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관광코스 논란, 촬영지 관광코스 개발의 흑과 백

2020-03-16

이현지 기자 | 100hyunzi@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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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영화 ‘기생충’이 칸 국제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데 이어 이번 해 아카데미 시상식 4개 부문(△국제영화상△각본상△감독상△작품상)에서 수상했다. 기생충은 빈부격차로 인한 불평등을 주제로 해 전 세계의 공감을 끌어냈다. 이에 서울시는 기생충의 촬영지 중 일부를 관광코스로 개발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관광재단 홈페이지 ‘가봐야 할 서울’ 소개란엔 기생충 관광코스가 등록돼있다. 한편 서울시의 이런 결정에 대한 대중의 의견은 상반된다. 가난을 상품화할 수 있단 부정적 반응과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단 긍정적 반응이 엇갈린 것이다. 이처럼 논란이 거센 가운데 기생충 촬영지 관광코스와 촬영지 개발의 흑과 백을 알아보자.

◆기생충 촬영지를 관광코스로 개발하는 서울시

지난해 12월, 서울시는 기생충 촬영지 중 서울에 있는 몇몇 장소를 묶어 서울관광재단 홈페이지에 ‘기생충 촬영지 탐방코스’를 게재했다. △주인공 기우 친구로부터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은 마포구 ‘돼지쌀슈퍼’△기우가 박 사장 집으로 가는 장면을 촬영한 마포구 ‘기택 동네 계단’△기택의 가족이 아르바이트하던 동작구 ‘스카이피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장소들은 촬영용으로 지어진 세트가 아닌 실제 장소란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촬영지 탐방코스는 홈페이지 게재 후 조회 수 6만을 돌파하며 대중의 관심을 모았다. 이어 지난달 13일, 서울시는 서울관광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국내외 영화 팬, 영화 비평가 등과 함께하는 팸투어도 기획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또한 “기생충 촬영지 탐방코스를 통해 한국 영화의 위상을 제고하는 것은 물론 한류 도시 서울의 매력과 품격을 적극 알릴 계획이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더불어 “제2의 기생충과 같은 한류 콘텐츠를 발굴 및 기획해 더 많은 관광객 유치에 힘쓸 예정이다”며 관광객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계획을 밝혔다.

◆기생충 촬영지 관광의 흑과 백

한편 기생충 촬영지를 관광코스로 만드는 것에 대해 논란이 거세다. 기생충 촬영지 관광은 가난을 전시할 뿐이란 측과 관광객에 의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단 측으로 입장이 나뉜다. 지난달 13일 진행된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이하 오 대변인)은 기생충 촬영지 관광코스 개발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오 대변인은 “주민들의 고통을 무시하고 돈을 버는 관광 상품 개발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서울시가 소개하기 전에도 영화 팬들 사이에선 일명 ‘성지순례’처럼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다”며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주민들의 불편함은 여전하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민 이 모 씨는 “시도 때도 없이 사람들이 몰려와 사진을 찍어 정신이 없다”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런 주민들의 불편에 대해 서울시는 서울관광재단 홈페이지에 기생충 관광코스가 거주지임을 알리는 주의문을 덧붙이는 것으로 대안을 마련했다.
한편 촬영지가 있는 아현동 주민들은 가난한 동네로 낙인찍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주민은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우릴 빈민층으로 낙인찍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생충 관광코스로 인해 지역 재개발 사업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존재했다. 돼지쌀슈퍼와 기택 동네 계단이 있는 아현동 699단지 일대는 2000년대 재개발 계획 수립 이후 지금까지 재개발이 실행되지 않은 상태다. 주민 양 모 씨는 “이 동네 사람들은 모두 재개발만 기다리고 있는데 구청이 관광 단지라고 선포해 버리면 우린 어떡하느냐”고 우려를 표했다.
반대로 기생충 촬영지 관광코스 지정으로 인해 지역 경제가 살아났단 긍정적 반응도 존재한다. 기생충 촬영지 관광코스 중 한 곳인 스카이피자가 관광코스 지정 이후 매출이 급증한 것이다. 현재 이곳은 저녁이 되기도 전에 재료가 떨어지는 등 긍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 이어 지난달 13일 주용태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기생충의 서울 내 주요 촬영지는 국내뿐 아니라 외국 팬들도 찾는 성지순례 코스가 됐을 정도로 신드롬이자 한류 관광의 중심지 그 자체다”며 기생충 촬영지를 통해 한류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음을 강조했다.

◆촬영지 관광코스 개발의 다른 사례들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를 관광코스로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한 다른 사례도 많다. 그중 영화 ‘국제시장’의 촬영지 ‘꽃분이네’가 대표적이다. 꽃분이네는 국제시장의 주 촬영지로서 영화의 흥행 이후 관광객이 급증했다. 그러자 꽃분이네의 건물주는 재계약 시기에 거액의 권리금을 요구했다. 이에 관광객의 수만 증가했을 뿐 실제 매출론 이어지지 않아 실질적 수익이 없었던 신미란 꽃분이네 운영자는 간판을 내리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이 부산시에 꽃분이네 권리금 문제를 알리자 부산시가 나서 중재했다. 또한 꽃분이네 주변 가게들은 몰려든 인파로 인해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워 주말엔 원치 않는 휴업을 해야 했다. 이런 경우는 촬영지 관광코스 개발이 부정적 영향을 미친 대표적 사례다.
반면 촬영지 개발이 지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경우도 있다. 포천시는 한탄강 하늘다리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촬영지로 알려지자 관광객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번 달 2일 포천시 관계자는 “현재는 코로나(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관광객이 많진 않지만 사랑의 불시착 방영 이후 관광객 수가 크게 늘어 지역 경제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2’의 배경이 된 포천시 영북면 산천호수의 가족호텔을 찾는 관광객도 증가했다.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막기 위해선 성숙한 시민의식 필요

오버투어리즘이란 지나치게 많다는 뜻의 ‘Over’와 관광을 뜻하는 ‘Tourism’이 결합한 단어다. 이는 수용 가능한 범위를 넘어선 관광객이 몰려들어 도시를 점령하고 주민들의 삶을 침범하는 현상을 말한다. 기생충 관광코스 개발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함과 신미란 꽃분이네 운영자와 같은 상인들의 피해는 이런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해 발생했다. 이에 대해 박경옥 부산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오버투어리즘 방지 방안으로 방문자 교육 시스템 마련 및 책임관광을 유도하는 관광문화 구축을 제시하기도 했다. 오버투어리즘을 방지하기 위해선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단 것이다. 이에 따르면 촬영지를 방문할 땐 큰 소음을 내지 않도록 해야 하며 기념 촬영 시엔 주민들의 생활이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돼지쌀슈퍼나 꽃분이네와 같은 매장에 방문할 땐 영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2017년 JTBC 예능 ‘효리네민박’은 가수 이효리·이상순 부부(이하 이 씨 부부)의 실제 사택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이 방송을 통해 이 씨 부부는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지만 방영 이후 거주지가 관광지화돼 피해를 보았다. 자택에 찾아가 문을 두드리고 무단 침입을 시도한 관광객이 늘어 사생활 침해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이 씨 부부는 이사를 결정해야 했다. 이같이 관광객의 부족한 시민의식으로 인한 오버투어리즘 피해 사례를 해결하기 위해선 시민의식 제고와 더불어 이를 뒷받쳐줄 제도적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

이현지 기자 100hyunzi@hufs.ac.kr