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새터, 변화의 흐름을 맞이할 것인가

2020-03-29

이준성 기자 | 100leejs@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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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새로배움터(이하 새터)는 입학을 앞둔 신입생이 학교생활 전반을 익히고 재학생과의 친목을 도모하는 2박 3일간의 행사다. 우리학교는 매해 2월 중순 캠퍼스 단위로 새터를 진행한다. 현재 새터의 프로그램과 운영방식은 오랜 시간동안 변화되지 않은 상태다. 이번 해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새터가 취소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새터의 문제점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 새터의 정의와 역할

새터는 2박 3일간 신입생과 재학생이 합숙하며 학교생활에 대해 익히고 친목을 다지는 행사다. 매해 2월 중순 입학을 목전에 둔 신입생들이 글로벌캠퍼스와 서울캠퍼스로 나뉘어 새터에 참여한다. 새터는 크게 △중앙판·중앙공연(이하 중앙판)△단대판·단대 세미나(이하 단대판)△과판·과 세미나(이하 과판)△학과별 친목활동으로 구성된다. 중앙판은 캠퍼스 학생이 모두 모여 △단대 및 과별 응원가 제창△동아리 공연 관람△연예인 공연 관람 등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중앙판은 보통 새터의 첫 번째 프로그램으로 최대인원이 참여한다. 한편 단대판 및 과판에선 단과대 혹은 학과별로 모여 각 단위 학생회가 준비한 활동을 진행한다. 해당 활동은 단과대 혹은 학과별로 다르며 △토크쇼△보드게임△OX퀴즈 등과 같은 게임으로 구성된다. 오후 8시 이후에 이뤄지는 학과별 친목 활동에선 각 과의 특성을 살린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우리학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는 우리학교 새터의 목적을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한다. 새터는 학교생활에 필수적인 정보를 공유하며, 선·후배간의 친목도모를 통해 신입생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또한 김나현(서양어·프랑스어 15) 우리학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이하 김 회장)은 “우리학교가 신입생에겐 성인으로서 처음 마주하는 사회일 수 있다”며 “그만큼 공동체의 역할에 대한 생각들을 공유하는 데에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새터가 학교 회칙에 명시된 행사는 아니다. 회칙엔 새터의 예산 집행 방식만이 수록돼있다. 이에 새터의 목적과 역할에 대한 정의는 총학생회에 따라 유동적이다. 또한 최근 학교홈페이지 등에서 ‘새내기새로배움터’란 명칭이 ‘신입생 OT’등과 혼용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우리학교 출신의 교직원이 현재 바뀐 명칭과 과거 명칭을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며 “공식 명칭은 ‘새내기새로배움터’가 맞다”고 정정했다.

◆ 새터에 관한 긍정적인 의견

외대학보는 이번 달 16일부터 19일까지 총 4일간 우리학교 학생 206명을 대상으로 현재 새터 체제의 장단점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79.8%인 154명이 학과별 친목 활동을 새터의 취지에 잘 맞는 프로그램이라고 응답했다. 학교 생활에 필요한 실질적 도움을 얻을 수 있고 선·후배간의 친목을 다질 수 있단 것이 그 이유다. 신입생과 재학생으로 두 번의 새터를 경험한 홍유진(사회·미디어 18) 씨는 “학과별 친목 활동을 통해 친해진 선배와의 관계는 학교생활로도 이어져 이후에 도움을 청하기가 수월했다”고 얘기했다.

