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종교,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2020-03-29
이상우 기자 | 99sangwoo@hufs.ac.kr 조회수 442  댓글 0
 
최근 사이비 종교가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사이비 종교 중 하나인 신천지의 예배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 19) 집단 감염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집단 감염 경위를 파악하고자 신천지를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 공개된 신천지 내부는 규모와 인원이 거대했다. 특히 24만 명에 이르는 신천지 전체 신자 중 40%가 20대였다. 사이비 종교는 어떻게 20대 신자를 현혹할 수 있었을까? 사이비 종교와 우리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전도 방식에 대해 알아보자.


◆사이비 종교란 무엇인가?

사이비 종교는 기존 종교의 본질인 △깨달음△구원△도 등을 표방하긴 하나 실제론 추구하지 않는다. 특정 인물이나 사상을 중심으로 신자에게 교리를 주입한다. 해당 교리가 논란이 된 이유는 △사회적 혼란 및 범죄 야기△부도덕한 행위 정당화△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행위 조장 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이만희가 교주로 있는 신천지와 1970년대 미국 사회를 휩쓴 인민사원 등이 있다. 흔히들 사이비와 이단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두 집단의 개념은 다르다. 이단의 사전적 의미는 가톨릭과 같은 기성 종교의 교리에 어긋나는 이론이나 행동을 주장하는 종교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자료에 따르면 여기엔 △모르몬교△여호와의 증인△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SDA) 등이 속한다. 즉 이단은 종교적 관점에서 기성 종교와 교리상의 차이가 커 양립하기 힘든 종교를 의미하고 사이비 종교는 사회적 관점에서 법이나 도덕을 어겨 반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때 쓰이는 경우가 많다.


◆우리학교는 사이비 종교 전도로부터 안전할까?

외대학보는 이번 달 15일부터 18일까지 총 4일간 우리학교 학생 186명을 대상으로 사이비 종교 전도 실태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91%에 이르는 170명이 ‘사이비 종교의 전도 활동을 경험한 적 있다’고 답했다. 이어 사이비 종교의 접촉 방법은 응답자 전원이 대면 접촉이라고 대답했다. 전도 방식으론 ‘설문조사 요구’가 58%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심리치료를 빙자한 만남 요구’가 10%였다. 이는 흔히 ‘감성 전도’, ‘맞춤 전도’로 알려진 대표적 사이비 종교의 전도 방법이다. 이외에도 △무료로 영어를 알려준다며 접근△길을 알려달라고 부탁△대학원생을 사칭하여 동문회 참석 유도 등 다양한 전도 방식이 있었다.
전도 활동 장소에 대한 답변으론 20대가 많은 △‘지하철역과 같은 유동 인구 많은 곳’△‘캠퍼스 근처’가 각각 49%, 44%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처럼 사이비 교인은 주요 전도 장소로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개방된 공간을 선정한다. 유동 인구 무리에 섞여 개인에게 접근해 전도 활동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비 종교가 만남을 요구할 땐 주로 전화나 문자 등 핸드폰을 활용해 응답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런 전도 행위로 인해 받은 피해엔 △‘스트레스와 불필요한 감정 소모’ 31% △‘시간 낭비 및 학습권 침해’ 30%△‘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만남을 요구’ 16% 순으로 응답했다. 조해원(아시아·태국어 16) 씨는 “강의 시간이 임박해 강의실로 급하게 가고 있었는데 어느 한 남자가 심리 테스트를 권하며 말을 걸었다”며 “시간이 없어 죄송하다고 말했는데도 계속 붙잡아 얘기하려 해서 난감했다”고 상황을 회상했다. 이외에도 응답자 중 12%가 피해사례로 ‘전도 활동으로 인한 교내 미풍양속 훼손’을 꼽았다. 이는 사이비 종교의 무분별한 교내 전도로 인해 대학의 평판과 명예가 실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상민(경영·경영 16) 씨는 “3년 전에 캠퍼스 내에서 전도 활동을 당했다”며 “출판하려는 책의 자료조사를 위한 설문조사를 부탁하면서 자신에게 만남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몇 번 만나다 보니 어느 순간엔 특정 종교의 믿음을 권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처럼 우리학교 역시 사이비 종교의 전도 활동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사이비 종교에 대한 대처방안은?

우리학교는 현재 서울캠퍼스 내 ‘폴리스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폴리스 제도는 3명의 경찰관이 교대로 근무하며 학교를 24시간 관리, 순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경찰관은 교내에서 허가 없이 전도 활동을 하는 외부인을 적발한 즉시 경고 조치를 취한 후 캠퍼스 밖으로 쫓아낸다. 이 밖에도 학교 내 관리인이나 경비인도 순찰 중 전도 활동을 적발하면 동일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강석배 우리학교 서울캠퍼스 총괄지원팀 과장(이하 강 과장)은 “실제로 교내 순찰 일지를 보면 △반려동물 출입△사이비 종교 전도△음주△흡연 활동이 가장 많다”며 “경찰관과 교내 관리인이 학생의 안전을 위해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정적인 근무자의 수와 물리적 한계로 사이비 종교 전도 활동을 완전히 차단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강 과장은 “내부 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법적 강제권이 없어 현실적으로 캠퍼스 주위 사이비 종교의 완전한 차단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우리학교 동문인 장운철 목사(이하 장 목사)는 ‘교회와 신앙’ 매체를 통해 사이비 종교의 전도에 빠지지 않는 방법을 제시했다. 장 목사는 “사이비 종교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성경을 제멋대로 해석해 특정인을 신처럼 취급한단 점이다”며 “평소 기존 성경에 대한 기초지식을 숙지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또한 점차 교묘해지는 전도 활동에 대항하기 위해 현실적인 측면에서의 사회적 대응 방안 강구를 주장했다.


이상우 기자 99sangwoo@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