작한 일이었지만 나에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순간이 다가오자 자연스레 ‘기자’를 희망하게 됐다. 그러나 다양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기자라는 꿈에 대해 확신이 생기진 않았다. 단순히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보람을 느낀단 이유로 기자가 될 순 없기 때문이다. 또한 중·고등학교 땐 직접 취재하지 않고 기성 언론을 요약해 기사를 작성했다. 6년 동안 학생 기자로 활동했지만 진정한 ‘기자의 삶’을 살아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던 것이다. 현직 기자와 유사한 일을 하는 외대학보에 문을 두드렸다.
외대학보 1040호와 1041호 모두 인물면을 맡으며 인터뷰를 두 차례 진행했다. 처음엔 인물면의 특성상 직접 글을 구성할 수 없어 아쉬웠다. 그러나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여러 동문에게 연락하고 질문지를 구상하며 현직 기자의 활동을 경험했다. 타 언론사의 기사를 참고하지 않고 직접 취재하고 작성해 감회가 새로웠다. 이처럼 기자로서 활동하며 본의 아니게 시작한 활동을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