◆ 새터에 관한 부정적인 의견

반면 설문조사를 통해 드러난 우리학교 새터의 문제점은 △중앙판 연예인 공연의 부적절성△비싼 새터 비용△과도한 대기시간이다.
중앙판에서의 연예인 공연에 대한 찬반여부를 묻는 질문엔 △‘동의한다’ 74.1%△‘반대한다’ 21.4%△기타(상관없다 등) 4%의 답변이 확인됐다. 그러나 우리학교 새터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묻는 주관식 질문에선 연예인 공연에 대한 우려가 드러났다. 그 이유는 크게 ‘새터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와 ‘지나치게 많은 돈이 든다’로 나뉜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한 학생은 “학생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채 총학생회가 자체적으로 연예인을 선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학생의 경우 “새터 회비가 비싸서 가기 꺼려하는 사람을 여럿 봤다”며 “연예인 공연을 포함한 새터 전체의 규모 축소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학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는 분위기를 풀어주고 중앙판의 기대감을 높여주는 연예인 공연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더불어 연예인 공연은 평소에 접하기 힘든 문화 활동이란 점을 강조했다. 새터 규모를 축소하란 건의에 대해선 단순히 규모 문제뿐 아니라 프로그램 자체의 혁신을 통해 학생들과 의견 조율을 해나갈 것을 약속했다.
우리학교 글로벌캠퍼스 총학생회는 새터의 연예인 공연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많은 업체와 협상한다. 총학생회 측은 2017년의 사례와 같이 정기총회를 통한 예산 사용 내역의 공개가 업체와의 법정 분쟁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총학생회실 방문을 통한 개인적인 조회로 이를 대체하고 있다. 새터 규모 축소 요구에 대해 박장원(자연·화학 17) 우리학교 글로벌캠퍼스 총학생회장(이하 박 회장)은 “캠퍼스 단위로 이뤄져야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며 반박했다. 이어 “안전교육, 수강신청에 대한 설명 등은 캠퍼스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며 각 단위별로 신입생의 수가 상이하단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새터 프로그램 전반의 대기시간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나 식사시간에 대기시간이 과도하게 길단 것이 그 요지였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한 학생은 “협소한 공간이나 맨바닥에 앉아 오랜시간 대기하면 체력적으로 지치는 게 사실이다”고 토로했다. 이밖에도 술자리에서 식기가 부족했단 점과 수면을 취할 공간이 지나치게 좁단 점 등의 지적이 있었다.

◆ 우리학교 새터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기존의 프로그램을 답습하기보단 실질적으로 새내기에게 필요한 부분을 고려해 새터 프로그램을 개선해야 한단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새터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한 학생은 “간부 소개 등의 허례허식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답했다. 음주 문화가 지속적으로 점검돼야 한단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단순히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으론 과도한 음주를 막을 수 없다”며 “올바른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학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는 손목에 차고 있으면 술을 마시지 않겠단 의미의 ‘드링크 프리 팔찌’를 제작했다. 우리학교 글로벌캠퍼스 총학생회 역시 명찰에 부착해 음주 자기 결정권을 표현할 수 있는 ‘음주 스티커’를 고안한 바 있다.
우리학교 양 캠퍼스 총학생회는 안전 문제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실제로 새터 기획사 선정과정에서 안전 문제를 철저하게 관리해줄 수 있는 업체가 우선시됐다. 김 회장은 “숙소의 경우 베란다 안전장치까지 일일이 확인한 후 선정했다”며 “이번 해 새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각 단위별 인권안전주체를 선발했으며 새맞이 포럼을 통해 인권 내규와 대처 메뉴얼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우리학교 글로벌캠퍼스 총학생회는 새터 안전 메뉴얼을 제작해 확대간부수련회에서 배부하고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해당 안전 메뉴얼엔 △비상연락망△보고 체계△상황별 대응 메뉴얼△구급낭 사용법 등이 상세하게 담겨있다. 박 회장은 “자신 역시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피해상황을 방관하지 않는 새터 문화 정착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해 새터의 불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한 학생은 “새내기로서 새터를 가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크다”며 “캠퍼스 정상화 이후 대체 행사를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인권 교육이나 선·후배·동기간에 유대를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을 강화해야 한단 의견이 존재했다.
우리학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은 새터 개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 회장은 “새터가 오랜 시간을 거쳐오면서도 많이 변화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며 “이제는 큰 틀에서의 혁신을 고민해봐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 회장은 새터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총학생회로서 새터와 관련된 문제엔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며 “잘못된 점을 점차 바로 잡아 아무 우려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새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성 기자 100leejs@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